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서양 의학에 꿈 분석이 있다면, 동양에는 꿈풀이, 즉 해몽이 있습니다. 이는 의학은 아니지만 꿈의 내용을 듣고 그것의 의미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꿈 분석과 닮아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신과 전문의는 동양의 꿈 풀이나 해몽 같은 행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꿈 분석과 꿈 풀이의 관계는 의학과 한의학의 관계와 닮은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전문의를 위시한 많은 의사들은 한의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신과 전문의들도 환자가 사주나 타로 센터 등에서 꿈 해몽을 듣고 오면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기며, 심지어는 무시해 버리거나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하죠. 또한 사주, 팔자, 풍수지리, 해몽과 같은 것을 과하게 믿으면 환자에게 병리가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의학이 담당하는 부분과 한의학이 담당하는 부분이 명확히 있듯, 서양의 꿈 해석과 동양의 해몽도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의 꿈 해몽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며 쌓여온 데이터들을 토대로 이러한 내용의 꿈을 꾸면 보통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저는 이것이 집단 무의식과도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단 무의식이란 융이 처음 말한 개념으로, 시대를 거듭하며 개인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형성된 무의식을 말합니다. 도덕이나 예의범절, 부모에 대한 태도와 같은 것이랄까요? 하여 해몽은 이러한 집단 무의식이 되풀이되는 것을 이용하여 개인이 어떤 꿈을 꾸는 것을 어느 정도 획일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중간 과정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의미가 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역시 한의학과 마찬가지로 꿈해몽 또한 자신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면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오히려 잘못된 전문가를 과도하게 맹신할 경우 독이 되기도 하지요. 의료 기술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한의학만 고집하다가 사망해버리는 케이스처럼요. 이와 같이 잘못된 해몽을 맹신하여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경우 쓸모없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기술한 대로 서양의 꿈 분석 또한 주관적인 요소가 다분한 것과 마찬가지로, 꿈 해몽 또한 너무 객관화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요소들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꿈 풀이, 해몽을 검색하며 과몰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해몽 전문가를 찾아 꿈 풀이를 받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한의학 명의처럼 오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꿈 해석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꿈에 대해 상당히 통찰력 있는 견해를 내놓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뭐든 과도하게 맹신하는 것입니다. 꿈에 대한 풀이를 과도하게 믿고 그에 대해 상대방이 요구하는대로 과도한 금전을 지출하거나, 꿈풀이가 생활에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경우 정신병리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꿈 풀이는 전문가를 찾아 심각하지 않게 해 본다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