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로 이끌림 당하기
그런데 공부를 조금씩 하다 보니, 현재 배움의 한계를 느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이끌어 주는 곳이 없는 것이다. 학원은 보습학원인데 진도도 질질 끌고 아이들을 어떻게든 데리고 있으려고만 했다. 당시에는 애들 데리고 가끔씩 피시방도 데려가주는 학원이 매우 좋아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공부 관리가 엉망인 작은 교습소일 따름이었다. 당연히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신림의 동네 학원이다. 나는 그곳을 중학교 3년 내내 다녔지만, 중학교 졸업식을 하는 시점에 어머니와 상의를 한 후 학원을 끊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바쁘셨지만 깨인 분이어서, 나의 가능성을 보고 과외를 붙여주셨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2주 전에 과외가 시작된다. 처음 시작은 수학 과외였는데, 이 과외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계속된다. 고등학교 공부는 수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나는 선생님을 참 잘 만났다. 선생님은 풀이를 먼저 가르쳐주지 않고, 내가 스스로 푸는 법을 찾아내도록 하시는 것을 좋아했다. 어쩔 때는 한 문제로 30분씩을 소모하는 적도 있었다. 원래 과외 시간은 2시간인데 3시간 30분까지 과외를 한 적도 있었다. 오버타임을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날 나의 컨디션과 진도를 고려해서 적정량을 채우지 못하시면 오버타임은 밥먹듯이 하는 책임감 있는 선생님이셨다.
이 수학과외는 훗날 알게 된 사실인데, 어머니가 한 달에 90만 원 정도 하는 과외비를 절반으로 줄여서 날 속이고 시작한 과외였다. 하지만 내가 잘 따라가고 성적도 오르는 것이 보이니, 나중에는 그렇게 비싼 줄 알면서도 내가 끊을 수 없었고 결국 고3 말기, 수능 직전까지 수학 과외는 계속하게 된다. 일주일에 두 번, 학교 야자를 빠지고 밤 시간을 활용해서 평균 세 시간씩 한 과외지만, 시간과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명품 과외였다.
이것 외에도 다른 과외들도 했는데 다른 과외들은 그렇게 오래 하진 않았다. 영어 과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6개월 정도 하니 무난히 모의고사 1등급 안정권이 나왔고, 과탐 같은 경우는 3학년 때 수능을 앞두고 부족한 과목만 6개월 정도 했다. 과외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물론 과외를 한다고 당연히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과외를 2시간 하고 나면 다음날 복습할 시간이 최소 8시간은 필요했다. 수학 같은 경우는 16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숙제도 있으니깐. 그러니 자연스럽게 학교 야자시간에 공부할 것이 넘쳐났고,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공부량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서 플래너가 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