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 쓰기
플래너란 것은 별 것 없다. 그냥 공부할 것들을 정리해 주는 다이어리다. 처음엔 일기장에다 쓰다가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따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기깔난 플래너를 하나 선물해 주셨다. 당시엔 꽤 고가의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녀석인데, 이 녀석이 또 물건이다. 기존 플래너들이 해야 할 목록과 시간 분배정도에 집중했다면, 이 플래너는 내가 왜 공부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해 준다. 덕분에 나도 플래너를 기록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게 되었다.
목표가 없으면 노력의 방향성이 상실된다. 목적지 없는 노젓기가 금방 지치는 것처럼 노력은 금세 줄어든다. 하지만 이 플래너에는 인생목표, 연간목표, 월간목표, 주간목표 등이 세분화되어 기록하게끔 되어있다. 전체적인 청사진을 짜고 세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 명언들이 나와있고, 플래너만의 플로우 차트를 통해 인생의 방향성을 먼저 수립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야말로 공부에 채찍질을 아주 제대로 해준다.
그리고 플래너에는 감정 쓰는 란도 조그맣게 있기는 한데 감수성이 풍부한 나는 스터디 코멘트북을 따로 마련하여 공부를 시작할 때나 공부 도중에 떠오를 감성이나 문학 작품(?)들을 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뭐 이 부분은 꼭 필수적인 부분은 아니니 자투리로 남기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아무튼 스터디 플래너 또한 고등학교 3년간 계속되었고, 과외와 더불어 나의 좋은 공부 도우미가 되어주었다. 과외가 공부를 이끌어주는 가이드라면, 스터디 플래너는 이끌린 내가 나중에 스스로 걸어갈 때 어떻게 갈지 길을 밝혀주는 지도 같은 존재였다. 내가 오늘 어디까지 공부하고 어느 정도 쉬고 무엇을 먼저 공부할지 알려주었고 난 플래너에 스스로 계획한 대로 공부하기만 하면 되었다. 타고난 성실성 덕분인지(이건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것) 하루에 보통 계획한 것의 80 퍼센트 이상씩은 할 수 있었다. 드물게 100퍼센트 목표를 달성한 날에는 주말에 열심히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을 추가적으로 스스로에게 보상으로 줬다. 참 자율적인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