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이 방학 동안 해외서 놀고 와도 될까?

뉴질랜드 홈스테이 후기

by 닥터 온실

그렇게 고등학교 1년의 공부를 마칠 무렵, 나는 내가 SBLS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것이 무엇이냐?


당시 나는 신림의 사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다지 좋은 학군의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립고다 보니 돈은 좀 넉넉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적우수자 5명에게 고1 겨울방학 동안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되는데, 그 첫 수혜자가 우리 학년이었다. 즉 장학생 1기인 것이다. 처음에는 나는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다. 전교 26등인가로 입학했기 때문에 가망성이 없어 보여서였다. 그런데 점차 석차가 올라가고, 6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서 어쩌면 합산 성적은 5등 안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문에 이 SBLS 장학 프로그램 또한 나에게 공부를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고1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마치고 나서, 나는 장학생 선발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다. 합산성적 6등. 한 등수 차이로 아쉽게 떨어진 것이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날 나는 머리를 밀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뉴질랜드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알고 보니 4등인가 하는 친구가 방학 동안 어학연수를 가기보다는 학원 다니기를 택하여서 나에게까지 차례가 온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간 뉴질랜드에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고. 뉴질랜드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경험을 했다. 흔히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빨리빨리 문화가 가장 낯설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그 반대를 경험한 것이다. 모든 것이 여유롭고 한가한 뉴질랜드였다. 나는 홈스테이를 했기 때문에 그런 여유는 더 깊게 와닿았다. 그리하여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느림의 미학을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다.


또 거기서 해외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남미 사람들이 매우 짓궂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유색인종임에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남달랐다.


그리고 뉴질랜드 학교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학생 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분야를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뉴질랜드에서는 오전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공부를 하는 데, 오후에는 주로 체험학습을 많이 한다. 볼링, 카약, 동굴탐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내가 육아를 하는데 있어서 아이가 공부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체험하게끔 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 나 또한 삶에 있어서 여러 가지를 체험하기도 했다.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젬베나 일본어, 방송댄스 등을 배우는데도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에서 쌓은 공부 잘하는 다섯 아이와의 친분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향후 나를 포함한 이 다섯 명은 서로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학업을 지속하는데 또 다른 원동력이 된다. 같이 학원도 다니고 과외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중 한 명은 의대에 진학하여 현재까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쓴 일기의 일부이다.


이번 여행에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작을 태도가 무엇인지 배우고 간다. 사람의 인상은 조금씩 바뀌기도 하니까 항상 열심히, 진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친구 만들기 뿐 아니라 어떤 일에서라도 중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이제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이 하루 남았다. 여기에서의 시간은 굉장히 편안하고, 어떻게 보면 늘어져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것을 경험하고, 요양도 많이 했다. 여기서 경험한 것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고, 또 이곳에서의 시간이 앞으로의 고등학교 생활에 활력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삶은 체험, 그 안에서 느끼고, 진실되게 살 것. 이런 것들을 느낀 뉴질랜드 유학이었다. 이때 얻게 된 교훈은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