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의 재귀성과 둔촌 주공
드디어 오늘부로 올림픽 파크 포레온 예비 당첨자 계약의 대장정이 끝났다. 청약을 넣고 장장 4개월의 일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 계약서를 수령해 오며, 기뻤다. 동호수 추첨의 그날처럼 가슴 떨리고 벅찬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진짜 이 집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이러한 잔잔한 기쁨을 증폭시켜 주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아무래도 어젯밤 있었던 독서모임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계약서를 수령하기 전날인 어젯밤에는 소로스 투자 독서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생각지 못한 축하를 받느라 정작 소로스에 대한 내용은 별로 발설하지 못한 듯하여 계약 최종 후기와 섞어서 글을 남기려 한다.
어제 독서모임에서 나온 소로스의 주요 개념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실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쓰이는 개념은 재귀성이 아닐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올림픽 파크 포레온 계약 과정에서도 재귀성의 원칙이 여실히 발휘되는 것을 그 안에서 목도하였다.
내가 이해하기로 재귀성의 원칙이란, 인식이 또 다른 조작이 되고, 그것이 다시금 인식에 영향을 미쳐서 왜곡이 생기고 그 결과 어떤 대상이 지나치게 과대 평가 되다가 어느 순간 그 본래 가치로 급격히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치가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정 반대로 일어났다. 어쩌면 지난 코로나발 부동산 폭등이 재귀성의 원칙에 따라 본래 가치로 급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것은 바로 올림픽 파크 포레온에 대한 평가절하 현상이다.
부동산 하락기가 오면서, 관찰자들인 대중은 이번 청약에 걱정을 표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더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 금리가 더 오르면 어쩌냐 같은 걱정부터 공사 중단 되었던 곳은 기가 좋지 않다더라, 조합원 욕심 때문에 민도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까지 각양각색의 걱정들이 있었다. 이러한 걱정은 다시금 관찰되고 청약자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역대급의 낮은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 그 덕분에 서울에 주소지를 둔지 6개월 밖에 안된 첫 청약 도전자인 나도 예비번호를 받아서나마 당첨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올림픽 파크 포레온 관련 커뮤니티에 그렇게 악플을 달고 걱정을 표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잠재적 매수자였다는 사실이다. 사실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이 아닐까 싶지만, 일단 드러난 일부의 플레이만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일부'의 악플러들은 우리 단지에 대해 일부러 안 좋은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자신이 청약을 받은 것이다. 이것은 마치 소로스가 재귀성의 원칙을 철저히 사용하여 자신이 밀고자 하는 소스는 언론에 흘리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우리 단지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제시하는 이들을 잠재적 매수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해관계가 없다면 어차피 관심도 없는 단지에 악플을 달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어쨌건 오늘의 계약서 수령으로 말미암아 나는 욕세권 단지의 매수자가 되었다. 이 선택이 그 옛날 폐암이 걸린다고 욕먹던 고터 단지 매수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 인구 절벽에 따른 집값 하락의 최후 폭탄을 지고 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입지의 중요성을 믿기에 나는 오늘 밤도 행복하게 잠에 들 것이다.
P.s. 이제 청약홈 어플 안 봐도 돼서 너무 좋다. 안 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