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하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온실 Mar 22. 2024

구원은 거기에 없다.

There is no salvation in that way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인간은 먹고 살만해지면 구원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두리번두리번 어디 없을까? 종교에도 귀의해보고. 두리번 두리번. 성불, 도를 찾아 수행을 하고 마침내 돌아간다. 영원한 저 너머로.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만 구원받을 수 있는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가 단지 구원받기 위해서인가? 도를 깨치기 위해서인가?


 그런데 먹고 살 만하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 재난에 빠진 사람들. 그 사람들은 천국에 산다. 그냥 산다. 그런 생각 안하고. 성불? 도? 당장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한줌 식량에도 기뻐한다. 협력하고 돕고 나누고. 그렇게 산다. 거기엔 구원이 없는가, 어려운 제3세계에 복음서가 없다고 해서 천국이 없는가? 거기다. 실제로 구원과 천국이 있는 낙원. 엔트로피가 가장 낮아져 있는 바로 이곳. 여기서 비로소 천국은 시작된다. 천국과 구원은 멀리 있지 않다.


 대기를 떠돌던 무질서의 향연이었던 우리는 질서가 생겨서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때가 되면 어차피 다시 우주로 돌아가 엔트로피를 높일 것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데 그걸 천국이라고 느낀다. 뭐 틀린말은 아니다. 이름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니까. 근데 그 영원에 가까운 순간에 비해 지금의 찰나가, 지금의 낮은 엔트로피가 갖는 희소성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차라리 지금이 행복 아닌가? 희소한 것이 귀한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어디에 있을까 두리번 두리번 하는 친구들. 천국은 거기 저짝에 있지 않고 지금 여기 있다네.


매거진의 이전글 사이코패스는 꿈을 꾸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