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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Jul 30. 2023

사이코패스는 꿈을 꾸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와 꿈의 상관관계


최근 신림역 묻지마 살인 사건 같은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정식 진단명이나 편의상 글에선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하도록 하겠다) 관련 사건들이 자주 발생해서인지 사이코패스 관련 기사들이 자주 나오는데, 오늘 아침 사이코패스와 꿈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한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보았다. 오늘 아침 8시에 최종 수정된 따끈따끈한 기사를 같이 보자.


https://m.news.nate.com/view/20230730n00904


기사의 핵심 내용은 간략하게 보면 이거다. "사이코패스는 일반인과 달리 꿈을 꾸지 않는다."


 미국에서 사이코패스 17명을 대상으로 엠알아이까지 찍어가면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해서 사이코패스는 "일반인과 달리" 꿈을 꾸지 않는다는 정보를 전달해 주는 기사다. 사실 이 말 자체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명제의 역(꿈을 안 꾸면 사이코패스다) 또한 성립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꿈과 사이코패스에 관해 좀 더 정신의학적으로 살펴보고 기사의 내용을 해설, 심화시키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일단 사이코패스는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아예 안 꾸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정신의학자인 내가 볼 때도 사이코패스는 꿈을 적게 꾼다. 이유를 말하기 전에 먼저 꿈의 역할에 대해 이전 서술해놓은 글이 있어 별첨 한다.


https://brunch.co.kr/@neutrality/275


 위 글에서 볼 수 있듯 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의 해소다. 근데 사이코패스는 대체로 천성적으로 꿈을 적게 꾼다. 그러면 감정은 해소되지 않고 쌓인다. 그런 감정은 현실에서 사이코패스스러운 행동을 통해 표출된다. 가령 물건을 부순다거나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강렬한 사건들 말이다. 그럼 현실에서 감정을 표출하니까 더더욱이 꿈을 통해 감정을 해소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꿈을 덜 꾸게 된다. 그러면 이제 왜 사이코패스가 꿈을 적게 꾸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꿈을 꾸지 않아 사이코패스가 되었고, 그 결과 꿈을 꿀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 사이코패스가 아닌데도 꿈을 안 꾸거나 적게 꾸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나도 평소에 꿈을 안 꾸는데 혹시 내가 사이코패스?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기사의 내용 자체도 매우 간략하여 그런 불필요한 의혹이 들 수도 있다는 점이 다소 안타깝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아니다. 그럼 꿈을 안 꾸는 이들은 왜 꿈을 안 꾸는가?


 ->꿈은 잘 꾸고 있는데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갓생을 살고 있어서 꿈에서 굳이 굳이 감정을 해소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고, 또는 꿈을 통해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이 이미 현실 속에서 갖은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람들일수도 있다.


 첫째와 둘째는 문제가 없지만, 세 번째 경우가 문제가 되는데 세 번째 경우의 일부가 사이코패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번째 경우라고 해서 모두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꼭 사람을 죽이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꿈에서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부모님이 아프거나, 연인과 헤어지거나,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수동적인 방법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사이코패스가 능동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한다면, 이 경우는 수동적인 방법의 감정 해소라고 하겠다. 어쨌건 꿈을 통해 정화되지 않은 감정은 언제 어디서든 기막힌 현실을 통해 해소될 수 있으니까. 우울이 쌓인다면 우울할 일이 생겨서 우울할 것이요, 불안이 쌓인다면 불안할 일이 생겨서 불안할 것이다. 매우 조야한 예이지만 이해를 위해 이렇게 쓴다.


 하여 꿈을 꾸지 않는 경우라고 해서 모두 다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어쨌건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무의식 속에 적체되고 있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다.


 이쯤 하면 기사의 내용도 좀 보강하고, 불필요한 오해도 종식시키며, 꿈을 꾸지 않는 분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추천드린 것 같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기사 자체는 꿈을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통해 꿈에 접근하는 모습이 보여서 인상 깊었다. 기사 중간에 예지몽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내용 자체가 너무 적어서 추가 내용을 첨부하니 예지몽에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https://brunch.co.kr/@neutrality/272


 아쉬운 점은 악몽을 공격적인 꿈과 애매하게 결부해서 마치 악몽을 꾸면 치매나 파킨슨병일 수 있다고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게 쓰여있다. 악몽에 관한 글은 이미 위에 언급해 놨으니 궁금하신 분은 필독하여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면 좋겠다.


 아마도 기사에서는 격렬한 꿈을 꾸면서 실제 잠자리에서도 수면행동장애가 나오는 경우 파킨슨이나 치매와 연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 같다. 이것도 맞는 말이지만 악몽을 꾼다고 너무 치매나 파킨슨 의심 안 해도 된다. 다만 수면 중 행동장애가 심하거나 발을 가만히 못 두거나 하는 경우가 있으면 신경과나 정신과에 방문하길 바란다. 이런 경우는 연관 있으니깐.


 전반적으로 참 흥미로운 기사였다. 앞으로도 꿈에 관한 심도 있는 많은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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