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훈련 다녀온 썰
퇴근길 버스 안. 달리는 버스에서 문제지를 푸는 고등학생을 봤다. 크게 될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서 놀이터 가는 길. 담벼락엔 장미가 지고 어느새 아카시아 향기가 난다. 계절이 바뀌고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했다. 걷기도 힘들다. 더위로 버스로 출퇴근하다가 이제 자가용으로 바꿔야 될 때가 왔다. 동원 훈련을 다녀온 사이 이렇게 더워졌다니.
동원훈련은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2박 3일의 일정동안 대기가 틈틈이 많이 발생했고 그 시간 동안 짧은 책 2권과 웹툰 2개를 정주행 했다. 아쉽게도 이어폰은 가져가지 못해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일기도 꾸준히 쓰고 글도 한 편 썼다.
동원훈련은 예비군들도 고생이지만 현역 군인들이 정말 고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군말 안 하고 그냥 받고 왔다. 이렇게 해준 요소에는 정말 맛난 짬밥도 있었다. 아니 이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고? 할 때가 정말 많았다. 그냥 급식인데... 아무래도 뭔가 약을 타는 것 같다.
동원훈련에 가 있는 시간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가족과 같이 자는 시간,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환자를 보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박탈당해 보니 그토록 원하는 것이겠지.
오늘도 건강과, 삶의 아름다움과, 책을 읽고 쓸 수 있음과, 세상의 풍요로움과, 나를 둘러싼 온화함에 감사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