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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Jun 07. 2024

이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답일까?

답은 내 안에 있다.

정신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선생님 이 사람과 있으면 너무 힘들어요.
관계를 끝내면 괜찮아질까요?


 이에 대한 답을 치료에서는 바로 주지 않지만,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우리가 어떤 관계 안에서 역동을 겪고 있다는 것은, 나의 무의식이 해소할 감정이 남아 그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을 매개체로 무의식을 해소하고 있다는 증거다. 예를 들어 무의식 안에 불안이 있는 사람은 연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불안을 느낄 것이고, 무의식 안에 버림받을 것 같은 감정이 있는 사람은 어떤 관계를 맺든 그것이 끝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정신역동 중 프로이트나 멜라인 클라인의 이론을 토대로 한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hip theory)에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만 3세까지의 관계에서 인생의 주요 대상과 맺는 관계의 형식을 대부분 형성한다. 부모에게 착취당한 아동은 자라서 연인과 맺는 관계에서도 착취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식이다. 이는 아동의 무의식에 적체된 감정의 해결되지 않은 편린들이 추후 관계에서 삐져나온다고 재해석해볼 수 있다.


 따라서 내 안에 쌓인 무의식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어떤 관계가 내게 오더라도 그 관계의 형태는 내 안에 쌓인 무의식의 형태가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관계를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고, 그것과 비슷한 형태의 감정을 언제 어떤 관계에서 느껴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의식의 근원을 향한 여정은 쉽지 않지만, 숙련된 치료자나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줄 만한 관계가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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