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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Oct 31. 2024

벌레 재판

24. 10. 31

뜰에 앉아 쉬다 보니

한 아이가 쭈그려 앉아 논다


이제 재판을 시작한다.

오늘부터 이 선을 넘으면

다리를 자른다.


결국 너는 넘었구나.

다리를 자르겠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


하지만 이윽고 버둥거리다

선을 또 넘은 벌레


또 선을 넘다니.

정말 어쩔 수 없구나.

다시 다리를 자르겠다.


이제 마지막 다리구나.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없으면 다리를 자르겠다.


한참 뒤 아이가 간 자리엔

덩그러니 몸통만 벌레 한 마리


벌레는 끝까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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