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입 수능날에
오늘은 수능 날이다. 수능을 보고 대입이 결정되던 때가 내 인생의 자기감 만렙 찍었을 때인 것 같다. 그게 자존감인지 자존심인지 자만이었던지 간에 하여간 그런 자기감에 취해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하려고 했다. 하여 당시 유행했던 싸이월드의 나의 미니홈피 대문에는 이런 플랜카드가 붙어있었다.
ㅇㅇ대학교 의과대학
ㅇㅇ동아리 회장
ㅇㅇ동호회 회원
등등등
어디서 많이 본 유형 아닌가?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그리고 또는 드러내고 싶을 때 이런 이력들을 들이밀곤 한다. 흔히 병원에 가면 붙어있는 의사약력, 상패 등이 이런 것을 대변한다. 물론 이런 드러냄은 우리 자신의 실력을 홍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허나 거기까지다. 이걸로 자기 자신을 모두 정의하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이런 이력이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우리 존재를 인정해 줄까? 나는 이런 해법을 제시해 본다.
아이를 안고 행복해하고 있는 나,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며 우수에 찬 나,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포만감을 즐기는 나, 환자를 보며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 나, 책을 읽으며 영감을 떠올리는 나, 명상을 하면서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며 마음이 포근해지는 나.
이것이, 지금 오늘 수능날의 나다. 이 관점에서 나는 항상 변화한다. 찰나의 순간의 나다. 찰나의 순간으로 나를 정의한다. 이 방법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감성이 메말라버린 요즘, 딱딱한 자기감에 순간의 감성 한 스푼 얹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