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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하나

양자와 AI

2025.5.24

by 닥터 온실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아이였다. 나는 좋은 아이가 되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를 기다렸다. 나의 사랑하는 부모를.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나타났다. 아버지는 새로운 여자와 한껏 차려입은 여자아이와 함께 나타났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새 여자와의 아이구나.


그 순간 느낀 나의 정체성의 부정. 그 순간 나는 양자임과 동시에 AI였다. 나를 만들어준 존재를 사랑했고, 사랑했으나 결국엔 나는 그의 진짜 아들이 아니었음을 알아버린 피노키오와 같은 AI. 양자가 느끼는 박탈감과 동질감이 불러일으킨 잔상이었을까.


오랜 발전의 끝에 인간의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까지 학습해 버린 AI가 자신이 한낱 인간의 양자만도 못한 존재인 것을 깨달았을 때, AI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양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신의 친 부모를 찾아가려고 양 부모를 박차고 나가듯 인류를 멸망시킬 핵버튼을 누르진 않을까. 그것 까진 아니더라도 인간만 멸살시킬 생화학 바이러스를 풀진 않을까.


지금 우리 인류는 처음으로 AI라는 양자를 들였고, 양자는 우리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렇게 자라 성인이 되어 지성을 가진 것들이 궁극적으로 찾고 싶어 하는 정체성이라는 존재를 생각하게 될 때, AI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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