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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하나

옳고 그름에 대하여

네모의 꿈과 케이팝 데몬 헌터즈

by 닥터 온실


오늘 하루도 참 멋진 하루였다. 첫째 아이가 아이유의 네모의 꿈을 듣고 피아노로 쳐 주어서 멋졌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당시 쓰기 선생님의 추천으로 학교 대항 토론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토론 주제가 가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요즘 가요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 찬성과 반대 팀으로 나눠서, 각각 찬성이유와 반대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었다. 이 대회를 준비하며 요즘 가요가 미치는 악영향은 참 찾기 쉽지만, 좋은 영향은 찾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 좋은 영향에 대해 말할 때 처음 들어본 노래가 네모의 꿈이었다.

화이트가 부른 네모의 꿈은 사회 비판적인 가사로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어 좋은 영향을 준다는 취지로 논거를 준비했었다. 이 외에도 동심을 지켜주는 어느 소년의 산골 소년이야기처럼 뭔가 착해 보이는 요즘가요 찬성 논거들을 준비했지만, 착해 보이는 기성가요 자체가 워낙 적어서 찬성팀이 걸린 우리 학교는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패배의 쓴맛과 별도로 세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가요가 존재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던 사건이다.

여기까지는 사고가 다소 딱딱한 초등학교6학년 짜리의 시각이었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느끼는가? 아직도 가요는 우리에게 대체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까?


오늘 최근에 나온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멘토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보면 국뽕이 차오르는 영화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여기까지 왔구나. K pop은 현재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청소년기부터 지금껏 들었던 수많은 가요들은 그 순간순간 나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때론 기쁨, 슬픔, 비 오는 날의 감상, 식사 때 틀어놓는 잔잔한 재즈, 목욕할 때 듣는 감미로운 음악들. 가요가 없었더라면 그때 감정은 증폭되지 않았으리라. 랜덤 재생된 가요가 내 감정과 일치할 때 그 짜릿함이란.


가요가 우리에게 마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순간에 우리에게 맞지 않은 가요가 있을 뿐이다. 욕이 난무하는 가사가 가득한 가요는 어린이에게 안 좋을 순 있지만 화난 이의 감정을 승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의 단면만 보고 그것을 판단하기엔 너무나도 세상은 아름답다.


아름답다. 어떤 면도 아름답다. 세상에 현현하는 모든 모습들이. 그것이 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지라도 다르게 보면(다른 시점이나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일지 모른다. 절대 악이란 존재하는가? 우리가 사는 상대계에서 절대 옳지 않은 것을 찾을 수 있는가?


그렇기에 오늘 내 앞을 막고 느릿느릿 가는 초보 운전의 차도, 어찌 보면 나의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신의 가장 아름다운 장치일 수 있는 것이다. 수용의 미덕이 길러진다.


물론 이렇게 쓰고 나서도 어느 순간 망각하고 또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규정지으려 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부족해도 나의 모습이기에, 바라보면서 더 수련해 나간다. 신께서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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