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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Dec 12. 2020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끝은 새로운 시작

 10년 전을 되돌아본다. 10년 전 이 때는 내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초중고 10년간의 공부가 끝나고 의예과에 입학하여 2년간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공부에 매진하는 의학과로 진입하기 직전 시점이었다.

 2년간의 휴식 시기 동안 나는 향후 10년간의 목표를 전문의가 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런 뒤 10년 동안 부단히 달려왔다.


 고등학교 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본 밤샘 공부를 해보기도 하고, 선배들과 함께 합숙 공부를 하는 골학을 경험해보기도 하고, 전에도 기술했던 지옥의 의사고시 실기와 그보다는 편했던 필기시험을 거쳐 의사가 되었다.

 의사가 된 뒤 인턴으로 일주일 연속으로 당직을 서 가면서 환자를 보기도 하고, 수술방에서 또 응급실에서 별의별 장면과 환자, 의사들을 목격하면서 힘겹게 인턴을 마치고 정신과 의국에 입성하였다. 그리고 4년간의 힘들지만 즐겁고 보람찬 수련 끝에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다!


 이렇게 동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인가? 아니었다. 정신과 전문의가 된다고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나의 생활은 의대, 병원에 맞춰져 있었다. 그곳은 나만의 작은 세계였다.


 세상은 내가 나만의 작은 세계에서 경력을 위해 몰두하고 있을 때도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주식 시장에서는 초단위로 셀 수 없이 큰돈들이 왔다 갔다 하고 세계 경제에 대해 공부할수록 거대한 세계가 있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뿐인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우리의 내면세계로의 접근에서 철학, 종교, 인문학적 사유를 하는 큰 흐름들을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고, 그동안 본 환자들보다 더 기구한 사연의 삶들을 세상으로의 창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더 큰 세계가 있었다.


 생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물며 우리의 삶 이후에는 어떨까? 우리는 내가 10년 이후를 미리 보지 못했듯 인생 이후를 미리 보지 못한다.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경험으로부터 나는 생이 끝나는 그 시점 다시 시작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늘 깨어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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