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코로나가 절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불야성이던 도시의 불빛이 밤 아홉시면 꺼지고, 사람들의 발길은 모두 집으로 향한다. 기념일이며 행사며 축제가 사라지고 모임은 미뤄지고 또 잊혀간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한다. 생계가 어려워지고 노약자들이 세상을 떠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이전 글에서도 기술하였듯 코로나의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도시에 살지 않는 나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부분들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아프신 할머니를 보지 못하고 연말 모임도 하지 못하는 등,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가벼운 정도이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코로나로 인해서 바뀐 점 중에 긍정적인 점은 없을지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으로는 회식이 없어서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다. 코로나는 사람들의 저녁을 집으로 돌려놓았다. 물론 집에서의 삶이 누구에게나 평화로운 저녁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이번 코로나 단계 격상으로 자의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집에 일찍 귀가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당장 사이가 좋지 않거나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서는 집에서의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다툼이 늘고 걱정이 늘 수 있다. 회식을 좋아하던 가장에게는 불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어찌 되었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미세먼지 감소이다.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서 물동량이 확연히 감소해서인지 환경오염 정도가 굉장히 줄어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모두 필수적인 것만 하니 이전처럼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환경에 대한 파괴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게 되니 코로나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더 나아가서 코로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인간의 환경파괴가 둔화되고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감소하여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몹쓸 코로나가 지구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을 이용하는 쪽과 보존하는 쪽 중 어느 쪽이 긍정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고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중도적인 입장에서도 무분별한 파괴와 과도한 계발은 지양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난 인류의 과거를 고려했을 때 최근 급 가속화된 계발에 코로나가 건 제동장치는 지구 환경을 고려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 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나의 인생 영화이자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다. 대중에게도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인데, 유명세를 탄 다른 작품에 비해 초창기 작품이어서 그런지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원작인 만화책 버전은 하야오 감독의 철학적인 부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가볍고 분량도 적은 영화를 통해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작품은 미래의 지구를 그리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묘사된 미래에는 '부해'라는 것이 등장한다. 부해는 인간이 마시면 죽는 독기를 뿜어내는 식물이 사는 숲인데, 이 곳에는 사람보다 더 큰 벌레들까지 있어 인간은 부해와의 싸움을 지속하며 점점 멸종해간다.
주인공인 나우시카는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없애고자 하는 대상인 부해 또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부해의 식물들을 채집해 연구하고, 마침내 부해의 비밀에 근접하게 된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부해는 인간이 핵전쟁으로 인해 오염된 지구를 정화하는 정화장치이며, 부해의 아래에는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우시카는 사람들이 부해와의 전쟁을 그만두고 부해와 공생하는 삶을 살도록 이끈다. 원작 만화책의 경우 이에 더 복잡한 내용이 전개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사실 영화만 봐도 하야오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잘 전달될 것이다.
나는 작금의 코로나 상황을 보고 이 부해가 떠올랐다. 코로나도 어쩌면 부해의 초창기 버전이 아닐까? 우리 인간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킬지라도, 그 이후 더 욕심을 버리고 지구가 더 오염된다면 정말로 코로나보다 더한 부해 같은 존재가 나타나 지구를 정화시켜버리는 것 아닐까?
미래는 신종 감염병의 시대라고 한다. 그것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건, 환경 변화에 의한 돌연변이이건 간에 그것에 대한 어쩌면 책임은 인간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 각종 파티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한번 쓰이고 버려지는 자원들, 또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상류층에서 호화롭게 쓰이고 낭비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왔다. 이러한 범 지구적 문제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 코로나가 아닐까?
이 영화는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우리가 계속 욕심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그 대가로 욕심의 양면에 있는 코로나보다 더한 존재와 공생하며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이상 생각에서 비롯되어 영화 리뷰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여 다소 엉성한 글을 마무리한다. 영화는 강추이니 꼭 한번 보시길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