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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Jan 04. 2021

외계인을 믿으시나요?

웹툰)나의 우주

 얼마 전 네이버 웹툰 완결 작품에 뜨길래 우연히 본 작품인데, 그림체가 아주 예쁜 작품이다. 헌데 그림체 만큼이나 달달한 로멘스, 그것도 외계 존재와의 로멘스(!)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떠 올라서 정리도 할겸 글을 써 본다. 좋은 작품을 보았으니 그에 대한 감상을 쓰고 여러분과 나누고 싶달까.

 우선 정신과적 이야기.

 작중 주인공은 어렸을 때 부터 외계존재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그러기를 10년째(노력이 가상하다), 결국 외계 존재와 텔레파시가 닿게 되고, 그 존재를 지구로 불러와서 주변사람에게 빙의시키는데까지 성공한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정신과 의사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듯이 A군 인격장애를 떠올리게 되었다.


 작중에서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 정도로 묘사되었지만, 누군가가 정신과에 내원하여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A군 인격장애로 진단받기 딱 좋을 것이다.


 A군 인격장애는 성격장애의 일종이다. 정신과에는 많은 질병들이 있기에 사람의 성격 또한 질병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이 나타나야지 성격'장애'로 진단하고,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고 그런 성향이 있을땐 성격'경향' 이 있다고 기술한다.
 이러한 성격장애는 A, B, C군 3 가지로 나뉘고 각각 군마다 세부항목으로 나뉘어지는데, 오늘 이야기 할 성격장애는 이 웹툰의 주인공이 속한 것으로 보이는 A군 성향이다.
 A군 성격장애는 조현성, 조현형, 편집성 인격장애로 나뉘는데 A군 성격장애의 전반적 특징은 괴팍함이다. 특이하고, 혼자있기 좋아하고, 공상을 즐기는 성격이며, 주인공과 같이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소통까지 한다면 조현형 성격장애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웹툰 설정상 실제 외계인이 존재하는 설정이기에 주인공을 실제 문진도 하지 않고 A군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정신과 의사로서 만약 주인공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당연히 조현형 성격장애나 망상장애, 조현병 등을 의심할 것이다. 작중 초반에 남주가 그러했듯 말이다.
 
 작품에서는 주인공만 아는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의 끝에서 그런 외계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마무리된다. 그러기에 작중 일어나는 달달한 로멘스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실존하지만, 주인공만이 기억하는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설정 또한 결국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한낱 망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기서 나는 호접지몽이 떠오르며 주인공에게만 실존하는 일련의 사건들처럼 '우리네 삶 또한 우리의 자아가 만들어낸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공고해졌다. 현실은 무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기에, 주인공이 외계인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래서 그러한 만남을 하고 또 그들이 떠나갔듯이, 우리네 역시 우리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와 구분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을 통해 우리 자신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허나 웹툰에서의 외계인과의 달달한 로멘스가 주인공에게만은 실제 존재하는 사건이었듯, 우리네 일상도 우리 자신에게는 당장 눈 앞에 존재하는 사건이다. 그렇기에 나의무의식의 산물일 뿐인 인생의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공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하고 싶은 좋은 웹툰, 나의 우주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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