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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Dec 29. 2020

코로나가 끝난 미래 엿보기 (2)

인간관계에서의 언텍트화

 연말연시를 맞아 친우들의 피드가 바삐 업데이트된다. 나 역시 sns를 통해 친우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피드를 들여다보면, 작년과는 다른 점이 확연히 눈에 띈다. 연말연시면 송년회에다가 신년회 모임 사진이 업데이트되거나, 가족 혹은 친구, 연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국내로 해외로 여행을 떠난 것을 인증하는 소식들이 피드를 가득 매우기 마련이었다. 허나 올해는 압도적으로 집콕 소식이 많은 때다.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이 넘어가는 요즘 실로 이불 밖이 위험한 때이다.
 이렇게 피드를 둘러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코로나로 인한 작금의 사태가 마냥 싫지만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난번 리뷰 글에서 자연에게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이번 글에서는 특정 사람들에게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을 고찰해보았다. 먼저 다음 가상의 사례들을 보자.

 A 씨는 젊은 주부이다. 매년 명절이면 대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에 뒷바라지까지... 명절이 끝나면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뿐이랴? 시어머니 대접에 꼴 보기 싫은 시누이까지 신경 쓰느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연휴는 코로나 때문에 친척들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한 A 씨였다.
 B 씨는 늦깎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그간 공부를 하며 친구들이 여행이며 모임을 하면서 노는 것을 sns를 통해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친구들이 더 이상 모이지도 않고, 여행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 B 씨의 sns에서도 더 이상 친구들의 자랑 글을 볼 수 없게 되었다. B 씨는 마음 한편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C 씨는 회사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말단 사원이다. 회사일 자체는 괜찮은데 매번 회식 때마다 꼰대 같은 상사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느라 굉장히 힘든 터였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방역 단계가 올라가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회식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식당에서도 더 이상 비공식 모임을 하는 사람들조차 받지 않아 퇴근 후 상사들과 마주 칠일 없이 진정한 칼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C 씨는 퇴근 후에 진정한 자유를 찾은 것 같아 요즘 회사 갈 맛이 난다.


  가상의 사례들이지만 충분히 있을 법 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처럼 모임이 싫은, 현대의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거리두기를 오히려 환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할까?
 필자가 이전 글들에서도 계속 말해 왔듯이, 코로나는 미래를 급속하게 앞당기는 역할을 하였다. 하여 지금 추세대로 백신이 접종되고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1~2년 내에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서 삶의 모든 부분이 가역적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필자 주변만 하여도 많은 것이 변했다. 후배에 따르면, 우리 의과대학은 신입생을 받지 않고 모임도 할 수 없어서 모든 동아리가 비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의대의 강한 선후배 관계와 끈끈한 동기의식 등이 시간이 지나며 점점 약화되는 추세였다가, 이번 코로나를 통해 그 추세가 급격하게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제 코로나가 끝난다고 할지라도 의대생들도 다른 대학생들처럼 갠플 위주의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언택트는 어떠한가? 이번 코로나를 통해 사람들은 특정분야에서 언택트가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단인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이전에는 아날로그에 익숙한 높으신 분 들 때문에, 혹은 타성에 젖어 늘 하던 대로 해 오던 아날로그 방식의 회의나 모임들이 시대의 필요에 따라 변하면서 이러한 언택트 문화를 처음 접하게 된 직장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코로나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분야들이 수두룩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코로나가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다. 바이러스 특성상 이번 겨울 동안 정점을 찍고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전제 하에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새벽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이 우리도 현재 어둠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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