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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Dec 28. 2020

어떤 것이 죄일까요?

살면서 지은 죄 돌아보기.

 지난번 지옥에 관한 글을 포스팅 한 적 있다. 이번에도 지옥에 관한 영감이 하나 떠 올라서 써보고자 한다.


우리는 영화나 책, 웹툰 등 매체를 통해 내세에 대해 자주 접한다. 그러한 매체에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은 저승에서 심판을 통해 지옥으로 갈지, 천국(천계)으로 걸지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죄를 심판하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과연 어떤 것이 죄일까? 보통 매체에서는 누가 봐도 죄가 되는 상황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떨까?

 놓아두었던 물건이 훗날 흉기가 되어 사람을 죽인 경우. 놓아둔 사람은 그 사람이 죽은 지 조차 모른다.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살인을 한 경우이다. 대부분은 무죄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음 경우를 보자.

 어떤 사람을 죽였는데, 그 사람은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마였다. 이 경우 살인마를 죽인 사람은 죄인가?

 이런 경우 도덕적인 관점에 따라 유죄인지 무죄인지 갑론을박이 많을 것이다.

 또 어떤 이의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도 죄의 유무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찮은 벌레를 죽인 사람일지라도 벌레의 관점에서는 살인자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세에서 심판의 여부는 무엇에 따라 내려지는 것일까? 지난번 글에서 지옥에서의 처벌은 타인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번뇌에 의해 본인에게서 나온다고 하였다. 즉 어떤 죄를 짓고,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 번뇌가 오고, 또 그것으로 인해 형벌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죄가 죄인지도 모르고 지은 지능이 모자란 생명체나 미물의 경우 그것에 따라 사후에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번뇌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모든 자극들을 낱낱이 받아 들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죄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우리는 사후에 무의식에 기록된 죄의 목록을 받아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사후에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그 죄가 우리가 전혀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면 그 죄에 대한 번뇌 역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지옥에 갈 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죄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죄를 많이 지어도 지옥에 가지 않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답은 '그렇다' 일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인간의 기준으로 죄의 유무를 기술하고 있긴 하지만 사후에 그것이 인간의 기준대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령 인간을 위해서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훗날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어 사후에 심판받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죄의 기준조차 모호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 인간이라는 형태를 공유하는 우리이기에 집단 무의식을 통해 죄의 모습은 어느 정도 공유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의 생각은 본인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저지른 죄는 사후의 행방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이것을 바꿔서 생각해본다면,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큰 해악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도를 닦는 옛 선인들이 세상과 연을 끊고 산속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이 닿지 않으면 혹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그것이 초래할 결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죄와 내세의 심판에 대해서 고찰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죄와 심판 또한 나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에, 나의 양심에 비추어 볼 때 올바른 길을 걷는다면 추후 심판의 자리에서 유리한 고지를 지킬 것이다.

 마음 가는 길 죽 곧은길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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