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외롭고 지루한 취미라고 생각하신다면,
취미가 뭐예요?
혹은 "좋아하는 게 뭐예요?"라는 질문은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해 서먹하고 어색함이 감도는 자리에서 종종 튀어나오곤 한다. 물론 이런 질문을 누군가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순간이나 정말로 할 이야기가 없는 순간 만나게 될 때는 참 난감하기도 하지만. 뭐 그래도 나는 이 질문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쨌거나 상대방을 알고 싶고, 그와 어떤 공통점을 발견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 꺼내는 대화의 소재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미'란 어떤 대가를 얻지 않고도 기꺼이 시간을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닌가. 그러니 무슨 일을 하는지, 전공이 무엇인지, 회사가 어딘지, 와 같은 질문들과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꺼이 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나 반 톤 정도 올라간 상기된 목소리들을 좋아한다. 또 그와 함께 따라오는 좋아함의 부산물들, 예를 들면 '어디서', '무슨 분위기 속에서', '누구와'에 대한 대답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간혹 난감해질 때가 종종 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따라오는 특유의 반응들 때문이다. 독서가 취미라고 이야기할 때면 간간히 조금은 편견이 반영된 반응들을 만나게 된다. 예컨대 '혼자 있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오. 역시 차분하고 조용조용해 보이세요.' '거짓말...'(?) 같은.
물론 책을 읽는 것이 조용히 혼자서 하는 행위인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비교적 시끌벅적하게 독서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니까 독서가 조금은 지루하고 외로운 취미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에게, 혹은 책을 좋아하는 데 어떻게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소개한다! 바로 (자칭)책덕후가 독서를 즐기는 5가지 방법을!
기본 중에도 기본이지만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책을 읽은 후 기록을 해 놓는 것 말이다. 책에 대한 기록이 거창하고 대단할 필요는 없다.
책을 읽으며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요약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읽은 책의 감상을 다이어리에 적어도 한 두줄 정도일지라도 적어 두는 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인상 깊었던 책이 있다면 긴 글로 발전시켜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업로드한다. 그렇게 저장해 두면, 읽었던 책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 블로그에 써 뒀던 20살 무렵의 글들을 보는 건 약간 많이 쪽팔리긴 하지만... 어쨌거나 힘들게 책을 읽었으니까. 기록으로 쌓아두자.
인스타그램은 내가 자랑하고 싶은 내 모습들을 게시하는 성격이 강한 SNS이다. 게다가 원래 초반 인스타그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처럼 현실 지인들보다도 해쉬태그를 통해 공통된 관심사로 묶이는 새로운 관계들을 기대하는 분위기들이 강했다. 그런데 이제 인스타그램도 지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피드 또한 점점 광고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굳이 알지 않아도 됐을 피곤한 TMI로 넘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상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에 질려가고 있다면, 취미 계정을 따로 파서 활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읽은 책을 올리는 일명 북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운영해보면서 이렇게 많은 북스타그래머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참고로 #북스타그램 누적 게시물 수는 1,549,534개)
그리고 그분들은 나의 계정을 친히 팔로우해주시고, 댓글로 종종 소통도 해주신다. 일상 계정과는 달리 북스타그램 계정의 피드는 정말 책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거기서 좋은 책을 추천받기도 하고 이런저런 책 관련 소식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책덕후라면 놓칠 수 없는 굿즈라던가, 작가와의 만남, 출판사 할인 이벤트 등등의 꿀팁들을! 공통의 관심사로 연결된 이들과 나의 독서 활동들을 나누고 싶다면 북스타그램 계정부터 시작해보자.
웬만한 TV 채널 예능만큼 유튜브 콘텐츠가 재밌고 흥미로운 요즘이다. 뷰티 유튜버, 게임 유튜버, 요리 유튜버 등등 인기 있고 대중적인 분야들이 확실하지만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면 별별 콘텐츠들이 다 있다. 그중에 책을 다루는 콘텐츠가 없을 리 없다.
책을 영상 콘텐츠로 다루는 사람들, 일명 '북튜버'라는 이들은 이미 외국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아직 한국에서는 북튜버의 존재가 그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북튜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는 겨울서점 님과 Diana's Bookshelf 님! 나도 아직은 입문자여서 많은 콘텐츠를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두 분의 장점은 편안하고 매력적인 보이스로 책과 관련된 진솔한 이야기를 조곤조곤해주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안비밀인데, 북튜브를 보다 보니 숨어 있던 관종기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일단 채널 개설을 했다. 책을 꼭 종이로만 봐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영상으로도 책을 읽은 감상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 원래 덕질의 핵심은 좋아하는 무언가를 위해 나의 전에 없던 능력까지 내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덕력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강해지는 법이다. 학교 숙제를 하려 'ㅇㅇㅇ의 생애' 'ㅇㅇ줄거리' 같은 키워드를 유튜브에 검색한다는 영상 콘텐츠의 시대니까. 책에 대한 기록들도 이제 영상화해보면 어떨까? 영상 제작 능력까지도 키울 수 있다.
주변을 잘 둘러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쯤 있기 마련. (물론 이것은 엄청난 행운일 수도 불행의 시작일 수도 있다.)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책 모임을 결성한 후 서로를 괴롭혀보자. 혼자 책을 읽을 때는 나의 관점을 비교할 만한 무언가가 없어 아쉽다. 그런데 누군가와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다 보면, 감상도 더 깊어지고 생각할 거리들을 줍줍하기도 좋다.
또 일단 주기적으로 독서를 하는 루틴이 생기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혼자 읽으면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니까. 만약 주변에 책모임을 할 사람이 마땅히 없다면, 독서 모임 커뮤니티들이 많으니 문을 두드려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당신이 책을 읽지 못하는 시간들이 아까울 정도로 독서에 빠져 있다면, 도서 팟캐스트를 추천한다. 팟빵 도서 카테고리에는 이미 책 좀 읽는다 하는 독자들이라면 많이 알고 있을 <이동진의 빨간책방>부터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이동 시간에 평론가 신형철 님이 진행하셨던 <문학동네 팟캐스트-문학이야기>와 <창비 책다방>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문학이야기>는 이미 방송이 중단되었지만, 들었던 에피소드들을 또 들어도 좋더라.
요즘은 내가 아는 목소리들이 등장해서 더 재밌는 <기린 책방>을 듣는다. 느빌의 책방 에디터인 학곰과 연연이 진행해서인지 듣고 있으면 친구랑 같이 수다 떠는 기분이 든다. 물론 원래 친분이 없다 해도 1화부터 들으면 랜선 친구 정도의 친밀감은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 나만해도 연연님을 실제로 모를 때에도 뭔가 이미 내적 친구 같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