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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07. 2018

6. 이별이 남기고 간 것

백영옥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속 사랑 이야기

그 혹은 그녀가 누구이든 간에, 이 트윗의 화자는 실연의 기억을 잊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극복되지 못한 실연으로 낮과 밤이 뒤바뀌고, 오전과 오후가 뒤섞이고, 폭식과 절식 사이를 헤매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달력의 한 계절이 통째로 찢어져 사라진 후의 일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중에서 -



1. 사랑이 끝나고 난 자리


  끔찍한 이별보다도 더 끔찍한 것은 이별을 한 후에도 주변의 일상은 여전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이 학교를 가고 취준을 하고 출근을 해야만 한다. 이별의 감정을 겪고 있는 나를 돌아보아 주거나 마음껏 울고 털어버리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면 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헤매게 된다. 평소에는 별로 듣지도 않았던 슬픈 발라드를 찾아듣고 이별과 관련된 글귀들을 찾아 읽으면 모든 것이 다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어느 정도 위안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일곱시 조찬 모임>의 사강은 정수와 헤어지고 괴로워하다 우연히 일곱시 조찬 모임에 대해 보게 되고 레스토랑에 찾아오게 된다. 일곱시 조찬 모임은 헤어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조찬을 먹고, 사랑과 이별에 대한 영화 4편을 내리 상영하고, 마지막으로 각자가 갖고 있는 물건들을 교환하는 그런 자리이다. 레스토랑에는 개개인의 이별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그 중 한 명이 지훈이다.


  (사실 이 레스토랑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 모임은 결혼정보업체가 회원들을 끌어모이기 위해 만든 자리이자,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미도가 현정과 지훈을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해 꾸며낸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각자에게는 추억인 동시에 고통이기도 한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사강은 모임에서 가져온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려다 찍다만 필름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 되고, 지훈은 각 나라의 언어로 쓰여있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읽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2. 실연의 순간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이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어쨌거나 이번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나 혼자만이 이러한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가끔은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삼년전쯤, 내 절친한 친구 둘은 비슷한 시기에 이별을 겪었다. 그들은 거의 매일 같이 미친 소리들을 하며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서는 즐거움과 슬픔을 넘나듬곤 했다. 당시의 나는 그들을 위로해준다는 명목 하에 신나게 술을 마시고 친구들의 모습을 놀려주었다.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그들의 괴로움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 마저도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일년쯤 뒤, 나에게도 뼈 아픈 이별이 찾아왔다. 그전에도 사귀고 헤어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매일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고, 밥 대신 술을 마셨으며, 그러다가는 끼니다운 끼니를 먹었다가는 토하여 살이 쭉쭉 빠지던 나날. 그 당시 나에게 가장 힘이 되어준 것은 일년 전 이별에 괴로워했던 친구였다.


  친구는 매일 나와 카톡을 해주며 안부를 물어봐주었고, 가끔 좋은 곳에 데려가주며 기분전환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까지 소개해주었으니, 그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그 새끼를 잊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가 같은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이전에는 친구의 이별에 제대로 공감을 하지 못했었구나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당시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되려 슬퍼지기도 했다. 그렇다. 내가 이별을 통해 배운 것은 헤어짐의 고통인 동시에 그 고통에 공감하는 법과 고통을 나누는 법이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며 해줄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는 것. 요즈음은 좀처럼 그런 시간들을 갖지 못한 것 같아 그것이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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