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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11. 2018

16-1. <서른의 반격> 뒷담화

* <느빌>의 오프라인 모임을 기록합니다.

* 발제문과 뒷담화는 전담 에디터 없이 돌아가며 작성합니다.

* 이 뒷담화는 <아브릴의 조작된 세계>에 이어 작성된 '반격' 키워드의 첫 번째 텍스트입니다.



*이번 모임엔 학곰, 박루저, 다희, 이주,  해정, 일벌레, 최생, 연연, 오요밍 님이 참여했습니다.

*본 녹취록은 이전 게시글인 '발제문'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 <서른의 반격> 발제문



1. <아몬드>에 이어 <서른의 반격>을 읽다

 

다희 : 제목에 '반격'이라는 키워드가 있고, '체게바라들의 반격' 등의 문구가 있어서 사이다 같은 내용을 기대했는데 읽다보니까 조금 답답한 감정이 들었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반격'을 성공 여부로만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손원평 작가의 장편이 이전에 발제했었던 <아몬드>랑 <서른의 반격> 밖에 없어서 작가의 특징을 나름 생각해봤는데요. 윤재를 통해서도 그렇고 지혜를 통해서도 그렇고, '지켜야하는 마음'을 소설로 쓰는 작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은 세 번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보통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학곰 : 88년생이 저랑 3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그런 것에 비해서는 별로 와 닿지 않았어요. 일단 제목에서 '반격'이라고 했는데 반격이 어디있는지 모르겠고, 차라리 공격인 것 같아요. 이 인물들이 따라가는 방식이 지혜는 휩쓸려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규옥은 능력이 뛰어난 기인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지막까지도 능력이 좋아서 대기업까지 가잖아요. 규욕이 균열을 낸다고는 하지만 자기계발 서사를 따라가는 균열 같은 느낌이었어요. 시스템이 있고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방법 자체가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이라, 전복이라는 생각은 와 닿지 않았어요.


박루저 : 저는 중간까지 되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지혜와 규옥이 내뱉는 말들이나 그들의 인식들을 세련되면서도 날카롭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캐릭터도 잘 잡는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제가 아쉬웠던 건 뒤로 갈수록 스멀스멀 나오는 아몬드 같은 촌스러운 결말이었어요.


소설 외적인 부분에서는 다르게 보았던 게, 학곰이랑은 다르게 반격이라고 보았어요. 자기 앞의 부당함에 엿을 먹여주는 지혜와 규옥이 보여준 행동이 반격은 맞는데, 막상 마지막에는 이들이 그간 해온 반격을 기반으로 기득권에 편입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어요. 규옥은 자신이 앞으로 변하는지 안 변하는지 보기위해 기득권의 높은 곳까지 가겠다고 했는데, 이게 그냥 단순하게 그간 반격해온던 것에 편입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결말의 선택은 별로인 것 같아요. 이런 결말이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손원평에게 기대한 것은 더 톡톡 튀는 반격이었거든요.


해정 : 처음에는 재미있었어요. 서른살 백수였다가 인턴이 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면에서 공감이 되는 면도 있었어요. 그런데 읽다보니 너무 착하고 메시지가 가득한 소설 같은 느낌이랄까요. 메시지에는 공감이 갔지만, 꼭 이렇게 말했어야 했나라는 느낌이에요. 진보 매체의 칼럼이나 청소년 소설 같은 느낌이어서 읽기 전에 기대했던 느낌은 아니었어요.



2. 계란 던지기의 의미


박루저 : 실제 취직한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요. 일단 취직을 하지만 내 앞에 있는 부당함에 대해서는 싸우겠다 또는 일단 적응을 하고 나중에 변화를 시키겠다는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이 프로파간다 자체가 변하지 않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프로파간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올라간 후에 바뀔 거야'의 실행률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소설에서는 그런 결론을 내고 있어서 이미 취직한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궁금해요.


해정 : 취직하지 않은 제가 먼저 얘기를 하자면, 이 작가님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있는 사람 같아요.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뭔가 바꾸겠다는 게 현실적인 반격 같기는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전복’과는 분명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요즈음의 미투 운동은 소설 속 상황과 아예 다른 것으로 보는 게 맞겠지만, 어찌되었건 그 안에서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안에서부터 바꾸려는 방향이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그게 꼭 없을 일은 아니었구나 배우고 있어요. 조금씩은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희 : 저도 처음엔 소설 제목이 <보통사람들>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처럼 '반격'과는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작가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양심을 믿는 것 같아요.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고 생활을 해야하는 사람들이므로), 아니다 싶은 건 말을 하는 것이요. 그리고 그 부당한 것들에 대해 조금씩 반격을 하면 그런 작은 행동들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거죠. 미투운동의 상황과 소설속재벌가 폭로 등도 이와 같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루저 : 위에 올라가서 변할지 안변할지를 확인해보겠다는 것은, 물론 작가는 변할 거라는 믿음으로 썼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실제 우리 주위의 사례들을보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요.


해정 :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가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도 “아, 그래? 어떡해...” 이런 쉬운 말만 하고 있더라구요. 그런 문제의식에 가담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애매하고, 백수라는 신분자체가 어떤 결격사유 같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회사에 들어가서 직접 부대끼면서... 물론 그러다 마음이 바뀌어서 꼰대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지만요.


일벌레 : 구조에 반격한다고 해서 취직을 거부하고 학벌을 거부하는 것이 반격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도 취직하고 일해야 해요. 구조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 들어가서 부당한 일을 마주했을 때 내부고발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곰 : 저는 회사 내에서 뭔가를 하기보다는 바깥, 대안 공동체에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지금 당장 계란을 던지는 것보다는 나중에 힘을 키워서 반격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저는 진짜 반격은 일단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1인 미디어, 개인이 힘을 가진 세상이 되었고, 한 사람의 한 마디가 몇 만 명의 개인에게 말을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결론은 셀럽이 되자. 그래서 느빌을 합니다.(웃음)


연연 : 저는 계란을 던지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란을 던지면 맞은 사람도 기분이 나쁘고 ‘왜이러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자기가 했던 잘못된 행동을 반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촘촘하게 짜여져 있고, 그 안에서 무언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를 바꾸기는 힘들더라도 그 속의 의사소통의 방식을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 계란 던지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다른 사람에게 통쾌함을 주기 때문이에요. 옆사람과 함께 버틸 수 있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지점을 만들어준다. 같이 읍소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못 바꾸는 상황일수록 더 계란 던지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주 : 저 또한 조용히 버티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계란 던지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 구조나 기업의 구조가 개개인에게 짊어지게 하는 부담이나 괴로움, 의무같은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언제든지 내던질 수 있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반격은 퇴사입니다. 퇴사해야 합니다.(단호)



3. 아쉬웠던 세대 표현


해정 : 아저씨의 먹방 부분에서 작가의 시선이 공감이 안 됐어요. 외로워서 먹방을 한다는 시선 자체가 약간 올드한 시선인 것 같아요. 그들은 외로워서 이런 일을 하고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는 시선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하고 싶은 것은 저 멀리 있는데 그걸 못해서 여기 모여 이러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시선이 조금 폭력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일벌레 : 저도 공감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저 멀리 있다는 전제마저도 아쉬웠어요. 꿈이 확실하게 있어야 하는 것처럼 그렸는데 실제로는 꿈이 다양한 층위에서 존재하는 것을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요즘은 먹방 BJ가 꿈이잖아요.


일동 : 마자마자. 요즘 애들은 BJ가 꿈인데...


최생 : 저도 인물 표현에서 아쉬움을 느꼈어요. 88년생은 이러이러한 것을 겪었겠지 하는 것들로 인물을 묘사하였는데 이게 정말 존재하는 인물인가 하면 잘 모르겠어요.


오요밍 : 그리고 지혜가 만들어낸 가상인물인 '정진씨'가 나오는데... 마지막에는 지혜가 정진씨의 정체를 밝히며 사실은 외로웠다고 말한다.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인주의 속에서 소외되는 개인이 좋지만은 않고 불편할 것이라고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전혀 불편하거나 부족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88년생보다 더 앞선 세대가 우리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벌레 : 맞아요. 저도 규옥이 (정진 씨와 함께 있는) 지혜와 만났을 때 왜 거기서 얼쩡거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 이어폰 끼워주고...) 지혜가 정진 씨를 만들어낼 정도로 혼자 있고 싶은 걸 알았으면 알아서 좀... 저였으면 화났을 것 같아요.


박루저 : '개인주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우리 세대고 나쁘게 생각하는게 윗세대들인 것 같아요. 저한테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랑은 완전히 구분되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거든요. 근데 여전히 우리 세대의 문제를 말하면서 개인주의 운운하면 나랑 참 다른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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