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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21. 2018

1.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학곰의 빅-픽쳐 프로젝트: 치명적인 그리기



지난 이야기


오늘도 '지난 이야기'를 쓰면서 글을 시작했다. 들어갈 것도 없는데 '들어가며'를 쓰며 시작하는 것처럼 '지난 이야기'를 복기하는 것도 어쩌면 습관일 것이다. 나는 과거에 연연하는 편이다. 먼저 간 사람들의 사례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그 행동은 어땠는지, 그 행동으로 말미암아 지금 나는 어떠한지 반복해서 곱씹는다.


좋게 말하면 맥락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얻는 것이 있는 만큼 놓치는 부분도 많다. '나'의 과거를 복기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내가 평가하는 나, 내가 기대하는 나, 그리고 남이 평가하는(이렇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까지. 수많은 나를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은 나는 대상(그릴 것)을 보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발견한다. 그 사람의 코 끝과 눈 밑과 인중과 그림자. 머리를 넘기는 방향, 팔자 주름까지 세세히 뜯어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내가 생각하던 당신은 사실 내가 '생각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당신은 당신 그대로 존재하지만, 받아들이는 나는 당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의 평가, 기억, 생각이 덧붙여져 만든 '당신'은 사진에 찍힌 실제 모습과 차이가 난다.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세 번도 보는 느빌 에디터들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그리는 그들은 내 멋대로 생각한 그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얼굴을 본다. 보고 또 보며 당신에 대해 생각한다. 손은 아직 따라주질 않지만(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임;;) 당신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언젠간 나 아닌 당신들을 가슴에 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아닌 다른 삶을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부끄럽지만 내가 생각하는 치명이고 세련이고, 임팩트다.




첫번째 희생양... 아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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