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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14. 2018

첫 기획 망한 이유 분석하는 글

어차피 망한 거 그림이나 그려보자

* 긴 반성문을 한참 쓰다가 딜리트키를 누르고 다시 시작해본다.


1. 지난 이야기


는 잊어라. 그런 거 없다.



2. 망했어 임마!


단정 짓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지만 일단 속 시원하게 한 마디 해야겠다.



치명적인 인간이 되긴 글렀어!



새해가 밝고 10주가 흘렀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였다. 치명적인 사람은 될 수 없었고, 치열한 삶을 살지도 않았다.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이 글의 (지금은 지워버린) 초고에는 내가 왜 치명적인 인간이 되지 못했는지,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지, 이 괴로움을 해결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 그런 식의 반성문을 에이포 한 장 반쯤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걸 누가 보나? 너 같으면 보겠나?



내용은 대강 이랬다. 남과 비교하고, 그로 인해 불행했고 그 불행을 해소하기 위해 카페에서 고민하고, 혼자 산책하면서 불행의 원인을 쫒아 고뇌하고 하는 식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런 글이 쓰여있었다.


올리비에 지루가 지루함에 고통받고 있다


계획도 못 지키고! 그걸 만회해보겠다고 쓰던 글도 망치고!


그래서 그냥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올초에 세웠던 치명, 세련, 임팩트 계획은 일단 지금까진 망했다! 어쩔 수 없다. 나도 노력이 부족했고, 목표도 구체적이지 못했으니까 망할 수밖에. 그렇지만 한 번 망했다고 인생이 망한 것은 아니니까.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시작을 해봐야지 않겠는가.


이왕 망했으니 망한 이유를 복기해본다. 그래야 다음번에는 덜 망할 수 있을 게다.



내가 망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1. 일단 내가 뭘 하는지 잘 몰랐다.


일단 캐치프레이즈는 잘 걸어놨다. "치명, 세련, 임팩트" 있는 사람이 되자! 얼마나 멋진가. 근데 그게 다였다. 치명이 뭔지, 세련이 뭔지, 임팩트가 뭔지 정해놓은 것이 없으니 이도 저도 아닌 서치어-교훈-맨이 된 것이었다.


다음엔 어떻게 해야겠는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해야겠지.



2. 노잼


그냥 노잼이었던 것 같다. 노잼이면 예쓰잼이 되기 위해서 노력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나에게는 말하자면 '개그 철학'같은 것이 있었고, 그 똥고집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침몰해가는 것을 몰랐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다음에 더 성장할 수 있다. 노잼 인정한다. 쓰는 나도 점점 재미를 잃어갔는데 남들은 오죽했겠는가.


그렇지만 태생이 노잼이기에 앞으로도 노잼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말은 접어두었으면 한다. 나는 나름대로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재미있을 예정이다.  추후 만들 콘텐츠를 통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가습기처럼 적셔갈 자신이 있다. 다만 내가 재미있어야 남들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잊어버린 것이 망하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3. 실력은 없는데 증명은 하고 싶었다.


막상 쓰려고 하니 쪽팔린 이야기지만, 나는 내가 글줄 깨나 쓰는 줄 알았다. 그래서 대충 쓰거나, 퇴고 없이 휘갈겨도 사람들이 많이 보고, 공감도 많이 하고 때로는 놀라움에 입을 못 다무는 그런 글을 쓰는 줄만 알았다. 근데 개뿔도 없었다. 별로인 콘텐츠라 별로 안 본 것. 그게 현재의 나에게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뭣도 없으면서 나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근데 인정할 '뭣'이 없어서 속절없이 망한 것이다. 나를 증명하는 데 실패하고, 그 실패가 누적되니까 자신감은 떨어지고, 노잼 유전자만 끝까지 자리에 남아서 결국 고집만 남은 셈이다.


애석하게도 여전히 '뭣'도 없는 실력은 그대로다. 실력은 하루아침에 키울 수가 없으니 증명을 하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다. 쉽지 않겠지만 조회수든 공유든 결과가 안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느빌>에는 양질의 콘텐츠가 많으니 내꺼 말고 다른 에디터들 것을 보시면 된다. 당장 나를 증명할 수는 없어도 나는 계속 나아질 것이다. 저번 주보다 이번 주가 낫고, 이번 주보다 다음 주가 나은 노력은 할 것이다. 언젠가 내가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기록이 나를 증명하는 날이 오지 않겠나.




시원하게 매거진 하나를 날려버리니 기분이 후련하다!(물론 이전의 기록들을 지울 생각은 없다. 그것도 결국 나의 흔적들이니까)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두렵고, 쪽팔렸는데 막상 망했다고 선언하고 보니 외려 기분이 좋아졌다. 망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구나!


그렇지만 오늘 망했다고 망함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세상 원망이나 하면 그땐 진짜로 인생 망한 인간이 되는 것이니까. 망해가면서 다음에 덜 망하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곳. 느빌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출발선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크나크고 원대한 비전 같은 것은 당장 없다. 나는 한 없이 잘은 인간이다. 그래서 일단은 하고 싶었지만 여차저차하여 하지 못했던 사리사욕을 채워보려 한다. 그것은 바로


그림 그리기


다. 실망했다면 어쩔 수 없다. 한때는 "치명, 세련, 임팩트"라는 말만큼이나 공허한 목표를 대고 다닌 적이 있다.


노변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만!" 하며 왼손을 들어 보인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4B연필과 작은 스케치북을 꺼낸다.
"응. 하던 얘기 해."
라고 무심하게 말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그녀의 얼굴을 스케치한다.
"뭘 하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냥 싱긋 웃어 보인다.
커피가 식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고
종이의 오른쪽 위에 날짜와 서명을 적는다.
그리고 쿨하게 한 장 찢어주면서
"날이 좋아서 그려봤어."
라고 말하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그림을 그려주면 상대가 기분 나빠하는 일이 더 많았고, 이 목표는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했었다. 한때는 매일매일 성장하는 내 모습이 갸륵해 페이스북에 개인 페이지를 파서 그림을 그려 올렸었는데, 어떤 놈이(아는 사람이었다.) 지속적으로 그림 접어라, 때려치우라 하면서 지속적으로 악플을 달아서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받고 그림 그리기를 멈춘 적이 있었다.(물론 그 새끼도 차단했었다.)


망하고 나니까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누가 내 것을 보든 말든 나는 나의 외길인생을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냥 그림이 그리고 싶어 졌다. 노변 카페에서 "날이 좋아서 그려봤어."라고 말하는 데까지는 1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10년이 걸린다면 뭐 어떤가. 보기 싫은 사람은 구독 떼고 안 보면 된다. 다만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낫도록, 오늘보다 내일 더 낫도록 노력을 해야겠지.


이번 주는 2018년의 11주 차.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주만 그려보자. 시작도 미미하고, 결말도 미미할지도 모르지만 그럼 뭐 어떤가. 망했으면 망했다고 인정하고 남은 30주에 새로운 걸 하면 되겠지. 당장 이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두려워할 것은 또 무엇 있나.


10주 후에는 에디터들의 서명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보겠다. 는 것을 목표로 한 번 그려보겠다.


일단 다음주부터는 누구든 좋으니 사람 얼굴을 그려야겠다.(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으니 누굴 그린지는 밝히지 않을테야)




그래 10주후엔 이거보단 나아질거라 믿어.

뭐라도 되겠지.  커밍- 순







희희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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