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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Apr 23. 2018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에 대하여

나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개나리~ 개나리~ 얼룩 개나리~(응?)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따라 영업일 아침마다 산책에 나선다. 노래 한 곡 반(약 7분) 정도의 짧은 코스지만 곳곳에 봄이 스며들어 꽤 볼거리가 많다. 파주의 봄은 더디게 온다. 다른 지역들보다 늦되게 울긋불긋 색을 만들어낸다. 대개 봄꽃은 개나리로 시작해 진달래 벚꽃이 피며 화르르 불타올랐다가 나머지 꽃들이 진 후에 철쭉이 끝을 엮어낸다. 나는 개중에 개나리를 가장 사랑한다.


  개나리는 꽃이 먼저 핀 후에 이파리가 돋는다. 푸른 잎이 덤불 위로 올라왔다는 말은 꽃이 질 때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개나리의 푸른 빛을 죽음이라고 생각했었다.  맨송맨송한 가지에 묶어놓은 랍스터의 집게발같은 꽃봉오리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부터 내심 잎이 늦게 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길가에 핀 조팝나무 꽃


  개나리가 졌다고 하여 봄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소확행은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덜컥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려 차를 타고 가다가 무심코 지나치는 들꽃들처럼 우연히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 비단 봄 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죽어가는 동안 마주할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기억하는 것이 나의 작은 행복감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웃어서 행복할 일을 찾는 것. 스스로 행복을 발견하는 것. 나의 소확행은 사계절 끊이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평온이 가득하길! 그리고 행복하시길!






작고 반짝반짝한 게 최고야!

블링블링 투머치! 평소에 이렇게 다 켜 두지는 않아요

아마도 내가 가장 행복하지만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끝나고 하루에 단 한 번만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잠들기 직전의 순간이 아닐까. 사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 중 하나는 바로 눕자마자 10분 정도 안에 잠들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보통 책을 읽다가 잠에 드는 편인데 책을 읽다 스르륵 눈이 감길듯 졸려서 책을 덮고 자려고 하더라도, 불을 끄고 누우면 그새 잠이 다 달아나 버리는 사람이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도 흔하고, 최근 며칠 동안도 친구와 마음의 거리 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긴, 오해 비스무리한 무엇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렇게 나는 속상한 일이나 신경쓰이는 일이 하나라도 있으면 굉장히 힘겹게 잠에 들곤 한다. 그러니까 내게 잠에 빨리 드는 능력은 참으로 부러운 재능 중 하나이다.


안녕, 반짝이들

1/유리병 안에 든 조명. 생각보다 밝아서 이걸 독서등으로 제일 자주 활용해요

2/다이소 벚꽃 에디션때 얻어 온 조명. 벽과 천장에 벚꽃들이 촤르르 쏟아져요

3/코튼볼 조명은 그냥 이렇게 두어도, 어디 걸어 두어도 존예

4/나의 취향을 아는 친구가 선물해 준 무민 조명



그래서 내게 침대 주변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나의 잠을 달아나 버리게 하지 않고 불을 끌 수 있는 침실 환경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니 중요하다고 오래전부터 믿어 왔다. 불을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내 손 근처에 있다면 그래도 쉽게 잠에 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편안한 마음이 필요했다. 처음엔 스탠드 같은 것을 두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왕 켜 놓을 조명, 좀 더 예쁜 걸 켜두고 싶어 졌다.


그렇게 모으기 시작한 작고 예쁜 조명들이 음...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뭔가 모으다 보니 집에 있어도 또 사게 되는 것이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 가운데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바로 내가 잠드는 순간까지 가장 가까이 있는 이 반짝반짝한 것들이겠구나 싶었다.

 

밤에 혼자 누워 조명들을 몇 가지 켜고 있으면 기분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작고 반짝거리는 것이 내 손 근처에 있으니까 그냥 기분이 좋달까. 잠이 오지 않을 때 드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풀려고 하다가 더 꼬일 것 같은 불확실한 오해들을, 그냥 꾹 눌러 담아 두게 하는 건 확실하고 단순한 감정이었다. 바로 '아 예쁘네' 같은. 그리고 이런 확실하고 단순한 감정들은 어떤 해석이나 오해가 들어설 틈이 없어서 더 좋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내겐 소확행이다.




세상 띵언..

 내가〈겨울왕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올라프다. 이유는 단 하나, '난 따스한 포옹을 좋아하지'라는 대사 때문. 나는 '안기'는 물론 '안기기'도 좋아한다. 심장을 포개면 본능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는 과학적 이유는 차치하고, 그냥 기분이가 조크든요. 그러나 당연하게도 매 순간 내 곁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지는 않다.


 처음엔 그래서 인형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잠이 안 오는 날도 인형을 안으면 스르르 잠들었다. 보드라울 수록 기분 상승 곡선은 더 세게 휘어졌다. 그렇게 집에 입주하는 인형이 하나둘 늘어났다. 심지어는 인형들이 나보다 이불을 더 많이 차지할 정도.

 

나와 함께 사는 친구들, 무민, 냥이, 판다, 코끼리. 본가에  토순이 포함, 이만큼 더 있다.


 낮에는 무슨 소용이냐고? 물론, 아주 귀엽다.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면, 귀엽고 보드라운 건 우주를 구하는 게 분명하다!) 반려동물과 그냥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듯, 인형 손으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게 만들고 오구오구 인형놀이를 하다보면 행복해진다. 이런 게 소확행이 아니면 뭐겠어?


 점점 인형을 향한 애정이 커지면서 원칙이 생겼다. 매일 안고 자는 인형을 바꾸는 것. 고루 사랑해주는 주인이 되고 싶거든. 아참, 다음에는 이케아의 웃는 강아지 인형이 입주할 예정이다. 그래서 요즘 이케아를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운전연수 중이다(응?). 곧 보자, 강아지!




짭잘힌 피자와 맥주의 조합은 최고!


소소한 행복? 다른 거 뭐가 필요해. 먹고 마시는 게 바로 행복인데. 술이 있으면 안주가 있고 안주가 있으면 술이 있고 그러면 나는 행복해지고~


그렇다. 내 소확행은 다소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지만 맛있는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다. 뭐 그렇게 거창한 안주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 타코야끼나 편의점에서 파는 후라이드 치킨(치킨 말고 치킨포를 튀긴 스낵!! 존맛!!)이나 감자 과자(포X칩, X을감자를 즐겨먹는다)나 불막창, 닭발 등의 냉동안주 같은 것들 말이다.


주종은 가리지 않는다. 그날그날 먹고싶은 메뉴를 고르고 거기에 어울리는 술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만만한 것은 아무래도 편의점에서 4개 만원에 살 수 있는 맥주다. 요즘 편의점에서는 정말 별별 해외 맥주들을 다 팔고 있어서 맥주들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로 평일에는 혼자서 영화나 예능을 보면서 마시거나 언니와 수다를 떨면서 술을 마시는데 그렇게 퇴근 후 간단한 요깃거리와 함께 하는 반주는 소확행이기도 하고 내 하루의 제대로 된 시작이기도 하다.


사진첩에 이런 사진만 가득한 건 비밀이다


다만 단 하나의 부작용은 가끔씩 폭주하여 미친듯이 안주와 술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전혀 소소하지 않은 행복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지갑은 비어가고 살은 쪄가지만 당분간은 이 소확행을 버리지 못할 듯하다.


 


대학생 때 내 재산 1호였던 클래식바이크


출퇴근길 지옥철이 짜증난다구? 통학 언덕길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구?      

훗, 클래식바이크 안 타서 그런 거 같은데??


나는 매일 룰라랄라뱅뱅하면서 학교 다녔다구. 거의 모 바이크타려고 학교 가는 거였다고 볼 수 있찌. 90년대 클래식바이크 타고 광화문 빌딩 숲 지나갈 때의 그 감성이란.. 으악 글 쓰다 보니 또 시동 걸고 싶어서 현기증 나네;;     

          

응? 출퇴근길에 무슨 감성 타령이냐구? 아침에 5분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감성 타령이냐구?


훗. 나 다음 주에 사당에 약속 있는데 집에서 사당 대중교통으로 48분, 바이크로 20분. ㅇㅈ?     

나 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45분, 바이크로 15분. ㅇㅈ?          

감성 타령 안해두 되니까 30분 더자고 클래식바이크 타자구. 


하나 더 말해줄까? 다들 해방촌 힙한 카페들 어떻게 다녀? 부암동 데이트 어떻게 해? 연남동 맛집들 어떻게 가? 설마 애인이랑 그런 좋은 곳 가면서 그 대중교통도 안 닿는 그 언덕길들 막 헐떡대면서 다니는 건 아니지?     

말 안 해도 알겠지? 아냐 그래도 말해줄게. 힙한 데 갈 땐 클래식바이크 타자구.


하 요즘같이 날씨 좋을 때는 간이의자랑 테이블 바이크에 슥- 싣구 한강 슥- 가서 커피 한잔 슥- 때리면서 감성충전 슥- 해야 되는데; 현기증 나네;;


다들 3 보이상 되는 거리는 클래식바이크 타자구. 일상에서 이동 자체가 즐거워진다니까! 서울이 구석구석 좋아지는 건 덤! 다들 클래식바이크 타자구.     


       





폴폴 풍기는 상큼한 과일 내음새...!

쫀득쫀득하고 말랑말랑한 감촉...!

앙-하고 물면 배어나오는 달콤한 쨈...!




 최근 새로이 발견한 나의 소확행은 ‘젤리’이다.

숱한 젤리들 중에서도 채고는 단연 HARIBO-Fruity Bussi!! 


불과 이주일 전만해도 내게 젤리는 조금 추잡스럽게(?) 진득거리는 다소 번거로운 간식 정도였다.

간식하면 아이스크림!이나 춰컬릿!만을 외쳐온 나였으니까. 젤리는 간식계의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수퍼-아웃사이더였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주일 전, 야밤에 방문한 편의점에서 웬 오동통한 꽃모양의 젤리가 눈에 띄었다.

(이것이 바로 HARIBO-Fruity Bussi와 나의 운명적 만남이었다.)

알록달록하고 말간 겉껍질 너머, 내부에 더욱 진한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한 그 은밀한 모습이란…!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적인 느낌에 결국 사버리고 말았는데 그 후로 입이 심심하거나 뭔가 심정이 고달프거나 달콤한 것이 땡길 때면 냉큼 젤리를 집는 몸이 되어버렸다. 오물조물 씹다보면 겉껍질이 잘려나가 안에 있던 쨈 같은 게 뿅-하고 입 안을 적시는데, 그게 아주 그냥 사람을 옴싹달싹 못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 뽀인트,,,! 많이 먹다 질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그마한 한 알 먹고서 불행해질 리는 없는 소확행의 계의 보증수표, 젤리!!! 모두들 누리세욧.    







가장 빠르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패스트-푸드



많은 패스트푸드점을 다녀봤지만, 그 중 단연코 최고는 버거킹이다. 혹자는 버거킹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세트가격이 다른 패스트푸드점 보다 높다. 하지만 그곳의 햄버거는 정말 거대하고 맛있다.

패티에서는 불맛이 나고, 양파는 아삭아삭하다. 갓 나온 프렌치프라이는 짭짤하며 속의 감자도 튼실하다.


SNS친구에도 버거킹을 등록했다. 일주일에 한 번 쿠폰이 오는데, 단품을 사면 세트로 업그레이드도 해준다. 신제품 와퍼가 나오면 먹지봐야 직성이 풀린다. 오늘 저녁에도 천안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버거킹으로 달려가 새로 나온 몬스터 와퍼를 먹었다. 가족과 저녁 약속이 있었지만, 에피타이저로 기어코 사먹었다.


버거킹의 햄버거는 나에게 만원 이하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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