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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Apr 13. 2018

고등래퍼2 즐거웠어 안녕

우승자가 누구여도 아쉽지 않을 것만 같아

매주 레전드 무대를 탄생시켰던 아이들이 떠난다. 처음엔 시즌1과 비교하며 다소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열여섯에서부터 열아홉까지의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랩에선 기존의 한국 힙합 문화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또 다른 무언가가 반짝였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꺼내 놓았고, 그것이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는 자기고백을 했다. 또 누군가는 삶과 시간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해온 진지한 통찰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아직 자신이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어떤 성공들을 하고 싶은지를 귀엽게 이야기했다.


그래서일까 돈이나 예쁜 여자 친구를 트로피처럼 자랑하는 그 어떤 곡들보다도 더 와 닿는 가사들을 탄생시켰다. 진솔하고 꾸밈없이 뱉어내는 가사들에선 마더 퍼커 같은 단어는 불필요했고, 그런 모습은 오히려 이들을 더 강하고 단단해 보이게 만들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은 무조건 loser들의 비난이라고 Hater들을 쉽게 뭉뚱그리는가 하면 그들의 특성을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 약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비하해온, 그것이 멋진 것이라고 포효하듯 분노하는 몇몇 한국 힙합 가사들과는 시작의 결부터가 달랐다.


이들은 계속 자기가 어떻게 연습하고 성장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인정받고 싶은지. 혹은 어떤 것들과 싸워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가사에 써 내려갔다.


어쩌면 그건 고등래퍼들이 아직은 세상에 제대로 인정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이들은 계속해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게다가 자신이 선택한 이 길을 자기 자신에게 조차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출연자들은 데뷔 이후 큰 성공을 하더라도 분명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섰던 무대를 쉬이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도 이들을 이렇게 보내기는 아쉬워서, 파이널 방송을 남겨두고 방송을 보며 발견한 이들의 매력포인트와 특징들을 적어보았다.


그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탑 5에 포함된 이들을 소개한다. 

짧게 써본 수상 소감 예측은 재미로 봐주시길!



고등래퍼 TOP5를 보내며



조원우 h2adin

수상소감 예측

아... (말잇못하며 전방의 하늘을 바라본다.) 감사합니다. 어.. 동성로 길거리에서 랩시작할 때보다 떨리네요. 허허. 고등래퍼 어... 재밌는 시간이었고. 산이, 치타 멘토님, 근수 친구, 재민이형 윤호형 덕분에 랩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씨익 웃으며)제가 생각해도 제 랩 알파고처럼 개쩌는거 같아요. (어색하게)인정? 어인정→↓. 동민이형 (이것도 어색)인정? 어인정→↓


매력 영업 TIME

헤딘을 보면 뭐랄까 드래곤볼에 나오는 카린탑에 나오는  카린 같았어. 참가자들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npc 같았다고 할까?

난 식인종 다 먹어치워 질 일 없음. 너한텐 선두 줄 일 없음.

물론 약간 노잼캐릭터긴한데(미안ㅠ 어쩔 수 없어) 외골수로 랩 때려박는 게 멋있지 않음?(어휴 딜리버리 미친놈급;;) 헤딘은 실력이 있으니까 누가 오더라도 드루와 하는 자신감 뿜뿜할때 매력이 터지는 거 같음. 그리고 얘는 무대에서 증명해찌

ㅡ(얘 이름이 뭐라고?)


첫 마디 딱 뱉자마자 오ㅅㅂ 헤딘 미칬네. 하는 레전드 무대가 계속 나오잖아ㅋㅋ. 무매력이니 하는 소리에 상처 안받으면 좋겠어. 넌 충분히 잘하고 색이 확실하니까 말이야. 레프리젠트 053! 고마웠어. 앞으로도 계속 잘부탁할게!



윤진영 Clloud

수상소감 예측

Wow..(똑똑 제스처를 하며 더블더블에오 손동작을 보여준다.) 제가 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 데 이렇게 좋은 경험하고 대단한 친구들 만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좋았고요. 아...뭐라케야하지?(부산사투리 억양으루). 영광스럽고 저는 계속하던 대로 하면서 여러분들 많이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란 머리~래퍼 기억해주세요.


매력 영업 TIME

진영이의 매력은 뭔가 훈훈하면서도 본인이 그걸 아는 듯하지만 동시에 겸손한 그 모습이랄까. 행주, 보이비, 담률, 연서랑 동묘 갔을 때 누나가 알아봤어. 막 네 명은 신나 가지고 까불고 하는데 혼자 되게 부끄부끄 하더라? 그러니까 보이비가 '아 모야 혼자 잘생겨서 창피해하는 거야 모야...'라고 팀킬한 것도 킬링포인트ㅋㅋㅋ


아무튼 근데 자기가 어떤 제스처를 할 때 멋져 보이는지 잘 아는 것 같은 게 무대에서도 보여. 이제 방송 후에 데뷔하고 공연 뛰고 하면 아주 여러 팬들 몰고 다니겠어...?(거기 나도 한 명 추가~) 앞으로도 톡톡 튀는 가사들 기대할게! 똑똑! 같은 찰지고 귀에 착 감기는 너의 보이스 증말... 누나가 애낀다..



배연서 Webster.b

 수상소감 예측

(쎄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순둥 순둥한 표정으로 엉엉 울며) 정말 감사합니다. 하 제가 쫌 반전의 아이콘임을 인정합니다. 씁. 하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씁니다. 등장부터 제 캐릭터 만드는 데에 일등공신이었던 동묘 구제샵 주인분들께 감사하다고도 전해야겠고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있게 해 준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머리스타일 추천해주신 분께도요. (MC넉살이 그르르캉캉을 요청한다. 부끄러운 듯 웃으며) 다시 그르륵 칵칵 뱅뱅~! 


매력 영업 TIME

말해 뭐해? 우리 연서 이렇게 멋있어진 것 좀 보세요들. 실력을 후광으로 무대 이후엔 잘생김이 +100 정도 상승해버리는 연서. 미용실에서 팬들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합성해준 사진 수줍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해달라고 할 때 왠지 팬클럽 뽁짝뽁짝 만들어지는 소리 안방까지 들렸고요.. 꽁지머리나 강한 랩 스타일로 쭉 갈건가 싶었더니 스타일 변신하고, 아 라이낏 라이낏 하면서 끼 부리는 거엔 벌써 여럿 입덕했을꺼야. 


탄탄한 실력 바탕으로 이르케 다채로운 모습 보여주는 매력쟁이 연서ㅠㅠ 그리고 넌 왠지 실제로 만나서 얘기해봐도 세대 차이 심하게 안 느껴질 것 같아서 더 좋았어..흑흑. 90년대 노래 어쩜 그리 잘 아는 거니..? 노래방 같이 가고 싶어ㅠㅠㅠ 짝짜꿍 음~ 같이 부르고 싶다구우.



이병재 VINXEN

수상소감 예측

아...(놀라서 말을 잇지 못한다. 옆에서 하온이와 연서가 축하한다) 아... 다른 친구들도 너무 잘해서 우승할 줄 몰랐는데... (울컥한다 고개를 숙이고 울다 울먹이며) 고등래퍼에 나와서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같이 랩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루비룸 형님들도 감사합니다. (키프 사인 흔들며) 키프클랜~ 그리고 제가 인정한 래퍼..선호야 나 우승했어-!(미소)


매력 영업 TIME

처음엔 네가 머리카락때매 얼굴도 안 보이고 괜히 센 척하는 무서운 고딩인 줄 알았다... 하온이가 계속 말걸어도 대답 없이 어두운 아우라만 뿜뿜! 하고 있어서 랩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근데 싸이퍼 한 마디 내뱉자 마자 선호와 함께 병재느님의 랩적인 매력에 빠지고 말았움ㅠㅠ 아니 랩을 어떻게 저렇게 하냐고요... 싸이퍼 영상 거짓말 안 하고 열번 넘게 돌려봤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님. 그 이후로도 레전드 무대 딱딱 내보여주시니 안 반할 수가 없지요. 자기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거침 없이 내보이는 모습이 뭐랄까 마음 아프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잘됐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 거기다 회가 거듭될수록 흥도 많고 정도 많고 애교도 많고....(?) 하온이와 함께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더라. 고등래퍼가 끝나도 계속 새로운 모습 보여줄거징? 기대할게!



김하온 H △ O N

수상소감 예측

(머리를 긁적긁적이며 하늘을 쳐다본다. 한참을 말잇못...) 하하하 와. 정말 감사해요. 오늘 무대 다른 친구들도 진짜 잘해줘서. 정말 다 멋졌어요. 와. 우승 욕심은 정말 없었는데 이렇게 또 흘러가는 대로 하다보니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을 보고 또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인생이라는 길이 참 예상대로 안흘러가기도 하는데 즐겁게 즐기다보면 또 이런 선물을 안겨준다는 것이 재밌는 것 같네요 헤헤. 음악을 하는 일은 혼자만의 방에서 명상을 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정말 외로웠고요. 그런데 고등래퍼에서 병재도 그렇고 저와 길을 함께 걸어줄 동료들을 찾았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아. 


매력 영업 TIME

하온이는 도대체 몇 번째 생을 사는 거니..? 솔직히 말해주라. 어디서 그런 초연하고 깊은 가사가 나오는 걸까. 헤헤 웃으면서 머리 긁적이는 데 랩은 또 겁나 잘하고. 무대에서 긴장하는 느낌이 1도 안들고 정말 즐기는 느낌이여서 보기 좋아. 


엘사같이 차가웠던 병재의 마음을 허문 너의 그 따뜻한 친화력도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모른당. 왠지 이 방송 끝난 후에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도 다녀올 것 같은 느낌인데, 그렇게 또 트레블링하구 와서 깨달은 것들 바탕으로 멋진 음악 많이 보여주길 바라.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법, 친구를 칭찬하는 법, 겸손하면서도 자존감은 높아 보이게 말하는 법 등등. 매 방송마다 너한테 되게 많이 배웠다 하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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