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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an 14. 2018

5-1 <아몬드> 뒷담화

손원평, <아몬드>와 시스템 속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대하여

* <느빌>의 오프라인 모임을 기록합니다. 느빌런(?)들의 열띤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 발제문과 녹취록은 전담 에디터 없이 돌아가며 작성합니다.



1. 첫-숨이 멎어들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560p)>, <첫숨(427p)> 도합 987p라는 빡센 2주를 보내고 기력이 쇠한 느빌런들은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은 가벼운 책을 찾았다. <첫숨>에서 제시한 "시스템과 개인"이라는 바운더리에 맞으면서, 얇고(중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조건으로 다음에 읽을 것을 물색했다.




우리는 답을 찾아냈다. 늘 그랬듯이.



다희(a.k.a 카타리나 킴)님이 '그 책'을 추천했고, <느빌>은 해외 고전, 르포, 한국 SF소설을 넘어 새로운 땅으로 한 발 내딛었다. 시스템과 개인이라는 맥락에 걸리고!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바로 그책.



<느빌> 그 다섯번째 모임에서는 손원평의 <아몬드> 다뤘다.



아몬드(2017)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는지 한 번 확인해보자.



*이번 모임엔 학곰, 박루저, 다희, 동석, 이주,  오요밍 님이 참여했습니다.

*본 녹취록은 이전 게시글인 '발제문'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 아몬드 파워 발제문



2. 녹취록 - 《아몬드》


* 오요밍의 발제문을 읽고 (발제문은 모임 이후 새로 작성되었습니다.)


1. 시작 - 아몬드의 인물들과 현대인의 모습


오요밍 - 아몬드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문체도 예쁘고. 발제문 얘기를 하자면, 책 소개를 출판사에서 먼저 봤어요. 주인공 자체를 현대인을 투영시킨 것이라 표현하더라고요. 감정에 무뎌지고 있는 현대인과 비슷하다고 평가되어있었습니다. 


곤이라는 대척점. 윤재라는 친구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친구에 대해 이상하게느끼는 게 더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 였으니까요. 충분히 나의 감정을 숨기는데 윤재의 태도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곤이를 정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표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사회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바람직한 현대인이 맞는 것이냐, 감추는 게 맞느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다희 -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면 주인공이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기 보다는 주인공 이외의 이들이 현대인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곤이도 정상적 사람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윤재 이외의 사람들이 멀리 있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모습들을, 오히려 감정을 못 느끼는 이의 입장에서 어색해보이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포항 지진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각 지역별로 반응이 달랐던 것처럼요.


박루저 -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저도 이 소설은 현대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 특히  감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관계'에 대해서요. 사실 흔한 주제인 것 같은데도, 디게 몽글몽글한 소설을 오랜만에 봐서인지 너무 좋았습니다. 문제도, 결말도, 유치한 대사들도, 다요. 다만 한편으로 아쉬었던 점은 100쪽 정도 읽고나서는, '주인공을 울리겠구나'라는 결말이 너무 강하게 예상 되는 것이었어요. 


학곰 - 저는 아몬드의 주인공을 현대인 일반의 이야기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특수한 이야기,  일본 소설 중 <편의점 인간>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책에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윤재와 비슷한 인물이 나와요.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인물이죠. 선생님이 화가 났을때 대개는 죄송한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숙일텐데 선생님의 바지를 내려서 화난 상황을 없애는 일반적이지는 않은 인물이죠. 초반 설정은 그러한 특수함이 매우 좋았어요. 그런와중에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예상가능한 얘기로 흘러서 조금 아쉬웠어요. 대체적으로는 뭔가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잘 못살린 것도요.


이주 -  저는 오히려 이 책이 엄청난 뻔함과 감동코드로 끝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데 그래서 좋았어요. 특히 소설이 마무리되고, 당연한 결말이 된 후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소설이 작가의 말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작가의 말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자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없고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라고 솔직하게 얘기한 부분이 특히.


2. 청소년 소설?


동석 - 타겟층을 했을 때 청소년 소설이다보니 이것을 읽는 독자가 중고등학생이라고 하자면, 뒷얘기가 뻔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이렇게 끝나야 하지 않았을까요.


학곰 -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단-호) 잔혹동시가 처음 나왔을때 어른들의 반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게 교육을 하자는 그런 얘기들이요. 하지만 어차피 마주하게 될 이야기들이고, 오히려 솔직한 이야기인 것이죠. 

전에 얘기했던 것에서 맥락을 잡아가면 그을린 사랑 발제 때 장강명이 현재 20대를 이야기할 때 20대가 그것을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위험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코멘트를 박루저님이 했었지요. 이런 판단은 20대 초중반이 되어서 형성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부터 이건 아니야 이건 맞아로 판단해보는 것을 경험하면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박루저 :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호2). 청소년 책이니까 이 정도 수준이면 된다니요. 하하.. 


동석 - 이정도면 읽기 좋다가 아니라, 이런 결말이 좋다보다는 이런 결말이 안전빵이었을 것이라는 의미였어요.(마케팅과 실제로 책을 접했을때) 어른들이 보기에 좋았다 로 평이 끝나면 안될 것 같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학곰 - 이 책이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는 건 어찌되었든 심사의원들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죠.


이주 - 청소년 소설을 읽었을 때의 와닿음은 없었어요. 이 소설을 청소년소설로 제한하는 것은 아쉽습니다. 대신 이 결말은 그냥 작가가 쓰고 싶은 얘기를 썼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결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3. 시스템 속의 개인과 개인의 관계


다희 - '괴물'이라는 카피에 조금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가혹하고 잔인한 이야기일까 생각했는데 윤재는 생각보다 너무 착했어요. 또 곤이에게는 과하게 가혹한 상황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동석 - 터미네이터 2에는 감정을느끼지 못하는 로봇의 등장합니다. 함께 여정을 하면서 결국에는 이 로봇도 인간적인 면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죠. 주인공 아이가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는 아이에게 메뉴얼처럼 감정 사용법을 가르치고, 아이는 처음엔 시키는대로 하다가 점점 나아지고 변화합니다. 처음에는 감정에 서툴렀던 윤재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야기의 결말은 보수적이긴 했지만요.


이주 - 이 소설이 아쉬웠던 부분은 실제 병을 이야기할 때 상상을 더해서썼다고 밝혀져 있는데. 이런 사람이 정말 있다면, 어느정도 현실성을 가진 건지 궁금했어요.


학곰 - 맞아요. 감정이나 사회화,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감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이런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이야기가 진부했다고 표현하는 이는 주인공을 다수의, 흔히 정상이라고 말하는 존재로 교화시키는 과정이 조금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에요.  이런 아이는 이 아이의 방법으로 세상 살아가며 성장하는 그렸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동석 - 어디에서 시선을 두느냐에 다른 것 같아요.  첫째로, 다른 아이들이 윤재를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은데 이 아이는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해서 경시하는 태도. 둘째로, 윤재가 (시스템에)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수 있게 사회에 적응해가는 것(그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고 사회의 모든면이 어두운 건 아니니까요.)이죠.


한편으로 아이도 적응을 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곤이와 윤재가 대척점에 있다기 보다는 비슷한 인물처럼 보였어요.. 윤재는 감정이 없어서 그렇게 행동하고, 곤이는 감정을 지우고 사람을 대한다는 점이요. 이런점에서 윤재와 곤이는 같은 카테고리에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척에 포함되지 않는 그런 존재들로요.


박루저 - 동의합니다. 저도 그 둘이 같은 카테고리의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첫숨>에서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아몬드>에서는 그 속에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말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개인끼리 접속하는 지를요. 


이주 - 아몬드에서는 사회화얘기를 하면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주인공 둘이 사회에 적응해 버린다고 말 하기에는 어렵고. 개인과 개인에 집중해서 어떻게 만나는지가 궁금한 이야기로 보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다희 -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지점, 반성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타인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자는 태도,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너무 쉽게 판단한 것은 아닐까 하는.


동석 -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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