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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28. 2018

한병철 <피로사회> 읽은 척 가이드

저자 인터뷰만 슥 보면 책 한 권이 전두엽에 똬악!

* <문학 읽은 척 가이드>에선 문학 읽은 척 스킬을 알려드립니다.

* 문학토크, 8할이 허세입니다. 기죽지 말고 허세엔 허세로 대응하세요!

* 프롤로그를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 이번 호도 페이크 인터뷰입니다. 




1. 저자소개 싸이퍼

병철더영웨이ㅣㅣ


박루저  : 안녕하세요 선생님. 자기소개 좀 짧게 해주실 수 있나요?


한병철  : 닥치고 비트나 주시게나. 날 소개하지. 이름은 한병철. 직업은 철학자이자 교수야. 최근에는 정원덕질 3년 했더니 환경론자로 불리기도 하지. <피로사회>로 독일과 한국에서 대박을 친 뒤에는 저술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라네. 취미는 정원덕질이랑 피아노 연주일세.


박루저  : 음 돈 맛을 아셨다 이 얘기인가요... 무튼 취미가 피아노라고 하셨는데, 되게 실력자이시던데요? 지난번 강연 때도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출판사에 요구하셨다고 그러던데. 


한병철  : 하하 맞아 그랬다네. 내 멋짐을 보여주고 싶었지.


박루저  : 맞아요 얘기만 들어도 멋지던데요? 출판사 쪽에서 준비해 준 야마하 피아노 소리가 깊이가 없다는 둥 엄청 쫑알쫑알 대셨다고. 유명한 일화이던데, 피아노에 조예가 깊으신가 봐요! 


한병철  : 어허, 그 날 얘기는 그만하지.


박루저  : 왜요 멋있으신데! 막 그날 진상을 지적한 관객에게 "입 다물라"거나 "나가라"하고 "문학과 지성사 내가 먹여 살리고 있다"라고 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잖아요! 스웩 넘 멋있어요~~ ★


한병철  : 그만하게. 일종의 기행이자 퍼포먼스였다고... 이제 책 얘기 좀 하는 게 어떤가?


박루저  : 그럽시다. 어차피 교수님 대신 출판사가 사과두 하구 그랬으니까! 이제 책 얘기해볼까요 우리?


한병철  : 레츠기릿. 




2. 책 내용파악 TALK

병철더영웨이ㅣㅣ



박루저  : 그럼 이제 <피로사회>라는 책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책을 독일에서 발간 직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새로운 문화비평의 한 축이라며 매우 큰 이슈가 되었잖아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구요. 본인 책의 메시지에 대해 스스로 짧게 코멘트하신다면?


한병철  : 내 책의 주제를 나 스스로 얘기하라니. 없어 보이게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가 먼저 아는 척 씨부려보시게. 


박루저  : 그럼 제가 먼저 읽은 척 한 방 쏴볼까요? 책을 요약하면 이런 거죠.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 있다. 우리 시대 그 질병은 ‘피로 혹은 우울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기착취다. 이거 아닌가요?


한병철  : 음... 그 정도 아는 척으로는 부족하다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해야 한다네. 그러니까 20세기까지만 해도 우리는 푸코가 말한 규율 사회에 살고 있었어. 자신 외부에 있는 규율로 인해 복종하는... 


박루저  : 아악. 푸코 니체 이런 얘기는 그만이요. 아는 척에 그런건 무쓸모합니다. 그런 거 빼고 해주시죠.

  

한병철  : 어허 그럼 되나. 내가 패기 넘치게 <피로사회>에서 푸코, 아렌트, 니체를 다 깠단 말일세. 내 책을 아는 척하려면, 최소한 푸코를 한번 정도 언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박루저  : 음 알겠습니다. 조금 더 해보시죠. 


한병철  : 그러니까 20세기까지 우리가 규율사회에 살았다면, 21세기의 우리는 성과사회에 살고 있다는 얘기지. 두 사회엔 큰 차이가 있어. 그리고 이 과도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피로'와 '우울증'인 게야. 


박루저  : 그 차이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발 좀 간략하게요. 아는 척으로 써먹기 좋게!


한병철  : 알겠네. 규율사회에선 금지, 명령, 법률 등 '부정성'으로 우리는 복종하게 만들었다면, 지금의 성과사회는 프로젝트, 자기계발, 모티베이션 등 '긍정성'으로 우리 스스로 주권을 버리게 만든다네. 과거에는 '하지 마!

' 이러면서 우리를 가두었다면, 오히려 지금은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넌 다 할 수 있다구!'라고 부추긴다는 거지. 이 긍정성의 과잉상태가 인간 주권을 죄다 빼앗아가면서, 우리 사회가 병리적인 상태로 들어간 거라네.


박루저  : 음, 그렇군요. 그렇게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병철  : '생산성' 때문이지. 규율사회로 이뤄낼 수 있는 생산성의 한계에 부딪히자, 이제 성과사회로 들어서게 된 거라네.


박루저  : 아하. 근데 그건 알겠는데, 그걸 사회가 강제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각자가 다 자유의지로 사는 사람들인데... 무슨 메커니즘으로 사회를 그렇게 바꾸는 거죠?


한병철  : 매우 좋은 질문이야.  규율사회에선 그 규율에 벗어난 인간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면, 성과사회에선 성과가 없는 인간을 '낙오자'로 만든다네. 과거엔 범죄자가 되기 싫어서 복종하였다면, 지금은 낙오자가 되기 싫어서 스스로 착취하는 거지.


박루저  : 그렇군요. '과거의 범죄자가 오늘날의 낙오자로 대체되고 있다.' 이 정도 아는 척이면 어떤 북토크에서라도 씨부릴 수 있겠는데요?


한병철  : 그래. 허세 넘치는 북토크에선 그런 디테일한 아는 척이 중요한 걸세. 




2. 긍정이데올로기 한국사회



   


박루저  : 그럼 이제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시죠. 이 책은 원래 독일에서 먼저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서 한국에 들어온 책이잖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독자는 독일인으로 전제했을텐테, 독일이랑 한국사회가 ‘피로사회’라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여기나요?          


한병철  : 음 그렇지. 성과사회라는 점에선 서구사회와 한국은 전혀 다르지가 않아. 다만 다른 게 있다면, 한국에선 여전히 냉전의 패러다임이나 당시의 질서가 종식되지 않았다는 거지.      


박루저  : 어맛? 무슨 싸이월드 담벼락같은 소리세요? 베를린장벽 무너진 지가 언제고, 박정희의 딸이 503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 지가 언젠데요! 이제 그 패러다임은 끝났다구요.


한병철  : 하하 자네야 말로 버디버디 전쪽같은 소리하는군. 냉전이나 혹은 박정희 패러다임이 끝났다는 건 착각에 불과해. 한국사회는 여전히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시각으로 많은 걸 보고 있다네. 북한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지. 여전히 북한을 주적이라고 떠들고, 국내에서도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는 딱 이분법으로 거의 모든 입장이 갈리지. 여전히 냉전 패러다임 속에 있다는 뜻이야. 광화문 태극기 시위가 아직도 주말마다 활발한 것을 보면 모르겠나.


박루저  : 음 뻔한 소리시네요. 아무튼 그래서 한국도 성과사회라는 점에선 같다는 말씀이신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시죠.


한병철  : 화병이라고 아나? 그거 한국 사회에만 있는 병이라고. “신경 끄기의 기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미움받을 용기” 같은 책들이 잘 팔리는 건 같은 맥락이야. 한국사회는 여전히 강박적으로 ‘긍정’한다네. 비판하는 사람과 거절하는 사람들을 삐딱하고 불편한 사람으로 여기지.


박루저  : 여기서 긍정이라 함은..? 책에서도 피로사회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긍정성’이라고 열라 써놓으셨잖아요. 


한병철  : 세세하게 따지자면 두 가지 의미지. 단순하게는 일상에서 스스로가 그 상황에 대해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다가 탈진한다는 거야. 두 번째는, 큰 차원에서의 ‘긍정 이데올로기’라네. 이 제도나 이 사회 전반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내 삶이 '낙오자'가 되지 않는 게 먼저라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큰 폭력에 휘둘리기 싫어서 자기가 작은 삶에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버린다는 거네.


박루저  : 음. 그러니까, 실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기 스스로 이 성과사회와 제도를 긍정하면서 탈진되어간다 이 얘기군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오래 주장해왔다고요! 우리는 자기계발을 까는 척하면서, 실은 누구보다 스스로 자기계발적 삶에 충실한다고...

  

한병철  : 하하 맞아. 주위 둘러보면 그런 사람들 천지 일 걸세. 누구보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서 주위 사람들한테는 매번 회사 힘들다며 욕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지.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 아닌가? 이건 그야말로 ‘자기착취’라고. 


박루저  : 그러네요. 전형적인 모습이죠. 주변 사람마저 박탈감을 느끼고 힘들게 한다는 점에선 '자기착취' 이상이구요. 


한병철  : 한국에서 유독 멀티태스킹이나 융합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하다네. 멀티태스킹? 융합? 훗. 그거 정보사회의 필수적인 능력 같지만, 사실 퇴화라고. 야생의 동물들에게나 필요했던 게 멀티태스킹이었다네. 밥 먹을 때나 짝짓기 할 때나, 늘 경계하고 다른 걸 신경 써야 한 게지. 오히려 인간은 사색하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박루저  : 죄송한데 멀티태스킹이나 융합에 대해선 안 물어봤어요. 다음 얘기로 넘어가시죠. 우리가 살고 있는 피로사회에 대한 해결책이요!



3. 그래서 해결책은요?



박루저  : 우리가 왜 이렇게 피로했나, 이건 이제 밝힌 거지만, 그 뒤에 그래서 어쩌자고? 이게 남은 거잖아요.      

한병철  : 피로사회에 대한 해결은 내 책의 몫이 아니야. 그동안 자기가 왜 피로하고 우울한지 조차 모르고 살았던 이 시대의 원인을 밝히는 책이었다고.


박루저  : 허, 무책임하신데요? 그래도 아는 척할 수 있는 멘트 몇 개만 투척해주시죠.


한병철  : 음... <피로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색은 앞으로 더 많이 이루어져야겠지만, 내 책에도 조금은 써놓았네. '중단'을 하자고 제시했다네.


박루저  : 맞아요. 그 대목 인상적이던데요. 심심함이나 무료함을 못 찾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사람들을 지적하셨잖아요. 기계적이고 강박적인 어리석음이라고 분석이었죠? ‘중단’을 무서워서 못하는...     


한병철  : 그렇다네. 앞에 말했듯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지.    


박루저  : 근데 그건 너무 뻔한 얘기 아닌가요? 조금 더 여유를 가져라, 이 따위 얘기들은 수많은 힐링 책에서 하는 말이라고요. 이 사회에서 여유와 중단을 외치는 건 선생님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에다 잘 사는 기득권이나 하는 게으른 소리일 텐데요?


한병철  : 역시. 요즘은 나이 든 사람이 뭐라 해도 꼰대 얘기밖에 못 듣지. 참 웃기는 일이야. 사실은 우리말이 다 맞다는 걸 알면서 말이지. 무튼 내 책의 역할은 그거라네. 강박적으로 자기착취를 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 그렇다면 그 인식 뒤의 해결은 각자에게 잠시 남겨두지.       


박루저  : 그러시죠. 알아서 할게요 :) 자기애가 넘치는 것 같아 부러워요! 우리는 피로사회에 살구 있는데 말이죠!


한병철  : 그걸 해보면 어떻겠나? 꺼지는 거 말일세.           


박루저  : 넵 그럼 20000.



여러분, 이거 다 그짓말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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