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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13. 2018

데이빗 소로우 <월든> 읽은 척 가이드

작가와의 만남!

* <문학 읽은 척 가이드>에선 상대의 몹쓸 문학 아는 척에 대응하는 스킬을 알려드립니다.

* 문학토크, 8할이 허세입니다. 기죽지 말고 허세엔 허세로 대응하세요!

* 프롤로그를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0. 저자 강제소환 인터뷰


읽은 척 가이드마저도 어렵다, 읽은 척 가이드를 읽은 척하고 싶다, 는 황당한 반응들이 있었다. 그래서 포맷을 쪼금 바꿨다.


'인터뷰'다. 저자와의 대화를 보기만 해도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마치 포켓몬 빵을 안 먹어도 띠부띠부실 스티커를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공짜 수준의 쉬운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저자를 불러다 놓고 이것저것 물으며 읽은 척 스킬을 떠먹여 줄 예정이다.



저자와의 인터뷰 첫 번째 주인공은 스테디셀러 <월든>의 작가 데이빗 소로우!


거의 2세기 전에 하늘나라에 터를 잡으신 저자를 불러다 놓고, 이것저것 물었다. 저자의 약력부터 책에 대한 메세지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이제 인터뷰만 슥 보고 쉽게 읽은 척 하자고들.

레츠기릿.



1. 자기소개 TIME

헨리 데이빗 소로우


박루저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될까요?


소로우 : 허허. 날 소개하지. 이름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취미는 농사와 meditation. 특기는 자본주의 디스와 음풍농월, 그리고 국가에 대한 반항이라네. 1817년에 태어나, 1862년에 결핵으로 죽었지. 사후에는 초월주의 문학의 대가 또는 미국 문학의 죽지 않는 정신으로 불린다네. 힛.


박루저 : (놀람) 국가에 대한 반항이요? 듣기로는 작가님은 세금도 보이콧하셨다던데..?!

 

소로우 : 훗. 맞아. 흑인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서 그 항의의 표시로 세금납부를 거부하는 스웩을 보였던 적이 있지. 그 결과 감옥에 가기도 했다네. 깜놀한 나를 대신해 친척이 세금을 내줘서 하루 만에 풀려나기는 했지만 말이야. 이때 나의 생각은 또 다른 마스터피쓰 <시민의 불복종>에 나와 있다네. 역시나 스테디셀러지. 힛.


박루저  : 그러시군요. 결국은 친척이 밀린 세금 주고 나왔다, 이 말씀이시네요. 조금 없어보이는데요? 그리고 살아생전에는 동양철학에도 관심이 많으셨던데요? 특히 공자왈 맹자왈 오지게 하고 다니셨다고....


소로우 : 오 그렇다네. <월든>에서도 많이 인용했지만, 공자의 사상은 오히려 당대의 미국에 매우 필요한 사상이었거든. 그나저나 내가 죽은 이후로는 내가 동양철학의 자연을 허접하게 이해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던데...


박루저  : 맞습니다. 아주 엉망이던데요?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월든>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소로우 : 좋지. 렛츠기릿.



  

2. 책의 주제 TIME

여러가지 월든


박루저  : <월든>은 불멸의 고전, 가장 많이 팔린 미국 책, 무위자연의 실천 등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잖아요. 후대에 붙여진 이런 뻔한 수식어 말고, 선생님이 스스로 책의 주제를 말하신다면요?


소로우 : 책의 주제라... 음... 19세기 중엽부터 강력하게 시작된 자본주의적 삶에 대한 미국의 편입과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박루저  : 잠깐만요 스탑! 너무 구구절절 노잼이에요. 제가 대신 정리해드릴까요? 음.. “농민 코스프레에 빠진 사회 부적응자, 2년간의 농민 코스프레 이후, 숲 속 힐링을 열라 떠들어대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소로우 : 그 입 닥치게나. 그 숲 속 삶의 체험은 그 따위 음풍농월이 아니었다네. 훨씬 더 큰 인문학적 기획이었다고.


박루저  : 인문학적 기획이라뇨? 그냥 숲에 가서 풀 먹으면서 2년 열라게 버티신 거잖아요?


소로우 : 뭘 모르는 친구구만. 내 책은 내가 살던 19세기 중엽 미국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없다네.


박루저  : 변명 지렸따리 지렸따. 그럼 그 얘기를 좀 간략하게 해주시죠. 노잼이긴 하겠지만 일단은 듣고 있겠습니다.


소로우 : 19세기 중엽의 미국은, 외부적으로는 멕시코와의 전쟁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남북이 노예제도를 놓고 갈등 중이었다고.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본격화되기 바로 직전이었어. 이 과정에서 ‘미국스럽다’는 의미가 변질되기 시작했어. ‘자유와 평등’이라는 게 미국스러운 것으로 떠오르더니, 나중에는 ‘자유기업’, ‘자유경쟁’마저도 죄다 미국스러운 것으로 되어버렸다구.

결과적으로 '외적으로는 부유하고 내적으론 가난한 상태'가 미국인의 표준이 된 거지. 이걸 거부하고  ‘외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내적으로는 부유한 상태’로 미국인의 표준을 되돌려 놓고 싶었던 것이라네.     


박루저  : 흠... 19세기 중엽에 이미 시장경제와 도시적 삶의 양식을 비판했다는 건 저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삶을 주장하고 실천하였다는 건 ㅇㅈ하기 좀 거시기하네요. 특히나 공자왈 맹자왈 동양철학을 인용한 건 쫌...


소로우 : 쫌 뭐..? 계속 씨부려보게나.


박루저  : 동양철학을 매우 허접하게 인용하셨짜나요. 선생님은 공자를 들먹이며 자연친화적이라고 오지게 우기지만, 그게 말로만 자연친화이지 않습니까. 사실은 책에서 선생님은 구구절절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연을 이용하고 또 결정하려는 매우 강한 충동이 있잖습니까. 자연친화랑 거리가 멀다구요.

실제로도 2년만 바짝 체험하고, 이러기엔 인생이 아깝다, 할 일이 많다는 식으로 다시 숲에서 ㅌㅌ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듀랑고 코스프레니 쇼윈도 자연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소로우 : 허허 이 친구 보게. 아주 지능이 낮구만. 내가 이렇게 아무렇게나 씨부려놔도, 후대의 비평가들은 '고전'이니 뭐니 하면서 어차피 포장해줄 걸세. 그러니까 동양철학을 변주한 ‘의도적 자연’이 소로우의 핵심 가치다! 뚜렷한 삶의 의도를 가진 채 자연을 대했다! 요 따위 궤변들이 곧 나올거라구.

일단 스테디셀러가 되면 끝인 게야. 너 따위 허접한 키보드워리어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아무 소용없다구. 사람들은 으레 스테디셀러는 대단하게 읽기 마련이니까. 힛.


박루저  : 오우 극혐이시네요. 주제 토크는 이쯤 하고, 이제 뒷얘기 좀 해봅시다 선생님.


소로우 : 좋지. 렛츠기릿.



3. 비하인드스토리 TIME


박루저  : 아니 근데 선생님, 솔직히 숲에서 2년 산 거 구라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이 2년을 사냐, 이런 얘기들이죠.


소로우 : 하.. 정확히는 2년 2개월이라네. 그리고 그 따위 소문들은 개소리에 불과해.


박루저 : 그렇다면...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몇 가지만 좀 확인해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죠?


소로우 : 물론이지. 증명해주겠네.


박루저 : 음.. 일단 아플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병원은 어떻게 다니셨죠? 혹은 비상약이라던가요. 이런 것들은 구비해놔야 했을 텐데, 이때는 도시에 몰래 슥 들리신 거 아닙니까? 간 김에 버거킹 콰트로치즈버거 라지세트 이런 것도 좀 사 먹고?


소로우  : 내가 가장 아끼는 만병통치약이 있지. 그건... 희석하지 않은 순수한 아침 공기 한 모금이지.


박루저 : 선생님 약간 친구 없는데 자기는 모르는 그런 스타일이신 듯해요. 뭐, 고독을 즐기는 거니 그것도 좋죠.


소로우 :  혼자여서 좋았다네. 이 세상 최초의 인간처럼 나 혼자 살았더랬지. 모든 것은 자연 속에서 충족된다네. 진리도, 예술도... 아 참 예수도 혼자였다네. 악마들이나 무리 지어 다니는 게지.


박루저 : 혹시 왕따라는 단어를 아시는지요? 외로워 보이세요.


소로우 :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가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하다네. 그리고 나는 왕따가 아니었다네. 나에겐 호수와, 부엉이와, 새들의 지저귐과...


박루저 : 인터뷰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소로우 : 레츠기릿.


박루저 : 그놈의 레츠기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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