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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Dec 27. 2017

1. 태도를 갖추자, <고수의 귤 까기 아-트>

치-명적 올스타 1 :  무시오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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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이야기


스무 해 남짓 매사 적당하게만 살았던 학곰. 모든 사람 앞에서 선언하다.



앞으로는 치-명적인 사람이 되겠다.



매 편마다 책, 영화, 음악, 만화 등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던 캐릭터를 찾아 그들의 <치-명포인트>를 따라 해 보자. 과연 학곰은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치-명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 무시오의  귤 까기 외길인생


고수의 귤 까기 아-트(2017)



<고수의 귤 까기 아-트>는 실용서다. 그리고 좀 옛날 말로 공작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고작 귤이나 까는 책으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고수'의 책이다. 주인공 무키오가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고수가 되어가는지 엿볼 수 있는 영웅소설로 읽는 것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시오는 귤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영상 출처: 길벗스쿨(https://youtu.be/8i-um8WcmXQ)


무시오는 귤을 좋아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귤을 보면서 위 사진처럼 고민한다. 그리고 예의에 맞게 귤을 까내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 '무시오'는 분명 치-명적인 인물이다.라고.



잘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내가 무시오를 치-명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포인트는 바로 '귤에 대한 예의'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직접 과일을 키우거나, 판매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과일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시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가치. 귤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고찰이 담긴 것이다. 귤은 왜 귤일까. 왜 껍질 속에 알맹이를 감추고 있을까. 귤은 왜 초록색에서 주황빛으로 익어가는 것일까. 귤에선 왜 향기가 날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서 무시오는 깨달은 것이다. 귤은 그저 먹고 마는 과일이 아니다. 귤은 생명이다. 그렇기에 귤을 먹을 때도 예의를 다 해야 한다.(아 물론 책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관심. 그것이 무시오를 치-명적으로 만든다.



★치-명포인트 

좋아하는 것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태도



무시오의 치-명포인트는 '태도'에서부터 나온다. 한 사람의 태도는 하루아침에 꾸며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일상들이 쌓여서 녹차 티백이 물에 우러나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무시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 귤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평소 그의 됨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무시오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성할 것이다. 무시오 화이팅!



3. 치-명포인트 분석


치-명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늘 어떻게 하면 치-명적인 사람이 될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항상 경계해야 한다. 뒤늦게 유행어를 배워, 수첩에 적어서 들고 다니며 아무 때나 남발하고, 스스로가 위트 있다고 생각하는 아조시처럼(애석하게도 내 얘기다.) 치-명포인트를 소모해서는 안 된다.



"하나, 둘, 자 이제 치-명포인트를 쓸 거야!" 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 보다 세-련된 방법.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기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고수의 귤 까기 아-트>의 무시오는 그러한 태도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그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태도'는 크게 3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2.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
3. 자신의 방법으로 예의를 갖추는 것.



먼저 1.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무시오는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고 그에 관심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했다. 그가 성장하면서 세상을 끌어안을 큰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더 많은 것을 선택하고 그것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성공이 쌓여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무시오는 작은 귤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순간,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이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옆에 있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의식해야 하는 것 같은.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타인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서 남들이 하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보다 확고하게 '난 이게(혹은 당신이) 좋아!'라고 선언하는 편이 더 치-명적이다.




두 번째로 2.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호(好)를 드러냈다면 그것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무시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귤을 보며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예의를 갖춰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책에는 그런 내용이 1도 없지만 독자 여러분도 충분히 그 과정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귤에 대해 예의를 갖출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이것 역시 책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귤을 까는 방식으로 예의를 갖추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고민'이다. 무시오는 '귤'에 대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꽤 오랜 시간 했을 것이다. 귤을 만져도 보고, 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고, 볼에 대보기도 하고, 발로 차보기도 하면서 마치 영화 <시>에서 김용택 시인(극 중에선 김용탁 시인으로 나온다)이 사과를 들고 시를 가르치는 장면처럼 귤의 존재와 생애를 온전히 느껴보았을 것이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위 사진을 다시 보고 오라. 무시오는 귤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는 최선을 다해 귤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시간, 어떤 장소에 있더라도 귤 생각만 한다. 그렇게 한 대상에 열렬하게 집중하는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보잘 것 없어보이는 귤을 보더라도 끝없이 에너지를 쏟아붓는 그 열정은 무시오를 치-명적이게 만든다.



세 번째로 3. 자신의 방법으로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일만으로는 완벽하게 치-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시오가 치-명적인 인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는 아무래도 '귤 까기'라는 행동 때문이다. 위에서 다룬 1,2번 단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마음만 있다고 좋아하는 대상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때론 반드시 행동이 동반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간절히 전하는 마음과 적절한 행동이 만나면 더없이 창조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그리고 그 창조성은 이를 행하는 사람을 치-명적으로 만들어준다.



남들은 하찮게 볼 수 있는 귤 까기를 아-트로 승화시키는 일은 매우 혁신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태초부터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귤을 까는 데는 재능이 팔 할이다.(실제로 책에 나온 대로 따라 하기란 쉽지 않다. 귤껍질은 생각보다 얇기 때문이다.) 재능을 발휘하기 전의 사전 작업들. 이를테면 좋아한다고 선언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귤 까기'라는 방법론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그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를 테면 귤껍질을 짜서 향수를 만든다거나, 귤껍질을 잘 말려서 친환경 꽃가루(TV에서 대개 우승자에게 뿌려주는 흩날리는 그것)를 만들어 축하를 할 때 쓴다거나, 귤 알맹이의 하얀 껍질들을 모아서 수염을 기르고 싶지만 잘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하얀색 수염 가발을 만든다거나 하는 등의 다른 방법들도 시도해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고(무시오의 귤 까기 아트처럼) 열중하는 모습에서 치-명포인트는 폭발한다.



그의 열정, 귤 까기 외길인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좋아함을 밝히고, 매 순간 생각하고, 이런저런 시도 끝에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도 모르게 툭 나오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4. 실전 적용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별로 없다. 사실 마땅히 좋아한 것이 없기도 했지만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무언가에 호/불호를 말할 때 "다 좋아"라거나 "싫어하진 않아." 같은 애매한 단어 선택을 한 것 같다. 



일단,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보자. 주변 사람 앞에서 해도 좋겠지만 일단 부끄러우니 방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다이어리에 한 번 적어보자. 이를테면 8포인트 정도로 "나는 새우가 좋아."라고 단정적으로 써보자. 다만 구차하게 이유를 설명하지는 말자. 나는 새우가 좋아.라고 쓰고 옆에다가 왜냐면 이러저러 저러해서 새우가 좋아라고 쓰면 "나는 새우가 좋아."라는 원 문장의 임-팩트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설명은 나중 문제다.



그렇게 한 발 내디뎠으면 생각해보자. 새우에 대한 모든 것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실제 모델을 앞에 두고 하면 더더욱 좋다. 그리고 구체화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이 크릴새우인지 타이거 새우인지 대하인지, 어느 바다에서 잡히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 되고 나이는 얼마나 먹었을지, 어떤 삶의 역정을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녀계획(간잽이 시네봉봉에게 축복이 있을진저!)은 어떻게 되는지, 향후 10년 후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는지(*대하의 평균 수명은 1년이다) 생각해보는 것이다. 매 순간 집요하고 깊이 대상에 대해 열렬한 에너지를 쏟아보자. 하지만 말이 쉽지 한 번에 그런 것이 되겠는가.


날을 잡고 딱 30분만 시간을 내보자. 그리고 30분간 내가 좋아하는 그것만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처음엔 5분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을 늘려간다면 무시오처럼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좋아하는 대상, 이를테면 새우 사진을 매일 한 장씩 찍어서 SNS에 올려보는 것이다. 새우 요리가 되어도 좋고, 냉동실에 누워 있는 새우도 좋고, 집에서 기르는 씨몽키여도 상관없다. 자신이 구체화한 어떤 대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일 조금씩 행동해보며 내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자신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고, 시도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아갈 수 있다. 지속 가능하고, 내가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일을 발견하면 그다음부터는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한 반복이 시간이 지나면 습관이 되어 일상이 되고, 일상들이 쌓이면 자연스러운 태도가 된다. 치-명은 열렬한 관심과 생각에서 출발해 행동으로 완성되는 궁극의 태도인 셈이다.



나도 말만 하지 않고 업로드 후 일주일간 도전해보려고 한다.(새우 이야기는 아니다) 끝까지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치-명적인 사람에 한 발자국 나아가길 바란다.(찡긋)




잘 보면 저번주보다 약간 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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