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몇 번째 생일을 맞았나?

지구의 날 특집

by 느슨한 빌리지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온전히 시민운동으로 1972년에 출발한 이 기념일은 90년대에 이르러 전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었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정해졌다는 이 날. 40년 전과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리는 아직도 자연을 정복할 대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공교롭게도 4년 전 이맘때 NGC(네셔날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리메이크한 <코스모스>가 다시 전파를 탔다. 호스트로는 칼 세이건의 제자이기도 한 닐 타이슨이 나왔다. 나는 당시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한 주 한 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The Clean Room(깨끗한 방)>이라는 에피소드다.

과학교과서에 나와있는 지구의 나이는 밝혀진 지 채 70년도 되지 않았다. 지구의 나이를 밝힌 사람은 클레어 페터슨이라는 과학자였는데, 그는 1962년에 운석에 들어있는 우라늄과 납의 비율을 계산하여 지구의 나이를 밝혔다.


CPatterson-with-Equipment-NEWS-WEB.jpg 클레어 패터슨(출처 : Cal-tech 홈페이지)


우라늄은 방사성 동위원소로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납으로 붕괴를 한다. 그는 여기에서 해답을 찾았다. 지구가 만들어졌을 때의 우라늄과 납의 비율을 알고, 현재 암석에서 우라늄과 납의 비율을 안다면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지구 초창기의 표면의 너무나 뜨거워서 다 녹아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운석을 떠올렸다. 운석은 지구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비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5만 년 전 애리조나에 떨어진 운석을 분석하여 지구의 나이를 알아낸다. 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이 작업은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Cosmos.A.Space.Time.Odyssey.S01E07.720p.HDTV.TommyJay.mkv_20180421_234437.951.jpg 우라늄이 납으로 변하는 과정


이유는 간단했다. 실험을 할 때 납 농도의 편차가 너무 심했던 것. 실험실에서 수백 번을 측정했지만 결과의 산포가 너무 높았다. 하지만 그는 근성을 발휘하여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청정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부단한 노력 덕분에 그는 운석에 들어있는 우라늄과 납의 자연적인 비율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가 구한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 그는 지구의 나이를 그의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



그러나 그것은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납 성분 분석의 권위자가 된 이후,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다의 납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바다 상층의 납 성분이 하층의 그것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해류의 상층과 하층이 섞이는 시간이 몇 천년이 걸리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바다 상층의 납 성분은 최근의 요인에 의해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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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납 성분의 원인이 납이 들어간 제품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납이 들어간 유연휘발유와 캔을 비롯한 많은 제품들. 20세기 중반에 화학회사들은 납이 들어간 제품들을 엄청나게 찍어댔다. 휘발유에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납 비율을 높였고, 그것은 고스란히 배기가스로 배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킨 것이다. 실제로 그 시대의 미국에서는 납 중독에 의한 정신착란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공장 노동자와 노약자들이 많았다.

(납은 세포의 대사를 막고 뇌의 연결망을 막아 심하게는 죽음에도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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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을 ‘입증’하고 납을 퇴출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납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버는 거대 기업들은 과학자를 고용하여 패터슨의 주장에 반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납의 농도는 자연적인 수준이며, 납이 소비자에게 해를 입이는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GM과 같은 기업은 그의 연구비를 끊고 교수로 있는 학교로 찾아가 그를 해고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과학자였다. 그는 굴하지 않고 사람들을 납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심층수와 빙하지대를 돌아다니며 납의 농도를 측정한다.


그렇게 20년이 흐른 뒤, 드디어 미국은 소비자 제품에 납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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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공중보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였지만 나는 그의 이름을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처음 알았다. 나는 커오면서 많은 과학자를 접했다. 뉴턴, 아인슈타인, 갈릴레오 등등. 하지만 우리는 거대한 그림자에 빛바랜 의미 있는 것들을 발견하지 못하곤 한다.


패터슨은 만유인력을 발견하거나 상대성이론을 정립하고 지동설을 제시하는 등 인류 역사상 놀랄 만한 이론을 만들진 못했다. 하지만 그가 지구의 나이를 밝힌 뒤에 납에 대한 연구를 중단했다면? 아마 우리는 유연휘발유로 가는 자동차를 타고 병원에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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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것은 오래 기억되지만, 모르는 사이 피해를 주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은 빨리 잊힌다. 패터슨이 그랬을 것이다. 그러한 발견을 하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을 추앙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이 남긴 족적을 살피고, 진정한 시대정신을 발휘한 그들을 최소한 ‘기억’은 해야 하지 않을 까. 과학적으로 위대한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과학을 인류와 환경을 위해 진정한 방향으로 사용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도 중요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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