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I 합정, 겨울이 끝날 무렵
지인들과 모임을 가지고 같은 동네에 사는 K와 택시를 타기로 했다. K가 카카오로 택시를 호출했다. 곧 K에게 전화가 왔다. 택시기사였다.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다 갑자기 K가 화를 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었어. K는 기사가 자신이 반대편 차선에 있다고 했고 K에게 출발 위치를 잘못 지정한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고 했다.
다른 택시를 잡아탔다. 양화대교 밑을 지나고 반포대교를 건너오며 K가 말했다. 여자 혼자 택시를 타면 별일이 다 있어. 카드결제가 된다고 해놓고 목적지에 다 와서는 현금결제를 하라고 협박을 하기도 해. 어리고 여자면 너무 만만히 봐. K가 먼저 내렸고 나는 앞자리의 기사와 아무 말도 없이 오 분을 더 가서 내렸다.
Episode II 천안, 봄 무렵
점심시간에 동기 J와 잠깐 회사 밖으로 나왔다. 정류장 부근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며칠 전 일이 많아 새벽까지 야근을 해서 J는 천안에서 수원까지 택시를 탔다고 했다. 요금이 많이 나왔겠다. 돈도 많이 나왔지. 근데 너무 무서웠어. 계속 자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너무 졸려서 깜빡 잠이 들었어.
Episode III 지난 주말, 지하철
여자친구와 만나 저녁과 술 한잔을 하고 지하철을 탔다. 늦은 시간대라 집이 먼 그녀는 막차시간을 이것저것 알아봤다. 4호선이 좋을까 7호선이 좋을까, 버스는 없나? 그러다가 내가 말했다. 택시비 줄 테니, 봉화산역에서 타고 갈래? 그래야 집에 빨리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여자친구는, 택시 타기 싫어. 무서워.라고 말했다. 아, 내가 생각이 짧았어.
집에 들어가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별생각 없이 타는 택시가, 누군가에겐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것이었다. 내가 느꼈던 불편은 기껏해야 승차거부, 외지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정도였다. 내가 편리성과 경제성을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이는 범죄에 대한 걱정과 모멸감을 버티고 있었다.
요새는 여성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드라이버’의 숫자는 남성이 압도적이다. 그럼 어떠한 방법으로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히 여성 기사의 숫자를 늘리는 단편적인 방법은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의 기사는 누가 되어야 할까. 내 답은 아무도 아니다, 이다.
현재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한쪽의 성이 억압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렇다면, 택시 기사가 아예 없다면?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성되어 택시가 운용된다면 승객의 성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택시를 호출했을 때 승차거부를 당할 일도 없다. 승차를 한 뒤 목적지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편하게 갈 수 있다. 술에 취하거나 너무 졸려 잠이 들더라도, 인공지능의 임무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사고 없이 태워 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해킹에 의한 목적지 변경 같은 범죄적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만, 기술적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의 기술은 단순히 인간 대신 로봇이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로봇이 운전을 하게 되면, 기사가 있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는가?
차의 활용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차를 가진 사람이 하루에 차를 이용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출퇴근 시간 3~4시간이 전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I가 운전을 하게 된다면 차는 본래의 목적인 '이동'에 반나절, 많게는 하루 종일 이용될 수 있다. 차고에서 자고 있는 차가 줄어들고, 도로는 효율적으로 운용된다.
미숙한 운전, 음주운전과 같은 인간의 실수로 앗아갈 수 있는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택시도 대중교통처럼 이용하며 신변에 대한 걱정도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미래의 택시 운전사는 인공지능이다. 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