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히어로의 유쾌한 얽힘
나는 상업적인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마블의 영화는 나의 성향을 제치고 기대하는 마음을 심는다.
<아이언 맨 1>부터 챙겨 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2~3년간 나온 <인피니티 워> <토르: 라그나로크>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등은 재밌게 봤다.
하지만 내가 마블 히어로 시리즈 중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것은 “앤트맨”이다.
최근에 앤트맨이 주인공인 두 번째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Antman and Wasp)>가 나왔고, 나는 개봉일에 맞추어 영화를 봤다. 영화는 매우 재밌었으며, 마블 시리즈에서 앤트맨만의 재미와 액션을 굳건히 지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앤트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 없이 많지만, 그것을 다 적으려면 이 글씨 크기를 원자 사이즈로 줄여도 몇 장은 필요할 것이다.
매력적인 서사와 개성 있는 등장인물, 일종의 밈(meme)으로 자리 잡은 컷 신에서 다른 마블 영화처럼 엄청 진지하지 않지만 재미있고, 스토리도 흥미로우며(영화 내내 긴장감을 조성했다.) 가족적이기 까지 하다. 하지만 가장 내가 흥미가 갔던 것은 앤트맨 시리즈의 과학적 접근이었다.
나는 SF영화와 판타지 영화를 묶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그럼 두 개를 어떻게 구분하냐고? 나는 그것이 영화의 ‘논리’에 둔다. 만약, 영화에서 마법 같은 기술이 나왔을 때 그것의 이유를 영화적 허용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건 SF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범위를 넘어섰을 때 난 그것을 ‘판타지’라고 본다. 마블 영화 몇 편을 SF와 판타지로 구분해보자면,
SF : <앤트맨> 시리즈 / <아이언 맨> 시리즈
판타지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 <토르>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앤트맨>에서는 물리학자 ‘행크 핌’이 원자 사이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핌 입자’를 발견했고 이를 이용해 앤트맨 슈트와 던지면 그 물건의 사이즈를 키우거나 줄이는 도구를 만들었다.
정말 엄. 격. 하. 게 따져본다면 핌 입자는 불가능하다. 사이즈를 줄인다는 것에서부터 질량 보존의 법칙도 어기고 있으며, 설상 에너지 보존 법칙을 만족한다 해도 질량에서 치환된 에너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에도 시적 허용이 있듯 <앤트맨>도 영화니까. 그 부분은 귀엽게 봐줄 수 있다.
아무런 설명 없이 ‘크기를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 있는 킹왕짱 능력을 가진’ 히어로는 아니니까. 현상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때 그것은 나에게 판타지가 된다.
영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원자 간의 거리를 마음대로 줄이고 늘릴 수 있는 입자를 발견했고, 그것으로 슈트를 만들었다.’라는 설득은 충분하다.
앤트맨이 다른 히어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망치 하나와 방패 하나로 온갖 적을 무찌르고 다닐 때, 사이즈가 작아진 앤트맨은 개미들과의 협업을 통해 닉값을 한다.
앤트맨 1편에 주인공은 귀에 착용한 신호기의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으로 개미들의 신경을 자즉해 행크 핌에게 개미를 훈련시키는 법을 배운다. 여기서도 나는 SF의 페로몬을 맡을 수 있었다.
적어도 <해리포터>에서 “뱀의 말을 할 줄 알아! 이건 졸라 쩌는 능력이라고!”하진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앤트맨은 내가 오래전 읽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소설 [개미]를 떠오르게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도 개미와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개미를 훈련시키는 방법은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개나 침팬지와는 매우 다르지만, 여러 곳에서 개미를 훈련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7TdrGL0fM&feature=youtu.be
최근 개봉한 2편에서도 눈이 즐거운 장면이 많았다. 예고편에서도 나온 건물을 통째로 줄여 케리어처럼 끌고 다니기, 엄청나게 작은 자동차를 들고 다니며 타고 싶은 것을 고르기, 키티가 그려진 깜찍한 물건을 둔기로 바꾸어 버리기. 앤트맨이어서 가능했던 스케일이 다른 액션도 있었다.
빌런으로 나온 ‘고스트’는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영화에서는 이 역시 원자가 찢어졌다가 합쳐진다는 물리적인 이유로 접근하여 설명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터널 효과나 입자의 파동성으로 설명으로 설명하길 바랐다.)
한편, 1대 와스프였던 재닛 반 다인과 스캇의 관계를 양자적 얽힘(Quantum entanglement)로 설명하는 것도 재밌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1GCnycbMeA
https://www.youtube.com/watch?v=Q3VPNBmLWqM
태생이 이과라서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에서 개발직으로 일을 배워가면서 모든 현상에는 논리와 근거가 필요함을 배워가고 있다.
어떠한 현상을 내가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보나 지식으로 바뀔 수 없다. 끊임없이 현상을 분석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 물리학과 히어로물을 접목시키고, 그것을 나름 논리적으로 접목시킨 <앤트맨> 시리즈는 적어도 나에게 훌륭한 SF영화다. 세 번째 시리즈도 어서 나오기를 바란다. -ENDE-
참고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abuek/221319046109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앤트맨> & <앤트맨과 와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