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정재승 신작부터 SNS 화제의 스릴러까지, 대신 읽고 정해줌
베스트셀러라고 샀는데
몇 장 못 읽고 책장에 꽂혀 있기만 한 책
도대체 왜 베스트셀러인지 궁금한 책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나랑 잘 맞을지 모르겠는 책
그런 책 한 두 권씩은 있지 않나요?
여러분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
느빌의 에디터들이
매달 베스트셀러를 대신 읽어 드립니다.
20쪽, 50쪽, 100쪽
세 번 나눠서 책을 읽으며
솔직한 리뷰를 적어 갑니다.
마지막 100쪽까지 읽었을 때는
더 읽을지 말지도 결정해드립니다!
열두 발자국
언젠가,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약속
개인주의자 선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0쪽_ '알쓸신잡'의 푸근함을 맡았던 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쓴 17년 만의 단독 신작이란다. 문과로서 조금 긴장했는데, 웬걸? 도입이 범상치 않다. 과학자가 재미없다는 편견은 갖다버려! 실험으로 웃기다니, 이런 게 〈빅뱅이론〉식의 너드Nerd 유우머인가?
50쪽_ '체감 표지' 등 생소한 단어가 나오지만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실험 하나하나가 흥미로워서 결과가 자꾸 궁금해진다.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알면 알수록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알 수 없는 동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데..
100쪽_ 내가 결정장애인 이유가 뇌 때문이라는 줄 알았는데 더 나아가니 사회환경 때문이란다. 내 탓이 아니었어! 과학적으로 봐도, 사회적 인프라와 안전망은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 뇌과학이 인간의 행동을 통해 사회와 맞닿는다. 흥미로워! 유익해! 최고야!
20쪽_ 작가의 말부터 좋은 김연수 작가의 여행 에세이를 묶은 책! 각각의 소제목도 유쾌하여 차례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거기 실린 일러스트도 마음에 든다.
50쪽_ 몇몇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기준) 1세대 청춘 작가 김연수 작가님도 제법 푸근한 아재(?)느낌이 물씬이구나. 그렇지만 여전히 감수성의 깊이와 시선은 남다르구나 싶었다.
100쪽_ 소설가의 어떤 시선에서 어떤 이야기가 출발하는지를 야금야금 읽어 나가는 재미. 그로 인해 먼 타국의 여행지에도 무언가 애틋함이 느껴진다. 언젠가, 아마도 나도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다만, 여행잡지에 실렸던 원고를 모은 책이어서 짧은 에피소드들이기에 한 번에 쭉 읽히는 느낌은 아니다.
20쪽_ 표지나 제목을 보았을 때 눈을 확 잡아끄는 요소는 없는 것 같다. 왜 베스트셀러에 올랐을지 궁금하다. 시작은 한 술집이다. 술집의 동업자로 보이는 두 인물 오너 '오치아이'와 마스터(바텐더) '나'가 등장한다. 둘은 15년 전 한 바(Bar)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한다. 아마 회수될 밑밥을 깔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50쪽_ 바텐더 수습인 고헤이는 혈기넘치는 젊은 남자다. 어느날 '나'는 일이 끝나고 고헤이와 술을 마시다가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다. 하지만 '나'는 맞기만 할뿐 맞서 싸우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나'는 왜 가만히 있었던 걸까? 며칠 후 교도소에서 수십 년 지난 여고생 토막살인사건 신문기사가 스크랩된 편지가 '나'앞으로 온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다만 중간중간에 주변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가 생뚱하게 길게 삽입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이 뒤에서 어떤 떡밥 회수가 될 지 생각하면서 곰곰히 읽게 된다.
100쪽_갑자기 급전개가 시작된다. 알고보니 나는 성폭행 범죄로 복역한 전과자다. 출소 후 도박을 하던 어느 날 '나'는 어느 사기 도박판에 휘말리고, 돈을 다 잃은 후엔 화가 치밀어서(?) 그곳에 있던 야쿠자 세 사람을 칼로 찌르고 도망쳤다. 조직에게 쫒기는 몸이 된 '나'는 도피 생활중 우연히 노부코라는 노파를 만나고 그녀는 '나'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준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녀는 '여고생 토막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였던것.
노부코는 제안을 한다. 딸을 죽인 두 남자가 출소하면 죽이면 5천만엔을 주겠다고. '나'는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덜컥 '돌이킬수없는 약속'을 하고 만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 드디어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편지가 맞닿았기 때문에 재미있기 시작하는 부분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또 뜬금없이 주변 인물의 과거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면 바로 책을 덮을 것 같다.
20쪽_책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이 봤는데 에세이여서 조금 당황했다. 표지를 다시 보니까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이더라(...). 개인주의자의 선언이기 때문일까. ‘나’로 시작되어 ‘나’로 수렴될 문장들이 많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쓴 거라 그런지 첫인상이 딱 그 느낌! 나쁘지 않다.
50쪽_요즘 에세이들이 숱하다. 읽어본 건 별로 없지만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해보았을 때, ‘더 이상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무례하지 않는 선에서, 나대로 취향껏 살아볼 테야’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개인주의자 선언>은 그런 에세이가 조금 더 학술적이어 보이는(?) 단어로 적힌 책 같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영화, sns 뿐만 아니라 본인이 담당한 사건에 대한 얘기도 있어서, 쉽고 빠르고 재밌게 읽힌다.
100쪽_사회에 대한 개인주의자의 진단인 셈인데 이게 묘하게 아이러니한 데가 있다. 개인주의자의 선언인데 내용은 종종, 인간에 속한 이들을 하나로 묶어 뭉뚱그리려는 방향을 지닐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내가 생각을 배배 꼰 채로 읽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뭔가를 곤두 세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작가가 언급하는 이론 같은 건, 결국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긴 한다. 근데 이런 내용이 계속 반복되니까 도덕책 읽는 기분도 조금. 문장들은 훌렁훌렁 잘 넘어간다. 긴 문장이 많았는데도 그랬다. 나는 일단 계속 읽어보긴 하겠지만 자신있게 추천은, 글쎄.
20쪽_'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과 알록달록 색감의 일러스트의 표지를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평소 관심 있던 심리상담이라는 소재를 다룬 것도 한 몫했으며, 특히 스스로의 치료 경험을 솔직하게 글로 써냈다는 지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쪽까지는 아직 본격적인 상담은 들어가기 전이다. 프롤로그와 목차 상담을 시작하게 되는 부분이다. 기대를 품고 계속 읽어갔다.
50쪽_2주동안의 상담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진짜 상담을 진행하듯이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상담장면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감정이입이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저자에 비해서는 너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글 자체는 술술 읽혀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100쪽_상담이 7주가 지나갔다. 책은 절반 정도 읽어나갔으나 아직 큰 변화는 없었다.(뒷부분에는 저자의 짧은 에세이가 부록으로 들어있으니 이쯤 읽었으면 상담이 거의 끝나가야할 것만 같았다. 알고보니 2권이 있을 예정이란다. 그리고 아마 마음을 치료하는 과정이 한 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안쓰러워서 빨리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면 싶었지만, 동시에 내가 깊게 이입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서 흥미가 떨어져갔다. 일단은 계속 읽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기대가 컸던 탓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