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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Nov 12. 2018

아이 서울 유, 우리 각자의 서울

33-1. 김시덕 <서울 선언>을 읽고 서울을 이야기하다

* 느빌의 책장의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공간 키워드의 첫 번째 텍스트 <서울 선언>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다희, 연연, 학곰, 박루저, 이주, 해정 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당신의 첫 서울은 어디입니까?'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 선언의 첫 느낌


연연 :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책이 있고, 책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그런데 <서울 선언>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 같아요. 학곰의 발제문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렇게 발제가 나올 수밖에 없던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주 :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책을 읽고 나도 서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진을 찍고 나의 서울이 어떤 곳인지, 기록하고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었어요.


해정 : 저는 약간 부정적으로 읽히기도 했어요. 저자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는 데 정작 독자인 나는 모르는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해주니까 어려운 내용들도 많았거든요. 특히 그 설명이 내가 아는 공간이 아닐 때 읽기가 버겁기도 했어요.


다희 : 저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다는 엄마 아빠가 더 재밌어하실 책 일 것 같았어요.(웃음) 그러나 이러한 작은 이야기들로 서울을 엮고 재의미화 하는 과정 자체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연연 : 최근에 철거 예정인 아파트들을 취재하고 그 추억을 기록한 인터뷰집 <나의 둔촌주공아파트> 텀블벅 프로젝트가 화제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그 프로젝트가 의아했어요. 잘 통할까 생각도 했고. 그런데 성황리에 프로젝트가 마감된 것을 보고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공통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학곰 :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서울이 나에게 뭘까 하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어요. 저는 종종 '당신의 첫 서울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는데요. 첫 서울에 대한 감각은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니 저의 서울은 종로, 노량진, 합정 정도가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자주 활동하고 가게 되는 곳이거든요. 그건 개인별로 다를 것이고, 이렇게 서울을 이해하는 모습이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당신의 첫 서울은 어디인가요?


다희(서울 출생-제주 이주-현 서울 거주)

해정(대구 출생-삼척 이주-현 서울 거주)

학곰(인천 출생-현 인천 거주&파주 통근)

이주(창원 출생-현 서울 거주)

연연(서울 출생-동해 이주-현 서울 거주)

박루저(울산 출생-현 서울 거주)



다희 : 솔직히 이 질문이 처음에 잘 와 닿지 않았어요. 어쩌면 서울 출신이고 그런 질문 자체를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 자체가 특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음, 제게 첫 서울이라는 건 제가 송파구 가락동에 거주하는데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면 잠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잠실까지를 동네인 것처럼 편하게 인식했던 것 같아요. 사는 곳을 설명할 때도 잠실 근처라고 해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도 했던 것 같고요.


해정 : 동서울 터미널 역에서부터 서울에 왔다는 느낌을 실감해요. 열아홉 살에 처음 대학 면접을 보러 서울에 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나는 서울에 왔다는 인식을 했어요. 가장 큰 인상은 지하철인데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예쁜 여자가 정말 많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나의 첫 서울은 '지하철'이고,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이죠. 당시에 건대 입구역에서 지하철 자판기 아메리카노를 태어나서 처음 마셔 보았는데요. 그때 뭔가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어요. 마침 20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으니까, 서울은 어른이 되어서 도착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학곰 : 저는 지하철을 매일 타지만 그 시간은 솔직히 제 것이 아니고, 날리는(?) 시간이거든요. 살면서 서울에서는 땅보다 지하(철)에 더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내게 서울은 더 파편적이에요. 역이 없으면 나는 가지 못하는 곳이라는 느낌도 크고요.


이주 : 서울을 왔다 갔다 할 때 고속터미널을 자주 가서 가장 익숙해요 지금도. 해정이 말한 동서울 터미널과 비슷한 맥락에서 제겐 고속터미널이 서울 느낌이죠. 그리고 제가 창원에서 기억하는 순간부터는 아파트에 살았어요. 그래서 아파트 주거가 너무 당연했는데, 서울에 와서 건대 쪽 주택에 처음 살아봤고, 그래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재수를 노원에서 했는데 오히려 노원이 제가 살던 창원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아파트도 많고, 주거지 느낌이 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연연 : 초등학교를 종합운동장역 근처에서 좋은 학군에 가기 위해 그쪽에 살았어요. 그런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타워팰리스가 생기고 나서 잘 살던 친구들이 다 거기로 이사를 갔던 기억이에요. 어린 시절이었지만, 이렇게 구획이 생기는 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지하에 수영장이 있고 헬스장이 있고. 그런 것들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것이 서울 사는 사람들의 감각일까 싶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 살기 때문에 더 확연하게 그런 구획들이 느껴졌죠.


해정 :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다 보니 풍경으로나마 시군구가 바뀌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서울이라고 느끼며 지냈기 때문에 굳이 서울을 어떤 특정한 느낌으로 구획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시, '서울선언'의 의미


연연 : 강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가 있었는데 대학을 강북으로 오게 되니 그 자체를 되게 신기하게 여기던 기억이 있어요. 마치 자기가 생각하는 서울 바깥으로 다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당시 되게 신기했었어요.


학곰 : 그런가 하면 서울이란 공간이 많은 구획들을 지우는 느낌도 있죠. 서울의 다양한 모습이나 구획은 서울을 이야기할 때 사라지는 것들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연연 : 확실히 대표성이 있고 비단 지역으로만 불리는 것이 아니니까 그럴 것 같아요. 중심으로서의 대표성이 있어서 그런 현상들이 발생하죠.


이주 : 서울 선언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옛날 서울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 모던 보이가 지나가고 하는 사대문 안의 서울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책에는 별별 공간들도 나오고 서울이 아닌 부천, 일산 등의 지역도 나오는 것이 내가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껴 재밌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니 서울이 점점 확장되고 있고, 서울을 어디까지 선언할 것이냐의 문제더라고요. 시야가 넓어진 느낌도 들어요.


해정 : 이 책이 의미가 있으려면 이 책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을 선언한 책들이 여러 권 있으면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으니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학곰 : 이런 작은 미시사들을 남겼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 책이 반가웠던 건 사라지는 것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감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고요. 다만 거기에서 한 발 떨어져서 변화하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느낌을 말할 뿐이고 어떤 도덕적 스탠스를 말하지 않고 솔직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소개해주는 공간을 보면서 나의 경험과 연결시켜서 읽는 데에서 의미를 느꼈어요. 그 공간을 감각하는 것보다도 작가가 던진 '공간'에서 나의 기억들이 떠오르고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평을 넓히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박루저 : 요즘 서울 옛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서울 옛길을 늘 걷는데요. 같아 작업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변화된 모습이 낯선 것이 아니라 예전의 모습들이 낯설다고 해요. 새로 생긴 건물이 가리는 하늘 때문에 공간의 느낌이 180도 바뀌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고 답답하고 했는데 지금 와서는 지금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고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지금 다시 옛길 프로젝트를 하면서 서울의 과거를 기록하는데, 서울시에서 이미지화하려고 하는 다시 서울은 다시 사대문 안 쪽의 서울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 과거의 개발 전의 서울의 모습으로 이미지화하는 느낌이 들고요. 오히려 과거가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감각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건 아닐까 싶어요.


학곰 : 어쩌면 옛 서울의 감각은 계속해서 변할 것 같아요. 최근에 종각에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디움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제겐 용산(온게임넷)과 문래(MBC게임)가 그런 공간이거든요.(웃음) 그런데 종각이라는 공간에 스타디움이 생기면 우리 세대가 감각하는 것들은 사라지고 이제 어린 세대에겐 종각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되지 않을까요.


박루저 : 그런 식의 지역 감각이 생기는 이유는 서울이 너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서울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통합이 잘 안 되죠.



계속 서울에서 살고 싶은가요?


박루저 :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서울을 벗어나 지방을 가는 것 자체가 내 인생에 고려 대상이 아니에요.


연연 :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이 영화가 낭만적일 수 있다고 느낀 이유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어요.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불가능한 이유는 연고나 네트워크가 없어서 인 것 같아요. 서울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이주 : 저는 지금도 약간 아무 도시나 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3년, 5년 이런 식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만약 거기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 연고가 있다면, 계속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루저 :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다른 지역들은 서울에 비해 내게 자극을 주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서울에 있으면 이것도 해보고 싶고 큰 미래는 꿈꾸지 않아도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방에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서울에 인프라가 다 집중되어 있어서 떠날 수가 없겠죠. 사회 인프라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해정 : 동의해요. 저도 재미를 생각하면 서울에 꼭 있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생활을 하고 돈을 벌고 사람을 만나려면 나를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서울에 있다고 생각해요.


연연 : 저는 반대여서 신기하네요. 자극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을 같은 이유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속도가 너무 싫고 버거워요. 좋은 자극만 있으면 괜찮을 텐데 이 속도가 너무 싫어서 힘드네요.


박루저 : 내 성격이 더 급해서 가끔은 서울의 속도도 느리게 느껴져요.(웃음)

 



<서울선언>을 읽고 우리는 이렇게나 다른 서울에 대한 감각들을 나누었습니다.

당신의 서울은 어떤 공간인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댓글에 여러분의 서울을 알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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