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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Dec 03. 2018

고양이와 함께하는 도시

36-1. 영화 <고양이 케디>를 보고 나눈 동물과 공간에 대하여


* 느빌의 책장의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공간 키워드의 네 번째 텍스트 <고양이 케디>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연연, 다희, 이주, 학곰, 일벌레 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그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이스탄불'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고양이 케디>에 대한 간단한 소감은?



일벌레: 이스탄불은 저에게 특별한 공간이에요. 발제문은 크게 두 개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먼저, 영화에 나오는 공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스탄불을 관광지처럼 그리지 않고 고양이의 동선을 따라서 골목골목 걸어다니는 공간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공간들과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두번째로,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고양이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도시 내에서 연대하면서 자립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이주: 고양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짓게 되는 재미있었고 힐링되는 영화였어요. 이스탄불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각각의 특징을 기억하는게 신기했고,  하나하나의 작은 이야기들에 주목해서 영화로 만든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다희: 고양이 시선으로 카메라를 따라가는게 힐링되고 재밌었어요. 한 지역의 시민의식을 볼 수 있는 기준의 하나가 사람이 다가갔을때 길고양이가 도망가는지 아닌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서울에서는 도망가잖아요(웃음). 이스탄불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고양이와의 공존이)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문화였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문화를 본거같아 신기했습니다.


연연: 한 명의 랜선집사로서(웃음) 재밌게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사람을 좋아하는 길고양이들'이라고 해요. 경계 없이 다가갔다가 누구에게 해를 입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면을 비교했을때 이스탄불이라는 도시가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마음이 따사로와지고 훈훈하더라고요.


학곰: 저는 솔직히 말하면 별로 재밌지는 않았어요. 몇 년 사이에 고양이는 좋아해야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저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난 안 좋아해라고 말하면 상대에게 '아니; 어떻게 동물을 싫어할 수 있지? 참내;;'하는 느낌을 받아서 주저하게 됩니다.


다희: 영화에도 나와요.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이런 부분.


학곰: 맞아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발제문에서 언급한 산책자 개념처럼. 저곳에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을 것이고 고양이를 주제로 다룬 영화이기에 다만 보이지 않았지 않았을까 하고요.



고양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일벌레: <고양이 케디>에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는 단순히 귀여워하는데 그치지 않아요. 외려 같이사는 개념이죠. 사람과 동물이 연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잘 그린 것 같아요. 이스탄불에 있을 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못봤던 것 같아요. (물론 고양이도 인간도 서로 신경쓰지 않는 부류도 많아요. 오랜 기간 특정 고양이와 유대를 쌓은 사람들이 영화에 나왔기 때문에 도시 사람들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로 느껴지기도 할 것 같네요.)


연연: 일본도 고양이 도시들이 많아요. 섬의 원래 주인은 고양이고 인간들은 그곳에 들어가 산다 같은 느낌으로요. 분명 귀여워하는 개념과는 다른 거죠.


일벌레: 맞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이스탄불에 살던 시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일주일 내내 미루고 일요일 밤마다 분수대 근처에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에 갔었어요. 분수대 근처를 주로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하나 있었는데, 쓰다듬거나 먹이를 주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몇 달의 시간이 쌓이니 정이 들고 교감이 생기더라구요.


이주: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사람들이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면 고양이의 습성을 잃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지 않는다라고 하는 부분이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에 두고 키워야할거 같은데 이스탄불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고양이는 길 위에 사는 생명이고 그게 당연한 거라는 인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연연: 길고양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도시 같았어요. 같은 맥락에서 베이커리 주인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데요. 고양이는 고기 먹고 싶으면 정육점에 가고, 생선 먹고 싶으면 생선가게 가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에게 속하는 동물이라기 보다는 이웃 같은 거죠.


이주: 맞아요.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영화를 보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고양이를 보는 것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어떻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하는 것 같아요. 뭔가 고양이에게 그랬듯이 좀 더 여유롭게 개방적이고 상대방을 인정할 것 같은 느낌?! 영화를 보고 나서 이스탄불에 가보고 싶어졌어요(웃음)





당신에게 특별한 공간이 있나요?



일벌레: 여러분에게 특별한 공간은 어떤곳인가요? 저에겐 이스탄불이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공간이었어요. 혹시 태도가 바뀌거나 생각이 달라진 공간이 어디일까 궁금했습니다.


이주: 유럽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영국에 8개월간 살았지만... 영국말고(웃음) 북유럽이 더 기억에 남아요. 특히 덴마크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어요. 도시 자체가 한가하고 좋기도 했고, 아 스웨덴도 좋았는데(혼-란) 여하튼 그때 사건이 많았거든요. 돈이 없어서 빵만 먹으면서 계속 걸어다녔는데 운동화가 낡아서 발 뒤꿈치가 다 까지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행복했었어요. 그래서 그때 산다는 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아요.


연연: 득도하셨네요. 저는 외국에서 살아본 적은 없어서 국내에서 생각해봤는데...  흠 한국에서는 이렇게는 살고 싶지는 않다는 곳이 많았어요. 유년기에 살았던 강원도는 물론 좋았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좀 했었고요. 서울은 반대로 너무 빠른 것이 힘들더라고요.


학곰: 저는 살아보진 않았지만 파주요. 파주(단-호). 출판단지 쪽은 조용하고 걷기 좋아서요. 그리고 지역색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느 지역을 갔을 때 느껴지는 지역정체성이 잘 안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일벌레: 파주 출판단지와 파주 다른 동네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학곰과 반대로 (고양이와 같은) 독특한 지역 특징 때문에 이스탄불이 특별했던 것 같아요.


다희: 저는 제주도요. 제주도에서의 4년이 당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기억에 남은것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어린 시절에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곳이 낭만화된 경험이 좀 있었거든요. 물론 살때는 엄청 좋은 것만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곳?




한국의 고양이 케디



다희: 영화를 보다가 문득 <고양이 케디>가 한국에서 촬영한다면?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한국 문화라면 사업체가 먹이를 주는 것부터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 같더라고요. 대기업이 "우리는 가족입니다." 같은 캐치프레이즈 걸어놓고(웃음)


일동: K-고양이, K-oYang 이런 거요?(웃음)


다희: 상상하니까 씁쓸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스탄불의 주민들이 인간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유럽 여행을 했을 때에도 낡은 엘레베이터나 지하철 같은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길고양이를 함께 키워가는 것도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어요.


이주: 서울에서 <고양이 케디>같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동물이 있을까요?


일동: 비둘기?


구구구?


<고양이 케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동물과 연대하는 삶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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