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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Nov 28. 2018

그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이스탄불

36. 제다 토룬(Ceyda Torun)의 <고양이 케디(KEDİ)>

*느빌의 책장의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11월의 주제는 [공간] 입니다!


*11월 주제 [공간] 업로드 일정표

- 11월 7일(수)    『서울선언』, 김시덕(2018)

- 11월 14일(수)   「초행」, 김대환(2017)

- 11월 21일(수)  『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2018)

- 11월 28일(수)   「고양이 케디」, 제다 토룬(2017)



도서 『서울선언』이 11월 발제의 첫 작품으로 정해지자 곧바로 나는 영화 「고양이 케디」를 골랐다. 『서울선언』이 서울을 이야기할 테니, 서울과 같이 도시(metropolis)인 이스탄불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고양이 케디」는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여러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무계획 여행과 나홀로 여행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이스탄불에 가기 전에 터키에 대한 이나 다큐이것저것 봤었는데,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스탄불에 다녀온 지 한참이 지나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현지인(현지묘?)으로서 골목골목을 누비는 고양이를 통해, 이스탄불을 떠나고 다시 이스탄불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것 같았다.
이스탄불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곳의 고양이들은 우리나라의 비둘기(...)만큼이나 당당하다는 느낌이었다. 골목길부터 관광지, 캠퍼스, 식당 등 곳곳에서 고양이를 볼 수 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달라는 듯 문앞에 앉아있거나 방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고양이는 이스탄불의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당신에게 특별한 도시는 어디인가요?


갈라타 타워을 중심으로 보는 이스탄불 @영화 고양이 케디


우리는 『서울선언』을 읽고 저마다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참조 : 아이 서울 유, 우리 각자의 서울) 나에게 불현듯 떠오르는 서울은 이렇다. 어느 여름날, 돈을 많이 주고 경쟁률이 높은 교육 아르바이트(겸 대외활동)에 지원했다. 당연히 면접은 서울이고, 지방 사람인 나는 자정이 지나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다. 친구 방에 하루 정도 신세 질 수도 있었겠지만, 면접 같은 것은 처음이라 유세 부리는 느낌이 들어 싫었다. 버스를 타고 아침 5시에 고속터미널에서 도착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첫 지하철을 기다리며, 역사 내 의자에 함께 앉아있는 사람들과 나의 서울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느슨한빌리지 사람들이 이야기한 각자의 서울은 모두 달랐다. (내가 거기에 없었다는 건 살포시 넘어가자) 저마다의 서울이 이렇게나 다른 건, 다들 출신지가 다르고 서울이 워낙 커서 동네마다 분위기가 달라서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다들 어떻게든 서울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현지인이라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프랑스어로 산책자(flâneur/flâneuse)란 개념을 소개했는데, 쉽게 생각하면 작가나 예술가(aka 한량) 같은 사람이 바빠죽겠는 도심 한복판에서 햇빛 받으며 인스타 사진을 찍는 도시적 감각인 것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는 주인공이 파리를 배경으로 명소 탐방 및 문화계 명사와의 만남, 바람 피기를 보여주지만, 그 낭만 속에 먹고 사는 문제나 파리 교외나 빈민가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다.


여기서 언급하는 '현지인'은 산책자의 반대 개념으로서 말한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짧게 지내는 동안 몇 개월간 핸드폰을 쓰지 못하게 돼서 울고, 사정이 다른 사람들을 질투하며 관계 속에서 헤매고, 가치관의 충돌에 혼란스러워 했다. (그외 이스탄불의 혼란함에는 새벽 3시에 도로에서 버스가 멈추기, 분명 도로는 3차선인데 차가 네 대 등이 있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과정이 있었고, 그 좌절 및 성장과 함께 이스탄불은 나에게 특별한 도시로 남았다.

당신에게 특별한 도시는 어디인가요?
낭만이 아닐 지라도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때론 발전했던 곳은 어디인가요?





# 나도 없고 너도 없는 고양이


@영화 고양이 케디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주인은 없죠.
Though cared for by many, they live without a master.


어떤 사람은 길고양이가 모두 입양되어 위험한 환경에서 사는 길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갈라타 타워 근처에서 옷 가게를 하며 고양이 사리(Sari)에게 앉을 곳을 내어주고 그녀와 교감하는 동네 주민은 쓰다듬자고 고양이들을 집에 가두어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이스탄불에서는 고양이에게 먹이나 물을 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면서도 고양이가 가고 싶어하면 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동네에 동물 병원마다 외상이 잔뜩 있는 집이 많단다.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 다 있고 나만 없어"라고 한국어로 적힌 티셔츠를 외국인이 입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SNS를 강타했던 그 사진은 귀엽고, 애교를 부리며, 돌봄을 요하는 존재로서 고양이를 조망한다. 하지만 제다 토룬 감독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주인이 없다고 못 박듯이 말한다. 실은 우리도 고양이와 똑같이, 삶의 많은 시기를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가족이 제공하는 집과 먹이밥, 재정적 지원, 등등. 가족이 아니더라도 국가나 지역 사회가 그것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처럼 우리 역시 살아가며 각자의 사연을 통해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고양이 케디는 고양이의 이야기이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지역 사회, 도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없었다면 어린 시절이 힘들었을 거예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로는 부족했거든요. 특히 어른들과는 관계 맺기가 어려웠어요. (중략)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서부극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십자가 꽂힌 무덤가에 바람이 불고 주인공이 서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기독교엔 관심없지만. 고양이가 죽었을 때 나랑 형도 그렇게 무덤가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꽂아줬어요. 아버지가 알고는 이러다 기독교인 되는 거 아니냐고 노발대발 하더니 그길로 우리를 코란 학교에 보내버렸죠."


@영화 고양이 케디
고양이와 개를 위한 컵입니다.
내세에 물 한 잔이 없어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면 이 컵을 건드리지 마십시오.
Öbür dünyada bie damca suya mutltau olmak isiemiyoesan dokunma!!!





# 코너 속의 코너, 이스탄불 톺아보기

# 고양이들은 어디 살고 있을까요?


터키 전통 보드게임 타블라(Tavla)와 전통 차 차이(Çay) @영화 고양이 케디


영화 고양이 케디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소와 음식을 통해 이스탄불의 감성을 느 수 있다. 이스탄불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누며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잇는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을 내려다보고, 배를 타고 건너기도 한다. 이스탄불의 랜드마크, 중세 시대 석제 탑 갈라타 타워(Galata Kulesi)가 위치한 카라쿄이(Karaköy)에는 고양이 사리(Sari)와 벵귀(Bengü)가 살고 있다.


갈라타 타워 너머로 갈라타 다리를 건너면 술탄 아흐멧 모스크(Sultan Ahmet Camii), 아야 소피아(Ayasofya),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이 보인다. 갈라타 타워에서 아시아 방향으로 넘어가면 아시아의 끝이라 불리는 위스키다르(Üsküdar)가 있다. 그곳에선 고양이 아슬란(Aslan)이 쥐로부터 레스토랑을 지킨다.


한편 유럽 지구에선, 2005년부터 11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었던 제바히르 백화점(Cevahir)이 있는 시실리(Şişli)에 취향이 고급스러운 고양이 두만(Duman)이 살고 있다. 시실리 근처 페리쿄이(Feriköy) 시장에는 장난꾸러기 데니즈(Deniz)가 돌아다니고 있다. (시실리 근처엔 축구팀으로 유명한 베식타스(Beşiktaş) 지역도 있는데, 그곳엔 한국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베벡 스타벅스가 있다)


오래된 도시철도, 빨간색 튀넬(Tünel)이 골목 뒤로 지나가고, 가게에서는 사람들이 터키 전통 보드게임 타블라를 하고 있다. 곳곳엔 전통차 차이를 이고 다니며 파는 사람과 차이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스탄불 북부 바다 근처 예니쿄이(Yeniköy)의 생선 가게에선 고양이가 생선을 받아 먹는다. (물론 이 모든 걸 알아차리려면 영화를 다섯 번 쯤 봐야 할 것 같다...)


여러분이 영화에서 본 이스탄불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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