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슨한 빌리지 Dec 11. 2018

초능력으로도 바뀌지 않는 세상

37-1. 듀나, 『민트의 세계』를 보고 나눈 이야기 

* 느빌의 책장의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혐오와 연대 키워드의 첫 번째 텍스트 <민트의 세계>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연연, 다희, 이주, 학곰, 일벌레, 박루저 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초능력을 갖게 된 인류의 미래는?'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은 간단한 감상은?


다희 : 발제자로서 책을 끝까지 읽긴 했는데 중간중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넘어가면서 읽었어요. 그래서 내용의 디테일을 전부 정확히 이해한지는 모르겠어요. 발제를 쓸 때에는 '혐오와 연대'라는 키워드와 연결을 시켰습니다. 모두가 초능력을 쓰는 새로운 인류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시스템화하고 탄압,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깨려는 사람들이 청소년이라는 부분이요. 이후 다른 발제작들을 통해 '혐오와 연대'라는 키워드를 다룸에 있어 서막을 여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다들 소설을 읽기가 어려웠다고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연연 : 장르 소설이라서 어렵다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오고 그 이름들이 영어명, 일본어명 등으로 섞여있어서 인물을 파악하는 것이 오래걸리고 어려웠어요.


일벌레 : 맞아요, 분량에 비해 인물이 과한 느낌이었어요


(학곰 : 코드명도 있고...)

(이주 : 닉네임도 있고 이름이 자꾸 바끼고...)

(연연 : 시점도 계속 바뀌고....)


박루저 : 음.. 저는 개인적으로 느빌하면서 읽은 것 중에 제일 별로였어요. (웃음) SF나 판타지를 영화가 아닌 책으로 읽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에서는 중심서사에 집중되느라 세세하게 알 수 없는 주변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이나 갈등 등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소설 속에서 이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어떻게 싸우는지를 도무지 모르겠어요. 양산형 판타지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딱. 그래서 그런지 차라리 잘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희 : 듀나 작가의 소설은 <민트의 세계>가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소설 속 세계관이 작가의 이전 소설과 같은 세계관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주 : 배터리, 정신감응자, 마법사 등 능력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서 좀 더 설명이 친절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미 다른 책에서 같은 세계관을 다루었었다면 기존 독자들은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네요.


학곰 : 한 권 안에서 완결성이 나는 게 아니라 다른 텍스트들을 통해서 상호연결성생기는 것 같은데, 이 책으로 ‘듀나 SF’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이후 작가의 책을 읽기는 쉽지않을 것 같아요.


다희 : 맞아요. 듀냐의 팬들은 이번 <민트의 세계>가 듀나 세계관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하더라고요.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되어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초능력을 써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다희 : 민트의 세계의 세계관을 정리해보자면, 모든 사람들이 초능력을 쓸 수 있게 된 세상이예요. 이전부터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배터리라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배터리와 연결하여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졌어요. LK라는 대기업이 능력자들을 키우고 다른 기관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요.


연연 : 마치 거대권력의 음모론을 판타지 세계관으로 만들어둔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박루저 : 밝혀지지 않은 능력자들을 촘촘한 설정이나 설득력 있는 세계관의 묘사 없이 그냥 가져와서 만들어낸다는 느낌이 었어요. ‘그냥 돌연변이라서 그런거야’로 너무 단순하게 설명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이 사람이 어떻게 살해됐지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시작하는데, 그걸 풀 때는 인과관계 없이 그냥 능력이라서 가능하다는 식이었잖아요.


학곰 :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근미래 SF로 지금 있는 지명들과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세상이고 ‘10년, 50년 후에도 뭐가 나올지 몰라’하면서 엄청 발전된 것 같은데 반면에 아직도 지하철 7호선을 타고 부평역 지하상가를 걸어다니고 하더라고요. 지명이나 사람들의 행동양상이 지금이랑 다를 바가 없는데 초능력만 생긴 것이 이해는 되면서도 SF의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다희 :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오히려 현실에 있을 법한 꼰대나 직장상사, 청소년 문제 들을 다루고 있는 부분들이었어요. 현시대에서 느끼고 있는 감각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설정과 묘사를 넣은 게 아닐까요.


일벌레 : 맞아요. LK의 회장이 찾아왔을 때도 ‘저 나이 때 사람은 저렇게 안 말하는데’ 하면서 정체를 알아내는 부분 등이요.


연연 : 저도 아저씨나 십대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세계관의 권력구조 자체는 현실이나 현실의 기업을 타겟으로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다희 : 네 대기업, 꼰대 세력을 저격하는 문구들이 많았죠.


박루저 : 하지만 그런 문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각각의 문제들이 잘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주 : 그래서 저도 너무 많은걸 얘기하려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일벌레 : 여러 이야기들을 쉽게 쉽게 이야기하는데 뭔가 작가의 깊고 정확한 사유가 담겨 있다기 보다는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스쳐지나간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변해간다


박루저 : 저는 사실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도 별로였어요. 저는 소설이 주는 묘사나 재미에 전혀 빠져들지 못했기 때문에 일종의 해명을 바라며 읽었는데, 작가는 '훗 뭐 굳이 내가 말하자면 이런 소설이랄까?' 하면서 너무 폼잡으며 쓴 느낌이었거든요. 


다희 : 작가의 말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세상에는 새로운 사람들(후손들)이 등장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이미 쌓아져 있는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살아갈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담아냈어요.


연연 : 결국 사회 변혁에 대한 이야기네요.


학곰 : 최근에 일본 애니메이션 하나 봤어요. <잔향의 테러>라는 작품이었는데 '능력자'를 (국가차원에서 비윤리적인 실험을 통해) 키우고 만들어낸다는 설정이 lk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목적에 맞는 인재를 길러낸다.'라는 지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두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목적성이 인간보다 더 위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애석하게도 남 일 같지는 않았어요. 가끔씩 저도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부여된 쓰임'에 맞게 만들어진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거든요.(웃음)


연연 : 저는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어요. 사람들의 쓰임을 권력구조가 정해준다는 부분이나 환각제를 사람들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하는 부분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다희 : SF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나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것은 정의로운 인물 한 명이 현 사회의 문제점에 반발하면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이었어요. 소설 속에서 민트가 그런 역할을 하지만 그 행동이 크게 정의롭다거나 윤리적인 동기로 시작되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사회를 진보시키고 더 좋은 사회로 만들겠다는 것 보다는 그냥 ‘재밌으니까, 남과 같은건 싫으니까’ 이런식의 동기로 행동하고 움직이더라고요. 이런 인물의 캐릭터도 의도된게 아닐까 해요. 마치 제트 세대의 모습이랄까요.


박루저 : 이런 식으로 대놓고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서사는, 독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유나 뻔하지 않은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멋진 신세계>가 그 한계를 극복했던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멋진 신세계>가 좋았던 이유는, 말 그대로 '신세계'를 '디스토피아'랑 겹쳐놨기 때문이에요. 소설 속의 인물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그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정말 '신세계'에서 행복하게 사는데도, 독자는 그걸 섬뜩한 디스토피아라고 느끼잖아요. <민트의 세계>는 오히려 대기업과 인물의 대립 구조가 단순하고 선악의 구분도 분명해서, 독자가 갖게 되는 문제의식도 뻔할 수 밖에 없어지는 것 같아요.


학곰 : 정의감이 없는 영웅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블 영웅으로 치면 데드풀 같은 영웅이랄까요.


이주 : 저도 뭔가 소설이나 캐릭터의 감성이 오히려 새로운 세대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등장인물들이 닉네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또 팩이라는 그룹에 소속되었가가 해체하고  또 새로운 팩을 만들고 하는 과정이요. 제트 세대 아닌가요.


다희 : 맞아요. 몇몇 서술들에서는 트위터를 읽는 감성과 비슷하다고 생각도 들었어요.


박루저 : 아까도 말했지만, 차라리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동 : 끄덕끄덕)


연연 : 엄청난 설명 없이도 그냥 그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책 아닐까요. 장르의 쾌감 같은 거죠.




매거진의 이전글 초능력을 갖게 된 인류의 미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