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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Dec 17. 2018

우리는 진정으로 연대할 수 있는가.

38-1.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녹취록

* 느빌의 책장의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혐오와 연대 키워드의 두 번째 텍스트
<달라서 바이어스 클럽>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연연, 동석, 이주, 학곰, 일벌레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에이즈에 걸렸어.'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neuvilbooks/265



# 영화에 대한 소감


연연 : 재밌게 보았어요. 영화의 줄거리는 금지약물을 판매하는 이야기, 라고만 알고 있어서 '혐오와 연대'라는 주제와 잘 어울릴지 의아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해가 됐어요. 주인공(우드루프)가 입체적으로 그려졌고 혐오에서 연대로의 변화를 보여줘서 주제와도 잘 맞는 영화였습니다.


일벌레 : 제약 회사가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아요. 영화에서 나온 에이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와 생리까지. 화학 회사의 로비연관되어 있어요. 그들은 책임지지 않고, 잘못된 것을 팔아도 법적으로 규명을 하지 않아도 되요. 그러나 피해자들은 보상받지 못하고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연대가 중요하죠.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는게 안타깝기도 했어요.



연연 : 대마초 이슈가 생각났어요. 외국에서는 대마초가 특정 질병의 약물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희귀병에 걸린 자녀를 둔 어머니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에서 치료 받도록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어요. 최근 치료용 대마초 합법화 시위도 있었죠.


이주 : 재미있었어요. 영화의 내용이나 배경을 전혀 모르고 봤는데 실화라는 사실에 놀랐어요.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병에 걸린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울까을 상상하며 봤어요.


학곰 : 역시 재밌었습니다. 주인공들(매튜 맥커니히 / 자레드 레토)의 연기가 환상적이었어요. 사실 발제문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았는데, 이해가 더 빨라서 좋았습니다.


영화를 고른 이유?



동석 : 혐오와 연대라는 키워드를 듣고 빅 데이터를 구동했어요. 왓차에 600여편의 영화를 등록했는데, 평가순으로 정렬하면서 주제와 받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포스터를 보고 상상한 것과 실제 영화 내용이 달라서 놀라기도 했어요.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어요. (5점 만점에 4.5점)






# 혐오하는 대상과의 연대


동석 : 주제로 골랐다시피,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혐오'하는 대상과 연대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동시에 자신이 혐오하는 존재로 되버린 상황도 참신했구요.


이주 : ‘혐오와 연대’라는 키워드와 잘 어울리는 영화였어요. 우드루프는 자신이 혐오하던 동성애자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고, 그들을 위해 약을 팔고 투쟁했어요. 그 시발점에는 주인공와 레이언의 개인적이고 작은 차원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연연 : 정의를 구현하고자 멕시코에서 약을 들여오지 않아서 좋았어요. 레이언이 먼저 말 건 일은 자신의 생사가 오가는 문제이기에 시작한 일이었겠지만 우드루프에게는 에이즈가 걸린 후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계기였어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에 정서가 맞물린 거죠. 나중에 곱씹어 보니 우드루프가 돈벌이 뿐만 아니라 레이언을 진심으로 생각해준다고 느꼈어요. 그가 마음을 여는 순간 포옹을 하죠. 그 전의 우드루프라면 포옹 역시 동성애의 요소라고 생각했을 텐데 말이죠. 포옹은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학곰 : 우드루프가 연대한 대상은 동성애자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동성애자면서 에이즈인 환자였다고 생각해요. 레이언과의 관계는 그래서 특수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에는 마음을 열지 않은 것 같았어요. 동석이 얘기했던 것 처럼 자신이 싫어하는 존재와 자신이 연관이 있을 때 (혹은 같은 취급을 받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우드루프는 그 점에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선으로 '에이즈'를 잡은 것 같아요. 우드루프가 약을 들여오는 동기가 솔직해서 좋았어요. 돈을 벌기 위해서였죠. 신파적이지도 않고 교훈적이지도 않아서 좋았어요.


동석 : 막간이지만 저는 실화 영화를 좋아해요. 현실성도 있고 무엇보다 스토리의 아귀가 맞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혐오하는 것과 연대를 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일까요?


연연 : 자신이 혐오하는 사람과 연대하는 것 / 나를 혐오하는 사람과의 연대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드루프의 경우엔 전자이고, 레이언은 후자였죠. 레이언의 마음을 어땠을까요?


학곰 : 비즈니스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스디스벌스를 언급한다.)


일벌레 : 그 시절(1980년대 미국 텍사스)에는 동성애에 대한 상식적인 시선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류의 경멸이 들어오니까, 어느정도 혐오를 보이는 대상에게도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주 : 어쩌면 그 둘의 처음 만남에서 레이언이 어떤 교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요. 병실에서 만났을 때, 둘은 같은 에이즈 환자이기도 했고, 그때 우드루프가 몸이 안 좋아서 레이언에게 약을 나눠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다리가 저려 에이언이 다리를 주물러주기도 하잖아요. 그때 뭔가 교감이 있었어요.


일벌레 : 실제 삶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죠. 친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인데도 어떠한 계기에 의해 친해지는.


학곰 : 우드루프가 떠난 자리에 다른 환자가 왔어도 레이언이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진 않아요. 그 둘은 운명이었어요. 대체제가 있어도 레이언은 우드루프를 만났을 거예요. 그 둘이 미국인이라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것 같아요. 실리가 맞으면 딜이 되니까요. 한국사회였다면 쉽지 않았을거예요.


연연 : 이 사람이 뛰어난 사업가라고도 생각했어요.


이주 : 미국도 저땐 참 허술했구나. (웃음) 저렇게 막 약을 들여오고.



연연 : 우드루프가 신부(father) 옷을 입고 약을 가져오는게 너무 웃겼어요. 영화가 그런식으로 완급을 조절해주는 것도 좋았고요. 주제가 무겁고 죽음을 오가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장면 사이에 재밌는 장면을 넣어주어서 좋았습니다. 볼거리도 많았구요.




# 중요한 결정 - 우리 사회속의 연대


학곰 : 영화에서 FDA는 명분때문에 움직여요. 이해관계를 중요시하죠. 관객은 어떤 것이 옳은 선택지인지 알고있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달라요. 사회에서는 명분과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죠. 이것을 깨고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려고 하는 우드루프의 행동이 영화가 끝나갈수록 그를 지지하게하는 이유인것 같아요.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이죠. 하지만, 만약 내가 FDA에서 약을 쓸지 말지 결정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해보았을 때 저는 이해관계와 동조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연연 : 저는 요새 누구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남의 생존도 위협하면 안되겠지만 큰 결정권자가 되었을 때 여러 이해 속에서 내가 과연 의미있는 쪽, 정의로운 쪽으로 선뜻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주 : 영화에서 의사들은 효능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주인공의 처방이 더 좋다는 걸 알았을 때 FDA와 제약회사의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일지... 저도 학곰의 의견에 동의해요. 우드루프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사자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학곰 : 지지는 하지만 연대로 넘어가기는 힘든 것 같아요.


일벌레 : 당사자가 되어도 커다란 이해관계는 깨기가 힘들어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피해를 주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정도에서 끝나죠. 법안이나 대체연구를 할 수 있게 푸쉬가 안 돼. 한편, FDA 집단을 모두 규정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영화 배경보다 20년 정도 전에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입덧 치료제가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잘 팔렸어요. 그런데 임신 한 달 이내에 복용하면 100% 확률로 기형아가 태어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국에서는 FDA의 직원이 약의 임상이 부족하다고 반려하여 피해자가 없었어요.



연연 : 현실에 침투해야만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여성혐오에 대한 것과도 연관이 되는데, 시위에 참여한 수만명은 현실의 문제가 자신의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예요. 어떤 경우에는 내가 살기 바빠서 지나치기도 하죠. 기부라던가 소극적인 지지로 대신하면서요. 청와대에서 국민청원이라는 것이 생겨 좋긴 하지만 그것이 있음으로서 거기에만 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감정적인 면죄부 같달까.


이주 :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이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면 결과적으로 이런 공감도 없고 계속해서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면서 자신의 원래 삶을 살지 않았을까요. 같은 처지가 되어야만 연대가 가능한거죠.


연연 : 여자 의사와의 관계도 흥미로웠어요. 여자라서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주인공의 행동에서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일의 의미를 알아준 건 그녀였어요. 연대를 해야한다, 라는 의미를 보여준 관계이기도 했고요.



동석 : 현실에서는 이러한 연대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피해자들은 일반인이지만, 그가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거대 이익집단이니까요. 피해자들 끼리 뭉치는 것이 힘들죠. 그래도 영화에서처럼 치료의 방법을 바꾼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였어요. 제가 아까 말한 실패도 사실은 일정부분은 성공한 것이죠. 겉으로 보이는 결과들 - 법정에서의 기각 같은 - 이 실패이고요.


학곰 : '하고싶은 게 참 많았는데 지금은 의미있게 살다가 죽고싶어'라는 주인공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사람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준다는 것이 멋졌어요.


연연 : 실패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해서. 전 요새 좌절을 많이 겪었어요. 정세랑 작가의 소설 <피프티 피플>에서 읽은 노인의 말이 생각났어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 같지만 실은 아주 예전에 출발한 것이라고, 아주 예전부터 돌을 던져와서 지금 여기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라고. 이런 생각을 하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또 역사를 보면 그게 사실이라고도 말해주니까. 실패라고 생각하면 괴롭지만 그렇기 않기 위해 실패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석 : 스웨덴 대사관에 써있는 말이 생각났어요. '스웨덴에서는 실패해도 됩니다."





# 기억에 남는 장면


동석 : 저는 장면이라기 보다는 시퀸스가 좋았어요. 처음과 끝을 로데오로 장식하는데, 로데오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 8초에요. 첫 장면에서 주인공은 경기를 관람하지만 마지막엔 직접 소에 올라타요. 그가 8초를 버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두 장면 사이에는 그가 에이즈에 걸리고 난 뒤 7년의 시간을 보여줘요. 처음 에이즈 판정을 받았을 때 30일이었는데. 비유적으로 생각한다면 주인공은 인생의 로데오는 성공했어요.


연연 : 우드루프와 레이언의 포옹신이 좋았어요. 커밍아웃을 한 동성친구와 있으면 긴장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잖아요. 동성애자라고 모든 동성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우드루프가 자신이 꺼려했던 대상과 접촉, 긴밀한 포옹을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이주 : 호텔에서 우드루프가 레이언에게 약을 놔줄 때. '이제 네가 혼자 할 수 있어야지. 내가 없으면 어떡할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요!


학곰 : 의사와 같이 밥먹는 장면이 좋았어요. 와인을 마시면서 그림도 주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세요, 라는 대사도 나왔던 것 같아요.


일벌레 : 인물의 감정선보다는 주인공이 멕시코에서 보물찾기 하듯이 약을 찾아냈던 장면이 통쾌했어요. 회사 측면에서 보면 약을 만드는 건 장기적인 투자인데,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컸어요. 그래서 에이즈 치료제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약이 있어도 (영화에서처럼)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발제는 이렇게 끝났다. 뒤풀이로 치킨을 먹었다. 치킨에서 정성스럽게 튀긴 탕수육 맛이 났다고 학곰이 말했다. 각자의 근황 - 주로 회사 이야기 - 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날이 춥다. 누군가는 버스를, 누군가는 지하철을 타고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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