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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27. 2019

세대 갈등의 진짜 원인은?

47. <아버지와 아들>을 읽고 나눈 이야기

* 느빌의 책장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노년 키워드의 세 번째 텍스트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박루저, 이주다희, 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세대 갈등'으로 퉁치는 '꼰대'와 '요즘 것들'>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세대 갈등이라는 키워드가 놓친 것들


박루저 : 책의 내용을 전혀 몰랐을 때 한 기사를 읽었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세대갈등을 다룬 텍스트로 소개된 것을 보고 골랐어요. 이 책이 세대 갈등, 특히 혁명 전후 세대로 갈리기 때문에 서로 더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를 그린 텍스트라는 소개를 보고 골랐어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보아도 태극기 부대와 젊은 세대는 절대 서로 이해하지도 섞이지도 못하는 측면이 비슷한 것 같았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세대갈등을 잘 못 표현한 것 같아요. 기대와는 달리 인물의 입체감이 없었고 그렇다고 누군가의 입장에 설득되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념적인 이데올로기 놀이마냥 자기의 이념들을 선택하는 부르주아 논리는 잘 보여줬지만요. 문체나 주제적 측면에서도 간만에 고전 같은 고전을 읽은 느낌이에요.


이주 : 읽으며 아쉬운 부분이 있던 소설이에요. 초반에는 청년 두 명이 친구의 집에 찾아가서 아빠와 큰 아빠의 이념적인 대립을 이야기하고, 낭만주의/니힐리스트에 대한 이념적인 갈등을 다루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엔 여성이 등장하고 연애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많아서 당황했어요. 재밌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뭔가 엄청나게 세대 갈등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오히려 결과적으로 두 세대가 합쳐지는 느낌이 들었고, 두 세대 중 어느 시선에 완벽하게 집중해서 보여준 것도 아니란 느낌이라 아쉬웠던 것 같아요.


다희 : 전형적인 인물들이란 느낌이 들어 아쉬웠지만 고전이란 점을 감안하고 읽었어요. 그래서인지 표현된 갈등의 부분도 굉장히 그 세대를 대표할만한 특징들을 집약해 놓은 느낌이었죠. 오히려 아들의 언행이나 생각이 진보를 표방하지만 옳은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두 세대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도 같아요.


박루저 : 중간 이후론 연애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보통 사춘기의 성장 서사, 연애 서사에서 아들들은 사춘기를 겪기 전 이상적으로 그려 둔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버리거나 온전히 인정하면서 성장하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연애 감정을 되게 부정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정말 통과해야 할 성장을 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보인 것 같아요. 이념은 진보이면서 삶에서는 실천하지 못하는 정말 부르주아 놀음 같았어요.


다희 : 작가가 오히려 아들을 비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아들 세대의 관점이 조금 편협해 보였어요. 겉으로는 진보를 표방하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들도 있고,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박루저 : 작가가 겉으로는 중립이지만 러시아 문학에서 진보적인 스탠스였다고 해요. 당시에는 세대 갈등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아버지 세대를 분석하려는 태도로 썼다고 읽혔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현실에서는 오히려 아들 세대가 외치는 진보가 편견에 가깝고 강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죠. 오히려 이건 지금 읽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주 : 한편으로는 나도 점점 늙어 간다는 것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아버지 세대를 긍정하는 모습이 저 또한 어쩔 수 없이 현실 순응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아버지가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모습들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아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싶었던 것 같아요(웃음).


박루저 : 작가가 바도르프를 죽인 것은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시대를 너무 앞서 가는 것에 대해 후에서야 재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당시에는 절대로 먹힐 수 없는 혁명을 외친 것이니까요. 


이주 : 한편 등장하는 여자 인물이 부인과 아버지랑 같이 사는 가정부랑, 까짜 등이 나오는데요. 사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여성들을 등장시켰는지를 생각해보면, 남성 주인공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만 등장시킨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여자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여자들은 못생겼다고 이야기하는 구절이 흥미로웠어요. 여전히 그런 시선이 있잖아요.


다희 : 저도 그 부분 기억에 남아요. 지금 한국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해 그런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 인터넷 댓글 창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현실도 그렇죠.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여성을 다시 외모로 깎아내리려 하는 시도가 조금 웃기죠. 정치적으론 진보적 스탠스를 취하는 남성들도 피해 갈 수는 없어요.


고전과 문학 비평


박루저 : 현실에서도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이 편협한 시선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텍스트가 세대 갈등의 텍스트로 보이면서 사라지는 맥락이 많다고 생각해요. 계급에서 보이는 갈등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데 결국 주인공들의 시선에서는 다른 것들(농부, 여성) 등이 포함되지 않아요. 세대갈등이라고 표현되면서 혹은 읽히고 비평되면서 가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왜 '세대갈등'이라는 단일한 키워드로만 비평되어 왔고, 어떻게 지금까지 고전으로 남아 왔는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해요. 아쉽기도 하고요. 


이주 : 그 당시 소설이 나오고 시간이 흘러서 비평이 있었을 텐데 그 비평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더 고전을 생각하면 현재에 공감하기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오히려 현대적 입장에서 하는 비평이 추가되고 쓰인다고 하면 고전을 읽는 것도 더 재밌을 텐데...


다희 : 그러게요. 이 책을 오히려 현재 진보 정치를 표방하는 사람들의 모순과 편협을 이해하는 텍스트로 이해하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태극기 부대 반대 스탠스에서 진보를 외친다는 이들이 포섭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많잖아요. 그럼에도 어떤 문제에 위계를 정하고, 뭐 물타기 하지 말아라,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 하면서 가려지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현실 문제와 연결시켜서 이해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박루저 : 맞아요 저는 그런 점에서 이광수 작가 생각도 났어요. 이광수가 실제로 꼰대도 잘 그려내고 계몽 세대도 잘 표현하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걸 지금 우리가 읽으면 말 그대로 중2병처럼 보이게 되고 웃긴 면도 있는 게 아이러니죠. 아마 이 작가도 러시아에서 민족 문학 비슷한 입장이지 않을까요? 


이주, 다희 : 맞아요! <무정> 같았어요. 여자 두 명을 등장시켜서 전형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것도 그렇고. 


박루저 : 한편으로는,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이 확실히 어렸을 때 여유가 있고 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느 정도 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정말 진보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부모로부터 배운 지식으로 인해서 또 그 부모를 비판하게 되는 식이 많죠.  


오히려 요새 김동식 씨의 소설을 비평가들이 좋게 평하는 이유가 노동자가 본인의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었다 생각해요. 비평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믿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고전을 제대로 비평하는 텍스트를 찾기 어려워요. 리뷰 자체도 워낙 적어서 고전이라고 소개되어 있으면서도 왜 이게 고전인지 모르겠는 것이 아쉬웠어요. 아무리 작은 독립 영화라도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평이 있기 마련인데, 문학은 그게 아니어서 어려운 것 같아요. 



노년의 삶에 대하여


다희 :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노년의 삶은 어떤가요?


이주 : 노년의 삶은.. 자식을 낳지 말자(웃음).


박루저 : 저는 약간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울 거라고 느꼈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는 결국 윗 세대가 만들어 둔 것이니 우리는 그 감각을 어느 정도 체험하는데, 아버지 세대가 우리를 이해하는 것은 정말 불가하지 않을까요?


이주 : 그렇죠. 부모님 세대는 겪어보지 못한 것을 우리가 하고 있으니까요. 

 

박루저 : 저는 아버지 세대의 어떤 관점들이 어떤 맥락에서 생겼는지를 알고 있는데, 아빠 세대에게 우리가 왜 이런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를 말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이주 : 그래서 노년이 되어서도 계속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해서, 현재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노력해야겠어요. 간접적으로라도 책을 읽고 하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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