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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y 10. 2019

복통이 나면 두려움이 뒤따른다

54. 리들리 스콧, 『에이리언』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5월의 주제는 [몸]입니다.


*5월 주제 [몸] 업로드 일정표

- 5월 5일(일) 책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2018), 김해원 외 4명

- 5월 10일(토) 영화 『에이리언』(1979), 리들리 스콧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우주화물선이 지구로 귀환 중이다. 귀환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갑자기 날아온 신호를 받고 당황한다. 어서 빨리 고향인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만, 계약서에 써진 내용은 ‘외계신호가 잡히면 그 신호를 따라 탐색해야 한다는’것. 그렇지 못하면 계약금은 받지 못한다.


신호가 잡힌 행성에 도착하고, 선발대 3명이 탐사를 하던 도중 ‘케인’은 외계 생물체를 발견하지만, 갑자기 알에서 괴생명체가 나와 그의 얼굴을 덮친다.


모선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케인의 얼굴에 달라붙은 생명체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케인 역시 코마에 빠져있다가 돌아오고, 그들은 다시 화목한 식사를 한다.


그러나 갑자기 케인이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공포영화 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되며, 모든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침입


에일리언 시리즈는 너무나 유명해서 영화의 내용은 몰라도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너무나 유명하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비슷한데, 거미를 닮은 페이스 허거가 사람의 몸에 붙고, 곧 흉측하게 생긴 에일리언이 사람의 배를 뚫고 나온다. 그리곤 우주 공간에서 사람들을 한 명씩 살해하며 우주선을 점거한다.


이번 달의 주제 ‘몸’과 '에일리언'을 엮을 것을 첫 번째 소주제는 ‘침입’이다.

<에이리언>에서 비주얼 적으로 가장 강력한 장면은

1) 케인의 얼굴을 페이스 허거가 습격하는 장면과

2) 배를 뚫고 나오는 에일리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가지 장면 모두 침입 내지 습격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은 언제 공포를 느낄까? 가장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남이 나를 해하려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에일리언>은 그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생물체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이렇듯 거의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 아니 내가 갖춘 방비가 확실한 지 아닌 지 모르는 상태에 있을 상태에 놓일 때 침입에 대한 두려움은 극한까지 닿는다.


결국, 케인의 몸에서 나온 새끼 에일리언은 성체로 자라고,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에일리언의 습격을 막기 위한 방법은 많았다.

케인이 함부로 알을 만지지 않았다면 습격을 당하지 않았을 것, 습격을 당한 뒤에도 제대로 된 분석을 해보고 그를 냉동시키거나 격리했을 것, 새끼 에일리언을 그 자리에서 바로 즉결했을 것 등등.


하지만 '무지'의 상태에서 이런 것들을 이행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평소에 이런 '외부의 습격'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숙주


에일리언은 외계 생물체지만, 지구에 사는 어떤 생물과 굉장히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진다. 바로 그것은 기생생물.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생생물은 아마도 연가시나 회충일 것인데,


연가시는 물속에 살다가 사마귀와 같은 곤충 몸속에 들어가 내장을 파먹고 다시 물가로 돌아간다. 회충 역시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 기생하며 영양분을 섭취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숙주가 필요하다는 점이고, 에일리언 역시 ‘포자’ 같은 역할을 하는 페이스 허거가 인간의 몸을 덮친 후 에일리언이 될 어떠한 작은 유충을 몸속에 넣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린 케인이 허겁지겁 물과 음식을 찾는 것 역시 목이 말라 물가로 가는 사마귀나 영화 <연가시>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기생’은 어떻게 보면 ‘공생’과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생’은 숙주에게 해를 입힌다. 앞서 말한 연가시의 경우, 결국 곤충은 죽고 회충 역시 오래 내버려두면 사람 역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에일리언>은 그것을 비주얼적 쇼크로 표현을 하는데, 몸을 비틀며 괴성을 지르는 케인의 모습에 한 번, 그리고 가차 없이 몸을 뚫고 나오는 것으로 또 한 번 충격을 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는-회충과 비슷하게- 나와 전혀 닮지 않는 것이 내 몸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일 거다. 즉, 다른 존재와 나와의 연관성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


단순한 관계가 아닌, 내 ‘몸’ 안에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 이를 현실에 대입해 본다면, 내가 아니면서 나와 닮지 않은 것과 부딪혔을 때에 오는 두려움 내지 갈등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즘 적 접근? (이동진/김중혁의 ‘영화당’ 참고)


에일리언의 배경은 우주선이다. 영화 초반 부와 후반 부의 씬을 보면 좁고 긴 복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이미지 적으로 ‘알’과 비슷한 형태들이 많다. 이 부분은 여성의 생식기와 자궁 내지 태아가 들어있는 배의 모습을 비유한다.


또한 페이스 허거가 케인을 덮치는 것, 남근을 닮은 두상 구조를 가진 에일리언이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고 본 작의 진 주인공인 ‘리플리’를 추격하는 것은 여성에 몸에 대한 폭력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케인의 복부에서 에일리언이 튀어나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여성의 출산과 대비시킬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의 초반 부, 리플리는 그리 중요한 역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일리언에게 끝까지 저항하고 싸우는 것은 그녀이며, 이런 장면은 신체 삽입 내지 폭력에 대한 저항을 막는 여성을 상징한다.


그밖에도 과학 장교인 애쉬가 그녀에게 포르노 잡지를 입에 물리는 장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 밖의 것들


-. 애쉬는 결국 로봇으로 밝혀지는데, 인간의 몸을 가진 리플리에게 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에일리언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쪽은 완전한 외부의 존재, 한쪽은 그래도 같은 편일 것이라 생각했던 내부 존재의 침입이었던 것. 이는 영화 서사적으로도 반전을 선사하는 흐름이다.


-.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에일리언을 지구로 가져올 것. 완벽한 생명체 – 완전한 구조를 가진 순수성. 질긴 생명력. 양심, 후회에 전혀 구애하지 않고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생물체. 아마도 에일리언은 무기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 <에일리언>이 모성애 또는 그것에 반하는 스토리였다면 <터미네이터 2>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이 <에일리언 2>를 감독했을 때 ‘리플리’는 1편과는 전혀 다른 스탠스를 취한다. 모성애 적 태도를 취하며 어린 소녀를 마치 자신의 딸처럼 여기며 보호하고 희생하기 때문.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영화가 취하는 태도는 전혀 다른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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