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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y 18. 2019

우주선에서의 대화

54-1. 『에이리언』을 보고 나눈 이야기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당분간 매주 토요일 발제 / 수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키워드의 두 번째 텍스트 『에이리언』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동석, 일벌레, 이주, 다희, 연연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복통이 시작되면 두려움이 뒤따른다’를 읽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neuvilbooks/323


작품 선정의 변 및 감상평


동석 공포인 줄 몰라서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흔쾌히 오케이를 해서 감사했지만 다들 무섭게 본 것 같았어요.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SF를 만든 영화라고 한다면 에이리언은 SF에서 호러를 처음 접목시킨 기념비적인 영화입니다. 동시에 몸이라는 주제와도 연관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희 : 무서웠어요. 처음엔 아기자기한 과학 영화인 줄 알았는데.. 우주를 표현하는 예전 영화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최근의 우주영화라는 다른 느낌이어서 귀여웠고요. 고양이도 있었고..


설정도 신기했어요. 여자들도 우주선에 많고 흑인도 있고. 그런 다양성이 신기했죠. 뒤로 갈수록 놀랐고 재밌었어요.


이주 : 우주선의 승무원들이 탐사할 때 시체의 뼈가 터져있는 것을 보고 그것이 나중에 케인이 겪을 복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했죠.


에이리언 시리즈는 지구에 외계인이 침범해서 사람들을 죽이는 서사라 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우주선 안에 있는 무서운 침입자의 존재로 그려진 게 재미있었어요. 최근에 본 라이프라는 영화도 생각났고요.


연연 : 너무 무서웠어요. 밤에 혼자 봐서 그런 것 같았는데... 서사는 세련됐다고 생각해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살해위협을 받는 상황. 카메라 워크나 이런 것이 뒤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진행되어서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몸이라는 키워드랑 어떻게 묶이는지 궁금했어요. 낯선 존재와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발제문을 보고 납득을 했죠.


동석 영화로 하다 보니까 몸이라는 주제를 하고 나서 무엇을 정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직관적으로 몸이 해가 입는 상황과 신체에 대해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는 것으로 연결을 시켰고 마침 에이리언도 기생생물이고,


기생생물이란 것은 ‘몸’에 들어가서 양분을 탈취하고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잖아요. 발제문의 세 번째 주제(페미니즘 적 해석)도 영화를 고른 이유기도 했어요.


다희 : 실제로 영화가 나왔을 때에도 출산과 연결된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한 평론도 많이 나왔다고 해요.


동석 저번 주 발제는 같이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르는 것에 대비를 할 수 있을까?


동석 : <에이리언>은 공포영화에서 극한의 두려움을 잘 표현해냈죠. 지구에서 일어나는 공포 서사 (학교/묘지)를 떠나 우주선이라는 공간에서 공포를 해낸 것이 신선.


우주선은 탐험의 색깔이 강한데, 모르는 존재가 나에게 해를 가할 때 받을 수 있는 것을 표현을 잘했다고 생각했고요. 현실에 비유를 해본다면, 내가 ‘모르는 존재’ 에게 해를 입을 수도 있다?라는 것으로..?


연연 : 정유정의 28을 읽었었는데 그 소설의 내용은 개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옮기면서 나오는 재난 소설이에요. <에이리언>을 보면서 그 소설이 생각났어요.


외계인이 숙주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그것이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내가 모르는 바이러스부터 병에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주 : 몸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광범위해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까. 외계인이긴 하지만 바이러스나 기생충 같은 그런 것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로 에이리언이 그려져서 나름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동석 : 실생활에서도 전혀 모르는 존재에게 해를 당할 때 당할 수밖에 없을까요?


일벌레 : 감기와 같은 병에 걸리는 것도, 갑자기 암에 걸릴 때도 알고 걸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에이리언의 침입과 비슷한 것 같아요.


동석 그렇다면 그런 것에 대비할 수 있을까요? 모순적인 것 같아요. 모르는 것을 대비할 수 있을까.


일동 : 못할 것 같아요.


이주 : 감기도 알고 있어도 걸리는 건데..


<캡틴 마블>의 스크럴 종족. 영어에 능통하다.


다희 : 외계 존재에 대한 상상이 SF 서사에서 많이 나와요. 서사가 이루어지는 베이스이긴 하지만, 외계인이 영어를 쓰고 인간 형상을 닮았는데, 에이리언이라는 존재는 괴수영화여서 궤가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완전히 모르는, 인간과 닮은 점이 없어서 더 무서웠어요.


이주 : 처음에 페이스허거가 나왔을 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에이리언의 형상은 알았지만, 자를 때 산성액이 나와서 다 녹이고… 저런 존재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낯선 존재로부터 몸을 지킨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해친다는 범위가 '그 생명체를 없앨 수 있을까?'라고 했을 때 내가 그곳에 닿을 순 있을지..


동석 : 그다음 페이즈를 생각했을 때 침입 이후에는 어떻게 할까..


이주 : 죽어야죠…


다희 : 애초에 가질 말았어야지 그 행성에. 돈을 못 받더라도


이주 : 버리고 갔어야죠. 들여보내면 안 되는데. 로봇이고 인조인간인 것도 너무 웃겼어요. 상상 못 했는데.


동석 : 케인이 들어오냐라는 씬에서 리플리의 대처가 가장 이성적이었고, 그녀만이 최후에 살아남았죠.


이주 : 격리를 해서 냉동을 했어야 했는데.. 우주선이라는 공간이 그래서 재밌는 것 같아요. 우주선이 구조물이고 밀폐가 되어있는 것 같지만 환기 시스템이 있고, 그 틈새로 어떻게든 뭔가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이라, 완벽하게 격리를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동석 : 한편 고양이가 간접적으로 공포를 설명해주는 존재인 것 같았어요. 지진 나기 전에 동물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처럼. 고양이는 숨어 다니고…


이주 : 고양이를 따라다니면 되지 않을까. 동물을 따라다녀야 해요.


다희 : 고양이가 등장한 이유도 궁금했어요.


동석 : 공포영화의 장치이지 않을까요? 추리/공포 소설로 <검은 고양이>도 유명한 작품이고…


연연 :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제3의 존재로도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연성을 줄 수 있는 장치. 새로운 사건을 주는 장치.


동석 : 일종의 낚시로 볼 수 있겠죠. 외계인이 나올 것 같은 장면에서 고양이가 대신 뛰쳐나와서 놀라는 것과 같은..?


다희 : 캡틴마블에도 치즈 고양이라서 혹시 그것이 <에이리언>의 오마쥬는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연연 : 계급과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는 점도 좋았어요. 79년도 영화인데 우주선에 여자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점에 놀랐어요.



회충약과 DNA


동석 : 기생충 약 잘 먹어야 합니다. 일 년마다.


다희 : 회나 이런 거 먹고 먹어야 된데. 봄마다 먹긴 해요. 집에서 챙겨줘서.


동석 : 먹을 때는 동거인과 같이 먹어야 합니다.


다희 : 허기가 갑자기 지면 회충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해요.


이주 : 다시 얘기로 돌아가면.. 기생충 숙주라는 것이 낯선 존재 주제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소설 소재로 이런 이상한걸? 좋아하는데, 의학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무서운 기생충이 많다고 생각해요. 할머니 댁에 가면 묘지 주변에 사마귀가 많은데, 고모가 밟아 죽인 사마귀를 보면 거기안에 연가시가 있는 것을 봤었어요.


동석 : 이런 애들은 실제로 숙주를 죽이는 것들이죠. 내장을 다 파먹고 물가로 사마귀를 끌고 가요.

 

연연 : 막 베어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영양소를 다 빨아먹으면서 서서히 죽이죠.



다희 : 생각해보면 출산의 과정도 엄마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인데, 우리가 임신과 출산을 잘 포장해서 말하지만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메커니즘을 생각해보면 기생의 과정도 있는 것 같아요.


동석 : 아기는 내 DNA가 절반이 있는 건데 에이리언은 다른 종이 좋지 않은 의도로 들어와서 해하는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차이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몸에 사는 기생충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들었는데, 여하튼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기생에 대한 묘사를 했어요. 정말로 가시적으로 보았을 때 바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그런 존재?


이주 :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리들리 스콧의 영화를 보니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등 SF 영화를 많이 찍었다. <델마와 루이스>를 한 것이 신기했어요.


연연 : 자궁이라는 것이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평소에 통증이 많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요. 발제문을 보면서, 에이리언이 몸에 대한 비유라면 내가 느끼는 이질적인 존재로서는 자궁과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다희 : 필수적인 것은 아니고 생식을 위한 기관이니까.

 


동석 : 생식기관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DNA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기적 유전자>에서 사람이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DNA가 영원히 살아가는 것. 인간이 숙주인 존재…


이주 : 내 선에서 끝내야 해..


일벌레 : 임신하신 분 말씀이 지렁이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대요. 자기가 모르는 존재가 자기 안에 있고, 다른 하고 있는데, 자고 있는데 발로 막 차거나 하니까요.


이주 : DNA 생식기관 때문에 호르몬이 나오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 감정까지 컨트롤한다고 하는 점이 묘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동석 :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미래가 되면 인공자궁에서 인류가 출산되는… 임신을 통해서만 다름 세대가 나와야 하는가?


연연 : 언젠가는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필요가 있으니까. 필요가 확실하게 있으니까.


우주선의 여성


연연 : 그래비티가 생각났어요. 자궁에 누워있는 아기의 모습에서 시작하여 인류가 (산드라 블록) 뭍에서 올라는 것이 신인류가 뭍에 출현한 느낌?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 것인데, 그것이 여성에 의해 일어났다라는 것이 페미니즘 적인 해석이죠.


동석 : 처음에 리플리는 존재감이 크게 없지만 나중에 되면 무찌르는 존재가 되고..


이주 : 케인의 출입을 막는 장면부터는 리플리가 주도를 하고 영화를 끌고 갔다고 생각해요.


동석 : 저항 서사 같은 느낌이 확실히 있었죠. 침입을 막고 맞서 싸우려고 하는 것. 이것에 대하여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이주 : 영화를 보면서는 잘 인지를 하지 못했어요여자가 두 명이나 있네. 리플리가 살아남네, 정도? 옛날 영화인데도 신기했어요. 발제문을 보고 나니까. 이런 식으로도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 임신/출산/공간에 대한 저항. 감독이 이런 것 까지 생각하고 찍었을까?


<델마와 루이스>의 한 장면


다희 : 나왔을 때도 이런 해석이 많이 됐다고 해요. <델마와 루이스>를 찍었으니까. 한편 아쉬운 점은 리플리가 남성 캐릭터를 미러링 한 느낌이 들었다. ‘강한 여성’이니까.


이주 : 권력 구조에 있는 여성이었으니까. 여성스러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연연 : 저는 다른 한 편으론 여자 캐릭터가 이렇게 이성적인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리플리였는데, 그때마다 일을 그르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남자)이죠.

비합리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여성이 여기서는 이성적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이주 : 과학자들이 항상 그런 포지션에 있는 것이 흥미로워요. 새로운 생명체 위험한 것을 아름답다고 하면서 지키려는 서사 가요.


동석 : 세이프 오브 워터도 그랬죠.


일벌레 : 대학원 생활하다가 삐뚤어져서....


연연: 트위터 감성인데?



연연 : 에이리언에서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가깝지만 오히려 세이프 오브 워터는 경이롭고 신비롭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주 :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일벌레 :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다희 : 공존의 존재로 생각하는가 (음악을 들어요.. 대화가 통해요..) 혹은 정말 번식 혹은 전쟁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차이.


이주 : 과학은 위험한 것입니다.


다희 : 인공자궁도 얼마나 위험해요.


동석 : 안 그러도록 법을 잘해야..


이주 : 로봇에 대한 니즈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아죠.


다희 : 이미 실현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공자궁이라던가.. 복제인간 같은 것.


일벌레 : 인공자궁은 계속 연구 중이라고 들었어요.


연연 : 하지만 아직 성공 사례는 없다고 들었어요.


이주 : 이래도 결국에는 미래는 디스토피아 또는 유토피아로 그려지는데, 결국 발전한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갈리는 느낌이 들어요.


연연 : 과학의 발전에 사회나 법이 못 따라가니까. 그래서 SF가 재미있는데 상상을 하면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생명이라는 무엇인가.. 낙태에서도 논하는 것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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