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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an 24. 2018

5. 참을 수 없는 뻔뻔함, <다찌마와 리>

치-명적 올스타 5: 뻔뻔한데 너무 자연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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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이야기


치명이든 치-명이든 어쨌든 집중해야 할 것은 기본이라는 것을 깨달은 학곰. 

빅-루틴 맨이 되어서 자신을 통제하고,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숙련도를 높여야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2. 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다시 기초로 돌아가 빅-초심 맨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정색하고 귤을 까는 무시오의 일대기를 읽으며 감탄하던 적당한 가벼움과 캐릭터에 대한 경외감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 책을 내려놓고 영화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 진즉에 영화를 할 걸!

정기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 플라스 알파로 치명적인 이야기를 매주 책에서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고른 책에서 스몰-치명 포인트라도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콘텐츠 빵꾸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달랐다. 보다가 아니면 재끼면 그만인 데다가 애초에 영화배우들이 없는 치명도 만들어서 연기한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뒤늦게 알았다.(딮-슬픔)


하지만 영화를 고르는데도 빅-프라블럼이 있었으니, 나의 영화 취향이 비주류라는 점이었다. 액션 영화나 누아르 영화를 좋아했다면 치명적인 주인공들이야 쌔고 쌨을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 <해바라기>의 김래원 같은 정장을 빼입고 나오고, 잘생기고, 싸움도 잘하고 임-팩트까지 있는 인물들 말이다.



나다 10새X야



하지만 나는 이런 '멋-찐' 인물들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사실 1화가 귤 까기라는 점에서 대충 견적이 나온다.)  대신 조금 어설프고, 모자라고 때론 억지스럽지만 뻔뻔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에겐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빅-치명은 멀리 있지 않다. 스스로 치명적이라고 믿고 강자나 적에게 무모하게 부닥치는 인물들이 난 좋다. 그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는 부럽다. 오늘 다룰 이야기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는 세계관 안에서는 대 미친 매력의 요원이지만, 스크린 밖의 사람들에게는 빅-어이없음을 선사하는 인물 다찌마와 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보아라!  늠름한 그의 기상을!


극 중에서 다찌마와 리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쳐가는 미남자에 일급 독립투사(요원) 설정으로 나온다. 배역을 연기한 임원희 씨의 혼연일체의 연기는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의 얼굴이 잘생겨 보이는 효과까지 만들어낸다. 객관적으로 키도 크지 않고, 잘생긴 미남자도 아닌 것 같은 다찌마와 리가 더 비기스트-치명 펄슨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야 내 마음이 재건축되어 마음 한 구석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여유가 생겼건만...


일단은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리 요원의 죽음 앞에서 그가 내뱉은 이 한 마디는 그의 자아존중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자아존중감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새로운 세입자"라는 표현을 잘 살펴보자. 세입자는 세를 놓는 집주인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다찌마와 리는 스스로를 집주인으로 가정한다. 이를 다시 말하면 타인의 존재는 자신의 집에 들이는 것으로 규정한다. 나 자신이 확실하게 서있고 나를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재정리하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최우선으로 두는 우선순위로 말이다.(그의 집은 자가 주택일 것이다.)


이는 뭣도 아닌 놈이 "나정도면 솔직히 잘생겼지 않냐?"라는 빻은 소리를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다찌마와 리는 그보다 윗길에 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 남에게 자신의 잘생김을 묻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타인의 인정을 통해 권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다찌마와 리는 출발점부터 디폴트 값이 "나는 잘났다."라는 것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이 말도 안 되는 뻔뻔함을 보면서 극 중의 여성 인물들처럼 "어멋 멋져!" 하는 반응을 할 사람은 현실엔 몇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근본 없이 샘솟는 자신감을 1시간 반 넘게 보다 보면 아! 나도 저렇게 대차게 살아보자! 하는 막연한 희망이 솟아오른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잘난 것 같고, 그런 생각들이 쌓여 확신이 생기고, 확신이 생기고 나서는 자아존중감이 미친 듯이 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빅-하이픈 정신


다찌마와 리(2008)


다찌마와 리의 치-명 포인트는 영화 속 장면들과 대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치-명적임은 스크린을 넘어 포스터까지 장악해버렸다.(우와 역시 다찌마와 리 선배님! 우오 완전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 특히 저 하이픈과 폰트 보아라! 우선 하이픈은 빅-리스펰이 없으면 사용하기 어려운 문장부호이다.(정말?) 내가 매사에 빅-하이픈-맨으로 살아가는 까닭은 나 자신이 소중한만큼 세상만사에 빅-리스펰을 하며 살겠다는 굳은 다짐 때문이다.  


<다찌마와 리> 포스터의 철학은 이에 맞닿아 있다. '대액-쎤'에 찍힌 하이픈은 액-쎤에 대한 빅-리스펰이다. 주인공 본인은 진지하나 행동거지가 우스워 코미디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 특히 요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과 <다찌마와 리>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대액-쎤이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몸개그로 영화를 낭비하지 않는다. 무술감독 정두홍의 지휘 아래 빅-파워풀-액-쎤을 구현해낸다.(심지어 신입 연기자 길과 개리마저도!) 감독은 빅-하이픈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더불어 촌스러운 폰트도 마찬가지다. 장인은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기타가 펜더면 뭐하나. 손가락이 펜더야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악기를 들어도, 그 악기를 연주하는 실력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역으로 고수에게는 뽀로로 기타를 쥐어줘도 관객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매-스터피스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 촌스러운 폰트는 실력은 충분하니 애써 폰트로 포장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마찬가지로 묻어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B급 감성을 표방하는 영화들은 콘텐츠 자체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저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이상하게 관객들은 B급 정서에 울고 웃으면서도 평가도 박하게 B급 이상으로 주지 않는다. 포스터의 카피에서부터 주류에 들어서기는 포기한 <다찌마와 리>는 그렇기에 다른 의미로 전설의 레전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뻔뻔함이 계속되면 관객은 서서히 적응하게 되고, 이내 어떤 미친 짓을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하는 수준으로 디폴트 값이 내려간다. 다만 남을 속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속여야 한다. <다찌마와 리>는 포스터부터 자기 최면에 들어간다. 자신의 소셜 포지션을 내려놓고 온 힘을 다해 관객을 설득한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과 확신이 서있기에 영화 속 말 같지도 않은 설정과 상황들도 보는 이들을 납득되게 만든다. 그것이 다찌마와 리의 그리고 이 영화가 잠자기 전에 이불속에서 풉! 하고 기억나게 하는 치-명 포인트가 아닐까. 이 영화는 물아일체의 기본을 보여주었다. 나 또한 뻔뻔한 일관성으로 누군가에게 임-팩트 있는 딮-치명맨이 되고 싶다.



★치명 포인트 5
자신감을 가지고 뻔뻔하게 굴어보자.
자기 자신을 속일 때까지.




사실 제가 좀 잘생겼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빅-뻔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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