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까지마
#INTRO
로봇 콩은 2003년에 나온 동화다. 주인공인 로봇 띠또와 로봇가족 그리고 로봇 콩의 모험이야기다.
그들은 지구에서 아인슈타인의뇌를 복제한 신돌박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2222년 2월 22일 새벽 2시 22분 17초 부터 21초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꼬마 로봇 띠또가 태어났다. 그리고 정확히 22초, 실험실이 크게 흔들린다. 그 영향으로 띠또의 코가 삐뚤어진다.
실험실이 흔들린 이유는 핵전쟁. 몇 년 간의 전쟁으로 지구는 황폐화되고, 20년 뒤 로봇 가족은 지상으로 나온 뒤 지구대신 멀리 떨어진 로봇별에 산다. 로봇별은 ‘킹’이 통치하는데, 로봇들은 킹의 말을 군말없이 따르고 일을 하며 에너지를 생산한다. 로봇 가족의 280번째 생일이 되는 날, 할아버지 로봇은 신돌박사의 지침을 따라 자신의 몸 속에서 타임머신 ‘로봇 콩’을 꺼내 띠또에게 선물한다. '로봇 콩'은 자신을 알파 로봇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야기의 초반, 벌써 세가지의 과학기술이 담겼다. 그것은 복제/로봇/타임머신. SF의 주제로서 모두 매력적인 것들이다. 내가 오늘 <로봇콩>을 들고 온 이유는, 이 소설이 저 세 주제들을 잘 조합하며 재미와 감동 모두 챙겼기 때문이다.
#책에 대해
<로봇 콩>은2003년 출간이다. 2003년이면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겉표지를 보면 중학생이 보기에는 유치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엄마가 그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동생에게 사준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동생의 서랍에서 우연히 <로봇 콩>을 만났고 그 감동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로봇 콩을 다시 읽었다.
<로봇 콩>은 타임머신처럼 나를 다시 중학교 1학년 그때로 데려다주었다.
로봇 콩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첫 번째는 로봇 가족의 형태.
다섯 대의 로봇은 띠또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로구성되어 있다.
이 로봇 가족의 생일은 모두 같다!
“280번째 생일을 축하드려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로봇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허허,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벌써 280이구나.”
그러자 어머니 로봇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님도 참, 저희도 280살이잖아요. 우리 띠뚜도 아버님과 동갑이고요.”
가족의 의미만 남아있고 나이가 구별 없는 것. 로봇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무한정 늘어난다면 사람에게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두 번째는 ‘로봇 콩’의 등장신이다.
띠뚜는 로봇 콩과 대화를 하며 이상한 점을 느낀다. 동문서답을 하는것 처럼 느껴지지만 묘한 맥락이 느껴지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곧 밝혀진다.
“아 그렇구나! 저 로봇은멍청한 게 아냐. 물어 볼 때마다 한 번 씩 먼저 대답을 하는 거라구.”
“그러니까 이 녀석은 내가 다음에 무엇을 물어 볼지 미리 다 아는거야.”
영화 <컨택트>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장면 역시 ‘로봇 콩’이타임머신이고, 순간적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으로 자연스레 설명이 된다.
어느덧, 스토리는 중반으로 향하고.로봇별의 경찰들이 ‘로봇 콩’을 가지고 있는 띠뚜가족을 습격한다. 띠뚜와 로봇 콩은 기지를 발휘하여 가까스로 집을 떠나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한다. 이때 그들이 지구에서 마주친 장면은 황폐 그 자체. 인간은 핵전쟁으로 엄청난 휴우증을 앓고 있었다. 로봇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여자아이와 사람들. 곧 그들은 벌레들에게 잡아먹힌다. 그리고 띠뚜와 로봇 콩이 마주친 또다른 진실은, 로봇별의 통치자인‘킹’이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용해 로봇의 에너지원인 ‘엔도르핀’을 뽑아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도 <매트릭스>가 생각난다.)
이제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로봇 콩의 말. 바다로 뛰어들며 다시 2222년의 지구로 시간이동을 한다.
로봇 콩과 띠뚜는 그들의 창조주인 한돌 박사와 다시 대면한다. 한돌박사는 핵폭탄을 터뜨린 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고 말한다. 바로 미래의 로봇별의 주인인 킹이 인간들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킹의 본래 이름은 '오메가 로봇'이었다. 킹 역시 콩처럼 타임머신이었다. 미래를 드나들던 킹은 자신과 같은 우수한 로봇이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는 미래를 보고 왔고,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뒤, 한돌 박사는 황폐화 된 지구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듣는다. 2222년의 킹을 만나 그것을 없애버리는 것. 그리고 곧 그들앞에 로봇 킹이 나타난다. 핵폭탄을 터뜨려 지구와 우주를 지배하고 싶은 킹. 띠뚜와 로봇 콩은최후의 대결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최후의 대결에서 띠또는 킹을 붙잡고 킹의 남극X기지로 날아가 자신을 희생하며 킹을 파괴한다. 한돌박사는 고철이된 미래의 로봇 콩을 실험실에 두고, 2222년의 로봇 콩과 2003년의 지구로 떠난다.
그리고 곧 새벽 2시 22분. 17초가 되며 띠또의 가족이 하나 씩 눈을 뜬다. 18초, 19초 그리고 마지막으로 22초에 띠또가 깨어난다. 하지만 실험실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동화를 내가 높게 쳤던 이유는, 타임슬립 물으로서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백투더 퓨처>, <터미네이터1, 2> 처럼 잘 짜여지고 복잡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모순 없이 이야기를 끝마친 점이 좋았다.
#SF텍스트
SF텍스트를 접할 때 매번 내가 느끼는 것이지만, SF텍스트는 미래를 향해 있다. 과거부터 응집된 문제,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 문학도 중요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미래를 보는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면 더 좋을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떠오르며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을 거라는 말이 나온다.
나도 거기에 부정을 할 순 없다.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되면 버스드라이버, 택시드라이버는 그들의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이미 일본에는 점원이 없는 편의점도 운영된다. 점점 사람이 설자리가 줄어들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거 산업혁명 당시도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영국에서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 기계를 파괴했지만 제조업이 커지며 오히려 그 전보다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우리의 미래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로봇과 우리의 능력을 비교하며 서로 나누어가질 일자리의 수를 헤아리는 것보다는, 우리가 잘 하는 것을 찾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당연히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대량실업과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 생산이 자동화가 되면 사람들에게 '기본 수당'이 나오는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로봇 콩>에서 그려진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가 오려면 익숙치 않은 것을 계속 접하고 익숙하게 보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치 마지막 장면에서 한돌박사가 과거의 한국으로 날아가 밝은 미래를 바탕으로 한 동화를 쓰고 싶어 하듯이 말이다.
“아름다운 꿈이요?”
“그래 모든 인간과 로봇, 동물과 식물, 우주의수많은 별들과 외계인들, 심지어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까지도 모두가 행복하라 수 있는 꿈…….”
그리고 그런 변화는 나이가 어린 세대일수록 적응이 빠르다. 말도 하기 전에 유투브를 보는 아기를 보면, 인간 역시 로봇 만큼 진화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의 재미있던 것
- 2222년 2월 22일 2시 22분에 태어난 띠또... 누군가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 로봇이 애완 로봇을 키운다. 창조물이 그들의 창조물을 부리는 세상이다.
- 28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띠또는 아직도 초등학교를 다닌다. 대체 280년동안 학교에서 무얼 한 걸까..
- 로봇들이 배우는 역사의 내용이 킹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고, 아이로봇들에게 전투기 게임을 시킨 것이 우주정복 시에 그들을 조종사로 쓰기 위한다는 설정은 동화지만 섬뜩했다. 마치 어릴 때부터 세뇌를 시켜, 앞으로 가! 하면 저항없이 그 말을 고분고분따르는 수만명의 자동병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느빌의 헌책방 5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