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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r 03. 2018

15-1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뒷담화

* <느빌>의 오프라인 모임을 기록합니다.

* 발제문과 뒷담화는 전담 에디터 없이 돌아가며 작성합니다.

* 이 뒷담화는 <회색인간>에 이어 작성된 <디스토피아> 키워드의 세번째 텍스트입니다.



*이번 모임엔 동석, 이주, 일벌레, 미미 님이 참여했습니다.

*본 녹취록은 이전 게시글인 '발제문'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발제문

https://brunch.co.kr/@neuvilbooks/97/write

*영화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발제문에 대하여


동석 : 저번 주 모임에서 다룬 <회색인간> 소설집에서 [디지털 고려장]이 인상 깊었어요. 아들이 아버지를 가상 세계로 이주시키는 게 그럴 듯 하다고 느꼈어요. 먼 일 같지만 인구는 늘고 토지는 부족하니 충분히 가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스토피아>라는 키워드에서 '기술'을 연결고리로 잡아 2015년 작 영화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를 이번 주 작품으로 선택했습니다.


이주 : 여담이지만, 저도 사이버 세상에서 사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이번 영화는 재밌게 봤고 발제문도 잘 읽었어요. 대체역사에 대해 집어준 부분이 흥미로웠고,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서 동석다운 발제라고 느꼈어요.


미미 : 발제문에 자원 이야기가 많아서 흥미로웠어요. 특히 그중에서도 석탄-석유-원자력으로 발전했음에도 인간이 에너지를 다루는 태도는 똑같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2. 기술 독점이 만든 스팀펑크


영화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中

2-1) 기술을 독점하는 자


이주 : 저는 이 영화를 기술의 독점하는 사람들과 이로 인해 기술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았어요. 영화 속에서 세상은 절반으로 쪼개져 있어요. 땅 속의 도마뱀(쉬멘과 로드리그)가 있는 곳은 석탄 이후의 기술을 독점하고 반면에 지상 위의 사람들은 기술을 전혀 쓰지 못하잖아요.


동석 : 그 점은 어떻게 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을 시사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산화탄소 규제 속에서는 개발도상국이 발전하기 어렵지만, 선진국은 이미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방출한 이후 이산화탄소를 규제하고 있어요. 결국 기술도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죠.


미미 :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남은 한 가지 생각은 이거였어요. 도마뱀 두 마리가 있는데 그 중 쉬맨은 모든 생물체를 위해서 불사의 약물으로 생명을 널리 퍼뜨리고 싶어하고, 로드리그는 혼자만 쓰고 싶어했잖아요. 인간의 욕심 때문에 태어난 괴생명체인데 그 괴생명체마저도 인간처럼 이기심을 발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석 : 쉬멘은 지금 지구를 구할 생각은 없지만 우주에서 (불사의 약물이) 터져서 생명이 퍼지는 걸 바라요. 이런 쉬멘의 계획에서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났어요. 지구에서 고통 받는 사람을 살리지 못하게 되면 인공배아가 정착하는 것이 인터스텔라 속의 Plan B였던 것처럼요.


2-2) 자원과 환경 문제


일벌레 : 영화의 설정 속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면, 우리는 영화와 달리 석탄 이후 시대로 진입했어요. 하지만 현재 서울에는 <아브릴>처럼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요. 그런 상황이 지금 우리에게도 있으니 통찰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주 : 미세먼지가 실제 사람들에게 위기로 다가오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저만해도 몇 년 전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는 2015년 작이지만 애니메이션이라 프로덕션 기간도 있었을 거고, 원작인 만화는 더 예전에 지었을 것 같은데 그때부터 이런 미래를 그렸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동석 : 사람들이 눈에 안 보이는 건 쉽게 생각하는데 미세먼지는 요즘 확실히 다가오고 있어요. 몇 년만에 미세먼지 문제가 급속도로 심화되었어요. 그리고 이런 미세먼지 원인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예요. 지금 우리는 석유, 원자력을 쓰고 있지만 태양광, 신재생으로 넘어가야 해요. 물론 당장 대체에너지로 전부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고 그 중간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3)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자원과 환경 문제를 논하며 원자력의 효율을 논했습니다. 일부는 인류의 관점에서 기술의 평등 차원으로 가야 한다는 가치관이나, 인류가 기술의 수혜를 입더라도 지구적 관점에서 생명과 세계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주 : 발제문에서 디스토피아가 안 좋은 선택지를 미리 보여주어 그걸 선택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된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제가 <회색인간>을 발제했을 땐, 현재의 안 좋은 부분을 끌어내서 지금 당연하게 보이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 디스토피아라고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디스토피아란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3. 다시, 디스토피아


일벌레 : 저마다 특정한 지역이나 나라의 문제만 가져와 모으면 현실에서도 저 영화같은 설정이 가능할 것 같아요. 현실의 안 좋은 부분을 보여주어 통찰을 엿볼 수 있는 것, 이주와 비슷한 생각이에요.


미미 : 영화의 설정은 독특하지만, 뻔한 애니메이션이었어요. 무난하고 상상 가능한 권선징악의 줄거리이고, 결국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는 것 같아요. 이것이 디스토피아에서도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에요.


영화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中

4. <아브릴>의 매력


동석 : 어렵지 않은 애니메이션인데도 영화 주제가 에너지 쪽이라 맞아서 취향저격 당했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좀 더 이런 분야에 노출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마지막 장면이에요.


일동 : 고양이 너무 귀여워!!


일벌레 : 프로덕션이 잘 됐다고 느꼈어요. 인물의 말이 더빙 같지 않고, 그 목소리가 등장인물의 손놀림과도 어우러졌어요. 작가와 감독의 성향도 잘 드러났고요.

스팀펑크라 파리를 흑백 위주로 그렸는데, 저는 거기 취향 저격 당했어요. 다른 영화를 보면서 파리가 예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도시가 정말 예뻤고, 처음부터 미장센도 정말 좋았어요. 카메라 화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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