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은 밤비행기뿐
이번 여행 스토리를 본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아기와의 비행이 어땠는가였다. 아기와 해외여행을 떠날때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비행기에서 얌전히 있어줄까. 실제로 우리 가족도 장거리 비행은 그 긴 시간이 자신이 없어 사이판을 택한 것이기도 했다. 비행 시간이 4시간 정도라는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울고불고 난리가 나더라도 네 시간 정도야 어떻게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도 그리고 고맙게도 큰 무리 없이 수월한 비행이 되었다.
'이 비행기에 아기가 타고 있는줄도 몰랐어요' 하는 잉 소리 한 번 안내는 유니콘 아기는 물론 우리 아기가 아니다. 중간에 잠깐 울기도 했지만 10-20분 정도 이내였으니 내 기준 이정도면 수월한 편이었다. 아기의 울음 자체는 사실 나는 괜찮다. 그 소리가 익숙하기도 하고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다만 아기 울음 소리를 싫어할 주변 승객들에 대한 미안함과 눈치가 문제였다. (나조차도 아이를 낳기 전 아기 울음 소리를 극도로 싫어했고,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많이 타는 비행편은 절대적으로 기피했었다. 편안하고 즐거워야 할 귀한 휴가에 남의 아이들이 얼마나 불청객으로 느껴질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런 면에서 나는 프랑스와 같은 유럽이 참 부럽다. 아이들은 원래 우는거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실제로 내가 경험해본 프랑스도 그랬다.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가 있어도 불평은 커녕 눈치 주는 이 하나 없었다. 아기 엄마도 편안해보였고 고로 애써 성급하게 달래려 긴장하거나 애쓰지도 않았다. 울고 떼써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온 우주적인 분위기로 느낀 아기는 오래 울지도 않고 이내 울음을 그쳤다. 그러고보니 유럽의 아기들은 울음끝이 짧았다. 울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아마 본능적으로 다들 체득한 것 같다.
항공편은 밤에 잘 자는 편이라 일부러 밤비행기를 택했다. 사이판 취항 노선들의 스케줄은 대부분 밤비행이기도 하고. 밤이면 원래 자던 시간이니 비행 시간을 자면서 가면 좀 수월하겠단 판단에서였다.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 실제로 잘 자긴 했다. 한번 잠에 들면 옮겨 뉘어도 모른채 축 늘어져 곤히 잘 잤고 도착무렵 랜딩을 준비하느라 배시넷을 걷어 갈때까지 잘 잤다. 다만 졸린데 자던 환경이 아니니까 쉽게 잠들지 못하고 피곤하니까 잠투정을 했다.
나는 신생아때부터 '수면교육'이란걸 했었다. 등 대고 누워서 자게 만드는게 나의 가장 큰 목표였다. 그 결과 신생아때부터 지금까지 머리 대고 등 대고 누워서 잘 자긴 하는데, 문제는 '등 대고 누워야' 잘 수 있다는데 함정이 있다. ㅋㅋ 다시 말하면 유모차나 안아서는 못잔다는 이야기다. 좁디 좁은 비행기 안에서 본인 침대처럼 마음껏 누울 수 없으니 아기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안고 얼러 보아도 소용 없었다. 원래 안겨서 자던 아이가 아니었으니. 30분 정도 칭얼대고 괴로워하던 아이는 결국 잠에 못이겨 곯아 떨어지긴 했다. 잘 자는 것 같아 그대로 품에 안고 있었는데 품 속에서 계속 꿈틀대며 이리저리 뒤척인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깰 것만 같아 불안했다. 어딘가 불편해보여 배시넷에 눕혀주니 그제야 자세를 잡더니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아 수면교육의 폐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