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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그리고 이헌재의 리더쉽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 <위기를 쏘다>를 읽고

by 네버슬립

지난 설연휴, 모처럼 비도 오는 날 재즈음악을 틀어놓고 한가롭게 책에 몰입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연휴동안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던 책 두권이 있었는데요, 바로 '손정의, 300년의 야망''위기를 쏘다'라는 책입니다.



손정의, 300년의 야망


e2e88b980aa483c7a7616cf9154f4b95.jpg Source: 앱스토리


손정의는 '소프트뱅크'를 만든 창업자이자 기업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인생에 큰 비전을 가지고 실행에 옮겨온 그는 현재 일본 최고의 부를 구축한 기업가가 되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기업가들들과 달리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이득이 아닌 사회를 위한 큰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일생에 관한 일화는 정말 무수히 많지만 한국과의 일화중 하나는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만남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는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풍전등화같은 상황에 놓인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 빌게이츠와 손정의를 만나게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정의에게 묻습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한국이 망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손 사장이 좋은 아이디어가 없느냐 ?


손정의의 답은 하나였습니다.


첫째, 브로드밴드 (인터넷통신망)
둘째, 브로드밴드
셋째, 브로드밴드



지금이야 인터넷통신망이 너무나 익숙하지만 당시엔 전화선을 연결한 모뎀을 사용하던 시절입니다. 제 기억에도 중학교 시절 '두루넷'을 필두로 이런 브로드밴드 서비스가 전국에 깔리면서 PC방 등이 성행하고 벤처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이렇게 깊은 혜안을 가진 손정의는 일찍이 일생에 비전을 세웁니다.


20대에 이름을 날린다.

30대에 최소한 1천억 엔의 군자금을 마련한다.

40대에 사업에 승부를 건다.

50대에 연 1조엔 매출의 사업을 완성한다.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준다.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주기로 한 스스로의 비전을 깨고 지금은 사업가로 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손정의란 사람의 일대기를 서술한 책을 보는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위기를 쏘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최근 개봉했던 '국가부도'를 보면 IMF를 받아들이자는 정부관계자는 마치 악당 그자체로 그려집니다. '상황'을 두고 어떤 시각에서 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이 담긴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문득 영화를 보면서 과연 IMF와 협상을 해야하고 당시 상황을 해결해야하는 관계자들 입장은 어땠을까 궁금하더군요.


image.png?type=w773 전 재경부장관, 민간 VC 대표, 임팩트 투자회사 대표의 시각에서 바라본 과거와 현재, 미래의 대한민국


그런 찰나에 PUBLY에서 연재한 'IMF 외환위기 20주년, 과거에서 미래를 배우다'를 읽었습니다. 대학시절 국제경제학을 전공하면서도 IMF 외환위기, 이헌재라는 인물을 몰랐던게 부끄럽더라구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고는 이헌재님이 쓰신 [위기를 쏘다]라는 책을 꼭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를 쏘다]라는 책에선 당시 IMF시절 김대중 정부 아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의 기획단장을 맡은 후부터의 상황과 이야기가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책일 읽으며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두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이헌재라는 사람은 당시 김대중 후보의 반대세력이었던 이회창후보의 경제정책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그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쪽은 이헌재라는 사람을 기용합니다.


두번째는 이헌재라는 사람이 기획단장을 맡기 전까지의 배경입니다. 첫 직장을 행시를 통해 재무부에서 굵직한 국가위기와 금융정책에 관여합니다. 이후에는 보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수료하고 당시 김우중 대우회장을 보좌하며 민간기업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동안 외환위기 이후 재벌기업들과 다른 정부기관, 정치인 등을 상대하며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내기 위한 판을 짜는 모습에서 정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재무부와 민간기업에서 일했던 경험, 선진국에서 유학 등을 거치며 쌓아온 경험이 당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힘이 된 건 분명했습니다.



리더쉽 관점에서 본 두 사람: 손정의와 이헌재


[손정의의 리더쉽]

1. 확고한 비전제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능력

2. 미래에 대한 흔들림없는 결단력과 직관

3.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 집요하게 고민해서 결국 해내는 능력

4. 잠재력과 능력이 있으면 맞는 자리에 기용하는 판단력과 포용력


책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낄 정도로 손정의라는 사람의 리더쉽은 엄청납니다.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는 비전을 통해 인재를 영입하는 그의 능력입니다. 당시 인사를 담당하는 외주기업의 인재를 알아본 손정의는 스카웃을 고사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보자고 요청합니다.


손정의: 세상을 바꾸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 비지니스? 종교? 정치?

외주직원: 비지니스라 생각합니다.

손정의: 나도 그렇네. 나는 세상을 바꾸는 비지니스를 할거야. 내 꿈에 올라타게.


들어갈 마음이 전혀 없었던 외주직원은 손정의의 비전에 감복하고 소프트뱅크로 입사를 결정합니다. 리더 자신도 끊임없이 이 길이 맞나 되묻고 의심드는 것이 매순간일텐데, 확고한 믿음과 결단을 가지고 비전을 주는 능력은 무엇보다 리더가 가져야 할 역량이 아닌가 싶어요.



[이헌재의 리더쉽]

1. 책임을 진다며 믿음을 주는 능력

2. 인재를 알아보고 영입하는 능력

3. 큰 흐름을 읽고 판을 짜는 능력


[위기를 쏘다]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헌재의 관찰력이었습니다. 평소 관찰력이 뛰어나 미팅이나 모임에서 사람들을 끊임없이 관찰한다고 합니다. 그리곤 어느 직무, 어느 상황일 때 기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머리에 입력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인재는 직접적인 연이 하나도 없더라도 기용합니다. 이 능력은 나중에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 그리고 재경경제부 장관 등 직위를 맡으며 빛을 발합니다.


'해결사역할'로서 정부의 부름에 이끌려 요직을 맡으면서 항상 언론과 관에서 집중을 받고 있었습니다. 요직에 있으면서 어떤 스탠스와 메세지를 주냐에 따라 시장이 크게 반응하기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데 상황에 따라 무대응 때론 강력하게 메세지를 던지면서 큰 판을 이끄는 과정이 인상깊더군요. 이해관계자와 언론이 메세지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지, 이해관계자들이 메세지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 지 앞 수를 내다보는게 느껴졌습니다.



두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두 책을 읽으면서 '아 정말 저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내 삶은 사라지겠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이헌재 전 장관이 IMF시절 기획단장을 맡을 때는 민간기업도 아닌 정부기관에서 보상없이 이렇게 과하게 일하는 건 정말 여간내기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겠다 싶더라구요.



하지만 믿음과 사명감을 준다면,


이런 헌신과 일에 대한 보상을 받기 전 단계에서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믿음과 사명감이 아닌가 싶어요. 손정의같은 경우는 손정의가 꿈꾸는 비전과 손정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 지금의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사단을 만들었고, 이헌재 전 장관같은 경우는 풍전등화 같은 한국을 함께 구해나가자라는 사명감에서 IMF, 카드대란 등의 사태를 넘기며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두 책을 의도치않게 함께 읽었는데 마치 불같은 손정의, 얼음같은 이헌재 두 분의 리더쉽을 비교하며 나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할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일해야할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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