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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grit)과 때려치울 용기

by 네버슬립
image.png?type=w773 @서면 WERK


오랜만에 만난 친구놈과 커피 한 잔을 했습니다. 이 친구를 만나면 생각나는 단어는 'grit'입니다. 예전엔 제가 이 친구에게 많은 자극을 줬다면 요즘 제가 이 친구에게 더 큰 자극을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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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t : 불굴의 의지, 열정이 있는 끈기,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



그릿의 시작: 영어회화


대학교 2학년 때 알던 친구 한 놈이 있는데요, 집안사정이 좋진 않았던 친구인데 어릴 때 태권도 선출이라 근성 하나는 남다른 친구였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영어 공부... 우째 시작하면 되겠노?


당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저에게 이 친구는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면 될 지 물어봅니다. 당시 제 나름의 비법아닌 비법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원어민과 대화하며 맞든 틀리든 뱉으며 대화하는 '경험'을 하라고 충고를 줬어요.


후배나 주변 지인에게 암만 방법을 알려줘도 실행을 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 친구는 그걸 해냈습니다. (독한 놈..) 1년이 지나 다시 만나니 정말 말한대로 실천을 했고 프리토킹이 될 수준으로 영어회화 실력을 늘렸더라구요. 토익이나 토스점수는 당연히 만들구요. 그 흔한 해외연수없이 이렇게 해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는데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연봉 2,000에서 3,500으로


졸업후 각자 시행착오를 겪을 시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돌고돌아 그럴싸한 자동차 1차벤더에 입사해서 연봉 4,000만원 이상을 찍는다며 으쓱할 때 이 친구는 부산 강서구에 물류센터 현장직에 근무중이었습니다. 당시 연봉이 2,000만원 초반대.


나: 너 정도면 더 좋은데 갈텐데 왜 이 연봉받고 가냐?

친구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난 물류다!

당시 기억으론 이런 대화를 했던거 같습니다. 대학 전공도 물류쪽이고 다른 쪽은 크게 생각한 적도 없고 본인은 현장과 사무직을 오가는 영역이 맞는거 같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아다리가 잘 맞은건지 그 친구가 일하던 회사는 독일 외국계기업이었고 성과주의 회사였습니다. 철저하게 실력으로 판단하고 거기에 따른 직급, 월급 보상이 이뤄지는 체계였습니다. 쉬는 날없이 일에 매이던 그 친구는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워커홀릭이기에 성과를 보란듯이 냈습니다. 1년 뒤 단숨에 과장으로 진급하고 연봉은 3,500만원이라고 하더군요.


물류 현장직에서 영어가 가능하며 효율적으로 일을 쳐내고 성과를 만드는 인재가 없었기에 회사에 이례없는 승진을 하게 됩니다. 취업시장에 숨은 빈틈을 잘 치고 들어간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럴듯한 (영어가 되는) 4년제 졸업자 중 누가 거센 욕설이 오가는 현장에서 날마다 까대기치고 밥먹듯 야근에 철야를 하겠습니까. 연봉 2,000만원에 말이죠.


물류전문가라는 목표를 일관성있게 가져간 이 친구는 그렇게 스텝을 하나씩 밟았습니다.



연봉 3,500에서 다시 점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갈 즈음, 친구는 갖고 있던 생각을 털어놨습니다.


내가 일하고 성과내는 만큼 보상을 못받고 계약이 안되면 이직할거야.



코드가 맞던 상사도 독일로 돌아가고 늘어나는 업무(=3인분)에 대한 인력보충이 안되는 상황에서 협상은 틀어졌고 친구의 넥스트 스텝은 해외법인 근무였습니다. 삼성전자 계열사의 모든 유럽물류를 맡던 삼성 현지법인 물류회사로 이직을 합니다. 그렇게 동유럽으로 날아간 그에게 1년 2개월의 삼성근무는 신의 한수가 되었고 현재 로켓같이 날아가고 있는 한국 유니콘 기업으로 다시 이직합니다.


좋은 이야기만 나열했지만 그 뒤에 주말, 밤낮없이 일하는 독한 과정은 다 생략되었습니다. 정말 몸에 익고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근성이 지금의 그를 만든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기존 텃새와의 싸움은 필수)을 만들고 안받아들여지면 때려치울 수 있는 용기(=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가 있었구요.


그 덕분에 제 나이또래 지인 중에는 연봉과 직급은 단연 탑!



이직, 그리고 연봉 반타작


자기길을 만들어가는 친구를 보며 자극용기를 얻은 저는 작년에 이직을 했습니다. '부동산'에 비전을 가지고 지방 스타트업으로 말이죠. 사실 요즘 많은 생각에 지쳐있고 고민이 많았는데 친구를 만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움직이려 합니다.


어찌되었든 성과를 만들고, 길을 이어갈겁니다. 올해 말 어디쯤 얼마나 와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렇습니다.


이 글은 올해 말이 되었을 때,

되돌아보기 위한 기록용이자 다짐글!


다시 불태워서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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