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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퇴사, 그리고 1번의 폐업

이직후 회고

by 네버슬립


네번째 회사를 퇴사했어요!


첫 퇴사는 죽음의 계곡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던 스타트업(굿닥)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씬에 대한 이해가 1도 없던 시기에 들어가서 스타트업 문화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두 번째는 굿닥에서 만난 형과의 인연으로 들어간 BTL 스타트업이었는데요, 제 개인의 방향과 맞지 않아 4개월 정도 있다가 퇴사를 했어요. 짧은 기간동안 축제와 행사 기획/운영에 대해 이해하고 돌아가는 구조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만큼 벌고 싶다!


그렇게 두 번의 퇴사를 하고 든 생각은 일하는 만큼 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려면 내 사업을 해야하는데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초보를 대상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교환학생만 다녀왔지 원어민 수준은 아닌 제가 파고다 학원같은 대형 학원에 비빌 언덕도 없었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은 각개전투였습니다. 13년도 당시 페이스북 광고가 지금처럼 피로도가 높지 않았기에 효율이 엄청 좋았습니다. 10만원의 광고비로 100명의 가망고객을 확보하고 실제 전환도 꽤나 높았으니까요.


1년의 시간동안 스타벅스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을 하면서 느낀 건, 이대로는 고만고만하게 하다 끝나겠다는 절망감이었습니다. 스케일업 할 아이디어나 열정도 사라지고 무엇보다 혼자서 1년을 하다보니 에너지가 고갈되더라구요.


난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맞아..

뒤늦게 29살이 되어서야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최종면접을 했던 제조회사 부장님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제가 면접자 같은 친구들을 잘 압니다. 계속 창업이니 뭐니 하다가 허송 세월 다 보내는데 제 친척중에도 이런 친구가 있어요. 우리 회사와서도 오래 일할 수 있겠어요?


상당히 자존심상했지만 면접자 신분에서 어쩌겠습니까. 우직하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귓등으로 듣더라구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회사 안들어간게 다행이다 싶습니다만.


1년동안 200군데 이상 지원서를 넣고 10군데 면접을 보며 자존감 바닥을 찍었습니다. (청년세대가 연약하다하지만 1년 취업전선에서 계속 떨어지면 자존감 진짜 동굴속에 쳐박힌다는...) 그렇게 치열하게 면접보고 들어간 회사가 현차를 상대로 하는 1차벤더업체였습니다.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회사를 2년 반다니며 의외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내 인생은 평생 In 영천이다.
(당시 회사 소재지가 영천..)


뜻밖의 진행자가 된 기획자 (@0.9M)


사람이 변하려면 셋 중에 하나를 바꿔야 합니다.

첫번째. 만나는 사람이 바뀌거나
두번째. 주변 환경이 바뀌거나
세번째. 시간을 달리 쓰거나



결국 안전지대를 벗어나 세번째 퇴사를 결정했고 사람과 환경, 시간이 바꼈습니다. 그 덕에 1년 3개월을 티스퀘어에 있는 동안 정말 정말 많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반타작된 연봉의 대가
= 하고 싶은 직무
=부산에 산다는 것
=평일 저녁, 야근대신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



4천만원대 연봉 대신 선택한 길에서 1년 3개월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직무에서도, 개인 자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에서도요. 팀원들과 질리도록 운영에 대한 회의를 하고, 부산의 여러 플레이어분들과도 협업하고, 마이크가 익숙해질 정도로 행사 진행도 해보고요.


그렇게 익숙해져가던 티스퀘어를 지난 달 퇴사했습니다. 또다른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해서요!


올해의 전환점 = 이사 & 이직 + 결혼


5월, 이사를 하면서 사는 곳이 바뀌고 이직을 하며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복지는 매일 보는 송정해수욕장 뷰


이직을 하고 3주가 지난 지금, 업무 자유도며 방향성이 너무 잘맞아서 만족스럽게 일하는 중입니다. 어제는 예전 영천 직장동료와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더군요. 퇴사자도 많아지고 퇴근은 빨라졌지만 다들 책임감없이 일하는 분위기도 생기고. 계속 있었으면 변한 것없이 불만과 걱정만 가득하지 않았을까 싶으면서 '1년 4개월'이란 시간동안 '나'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선택한 결정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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