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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Feb 09. 2022

나한테만 보여주는 모습

내 남편은 겉으로 봤을 때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내향적이고 한편으로는 소심해보기도 한다.

가장 극혐 하는 것은 장기자랑이다. 회사 워크숍,엠 등의 단체 활동도 싫어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이나 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무대 앞에서 장기를 자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음주가무에는 유달리 소질이 없는 남편, 게다가 그런 자리를 혐오하다 보니 누군가 장기자랑을 시키면 당연히 하지 않을뿐더러 시킨 사람이 민망하게 온몸으로 정색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 그런 사람이 또 있는데

바로 아들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싫어하는 것을 단호하게 표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른들 앞에서 배나 노래나, 춤이나 이런 걸 시키면 절대 안 한다. 

온갖 감언이설오 꼬드겨봐도 제 딴에는 지조를 지키는 건지 절대 안 한다.



아휴 ~ 남편이나 아들이나……

하루는 내가 tv를 보며 ‘요즘 여자 아이돌 안무가 선정적이다’ 라며 비판을 이어가다 보니 옆에서 남편이

“이런 춤? 여보도 이런 춤추면 좋을 텐데……” 라며 내 앞에서 여아이돌 춤을 따라 춘다.

나는 생전 보지 못한 신랑의 모습에 웃음만 나왔다.

선거운동에서 춤추는 거 시키면 대통령도 안 하겠다고 한 이 남자가 웬일로?

내 앞에서는 가끔 그렇게 춤을 춘다.


아들은 어떤가.

오늘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축제 연습을 했다고 하며

엄마 내가 BTS 버터 추는 거 보여줄까요?” 한다.

나는 속으로 ‘네가??? 세배도 안 하는 네가???’


이 두 남자는 유일하게 내 앞에서는 춤을 춘다.

두 남자의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는 특권.

나는 행운아다.


내 앞에서만 추는 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물론 춤추는 걸 싫어하니 얼마나 잘 추겠냐마는 그런 어색한 막춤도 볼 수 있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사랑해 남편,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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