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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Jan 26. 2022

영어유치원이라는 그들만의 세상에 대해

그 많은 돈을 쓰면서 나는 왜 그들에게 을이 되는 건가?

우리 아이는 바야흐로 7살이 됐다.

그 두려움에 떨던 7살 말이다.

유치원에서 가장 큰 형아로, 집에서도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유아독존의 7살,

그러면서 동시에 아직은 아기같은 구석이 있어 엄마와 떨어지기 시작하는 그 나이.

혹자는 미쳤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 그 나이 말이다.


7 엄마가 되면서 신고식을 치르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고민이다.

어느 정도 교육열이 있는 엄마라면 하는 고민이다.


사실 나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고민을 5세때부터 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집 자금사정상 영어유치원은 꿈도 못꿀 정도 였으니......

집 근처 5분 거리, 꽤 합리적인 금액, 그리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가성비 유치원'을 찾아 보냈다.


사실 그 유치원은 세워진지 거의 30년이 다되는 매우 노후된 유치원이다.

건물도 건물이거니와 시설은 말할것도 없이 낡았다.

게다가 대로변에 있어 자칫 위험해 보일수도 있는 곳이었다.

여러모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 내 마음속에 그 유치원은 3순위 였다.

하지만 입학설명회때 원장님이 나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진솔해서 내 마음이 바꼈다.


예를 들면, H 모 유치원의 경우에는 단독건물, 아파트 안에 있어서 안전한 점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자기들의 농장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농장은 방역 및 위생관리도 철저히 되어 있고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직접 농업체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Wow!

귀가 솔깃할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입학설명회 자리에서 농장의 위치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대답에 대해 사실 할 말이 없었다.

"파주요"

파주라... 여기서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리는데

그 농장체험을 위해서 아이들을 왕복 4시간 차를 태워서 보낸단 말인가?

저 말을 들으니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는 말에서 그 주기는 6개월에 1번 정도 겠구나! 생각했다.

그 말 뿐만 아니라 부원장 선생님(원장선생님 아들)이 학부모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이 유치원은 원장선생님이 원에 대해 소개를 하며

"저희 원이 솔직히 시설은 약합니다. 좁고, 오래돼서...... 다른 신축 유치원에 비해 약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교육만큼은 다른 원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원의 약한점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래! 저렇게 솔직하게 오픈한다면 믿을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제 시간은 흘러 그 유치원에서 5,6세를 보내서 이제 7세가 됐다.

사실 5세에 유치원을 보내면서 마음속으로는 7세때 영어유치원으로 옮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내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어도 나중에 외국계기업에 취업해도 문제없을 수준으로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7세가 됐다. 사실 7세 전에 영어를 노출시키기 전에 영어학원을 1년 정도 다니고 있던 터였다.

남들 보기에 영어학원 1년을 다닌게 별일 아닌것 같아 보여도, 나는 나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6세가 감당하기 버거워할 정도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영어학원을 다녔어요. 파닉스도 모두 다 뗐답니다." 하고 말이다.


그래서 두군데 정도 영어유치원을 상담할 때 그부분을 강조했었다.

물론 영어유치원에서는 자기네 원에서 배운것 말고는 타 학원(영유가 아니라)에서 배운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A영유 원장님은 "그래도 실력은 반에 들어가기 전에 레벨테스트를 먼저 봐야 합니다. 사실 엄마들이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요"라고 등록한다면 레벨테스트를 받고 반에 배정받을 것을 권유했다.

B영유는 상담 자체가 레벨테스트로 이뤄졌다. 그러기 때문에 별도 상담비 2만원도 받았다.

C영유는 나를 포함해 두 엄마가 같이 상담을 받았는데 1년 정도 학원을 다닌 것을 강조했음에도 영어를 처음 접해본 반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다. 특히 기분이 상했던 점은 같이 상담받은 엄마에게는 레벨테스트 결과에 대해 따로 상담을 해주겠다며 반응이 달랐던 점이다.

그 아이는 영어놀이학교 2년을 다니긴 했지만, 물론 내가 우리아이가 1년 학원 다닌거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알고 있다.사실 그도 그럴게 같이 들어간 친구는 한달만에 포기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준 우리 아이가 너무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그랬다.

때론 때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숙제를 했던 우리의 시간들......

영유 입장에서 보면 그 시간이 하찮아 보이긴 해도, 그리고 우리 아이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도,

그래도 레벨테스트를 하고 반 배정을 해야되는게 당연한 예의가 아니었을까.


내가 어떤 의사표현도 안했는데

우리 아이는 그 이전에 영유를 다니지 않았단 이유로 영어를 처음 배우는 클래스에 들어가야 할까. 너무 유치하지만 내가 다른 엄마들처럼 모피를 입고 가지 않아서? 명품 가방을 들고 가지 않아서? 그런건가. 아니면 우리 동네가 후져서? 셔틀이 다니지 아닐정도로 영유를 보내는 동네가 아니어서?


영유상담을 받아보면 지금 영유를 다니지 않으면 마치 너무 늦은것처럼, 내 아이는 평생 영어를 못할것처럼 그렇게 겁을 준다. 공포마케팅이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30년을 넘게 살아보니, 영어란 것은 유치원때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인이 돼서 공부를 해도 잘하더라. 물론 그들이 말하는 영어를 학습이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는게 유치원 때가 마지노선일 수 있다. 영어적 사고? 뭐 그런거 말이다. 하지만 학습이든, 언어든 결과가 같으면 되는거 아닌가? 영어실력이 같으면 되는거 아닌가?

나는 그들의 공포마케팅이 상당히 거슬렸고, 만약 그 자리가 토론대회라고 하면 반발하고 싶은 근거가 수천가지가 스쳐지나갔다.


영어를 언어처럼 가르치기 위해 리스닝과 스피킹에 중점을 둔다는 교육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여자 원어민 선생님만 쓴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영어를 공부해보니 리스닝 -> 리딩 -> 롸이팅 -> 스피킹 순이라고 생각한다. 스피킹이 되기 위해서는 리딩과 롸이팅이 우선이다. 그리고 다시, 리스닝이 되기 위해서는 리딩이 돼야 한다. 매일 CNN 뉴스를 듣는다 해서 그 문장을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 CNN 뉴스가 들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앵커가 말하는 문장이 해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이 교육에서 스피킹은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다.) 스피킹은 리스닝과 리딩이 어느 정도 되면 자연스럽게 된다. 내 머릿속에 영어 source 가 충분히 있으면 나오는게 스피킹이다. 쓰다보니 내가 무슨 영어 전문가처럼 썼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영어에 대한 접근방식은 그렇다. 문장을 만들수 있는 롸이팅이 먼저다. 스피킹 이전에 그리고 남자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남자선생님들, 특히 원어민 남자 선생님들에 대한 선호가 크다.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원어민 남자 선생님들은 오히려 남자아이들의 영어 흥미를 돋우고, 신체를 활동하며 active 하게 놀아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내가 7세때 영어유치원을 고민한건 7세때 압축적인 영어 공부를 통해 실력을 jump-up 시킬수 있다고 기대했고, 5-6세때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않은것을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5세 때 가성비 유치원을 선택했듯, 7세때 영유 역시도 영어실력을 향상하는 측면에서 가성비로 접근했다.


슬픈 현실은 A, B 영유는 우리 동네까지 셔틀버스를 보내주지 않는다.

셔틀을 타려면 마을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매일 그 짓을 시어머님께 시킬수 없다.

C 영유는 셔틀 노선을 짜본다고 하니 그나마 셔틀을 탈 수 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 우리아이의 레벨테스트를 건너 뛴것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

그래. 너무 감정적이야. 다시 머리를 식히고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하지만 내가 1년에 1500만원정도 쓰는것은, 우리 아이 영어실력이 눈에 띄게 jump up 해서 혼자 영어일기를 쓸 수 있을 정도 수준을 원하지. 그 시간에 그저 원어민과 생활 회화를 배우며 그걸 스피킹을 잘한다. 리스닝 귀가 트였다.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싶지는 않다. 만약 그 정도 수준이라면 지금 다니는 영어학원을 관둘 이유가 없다. 내 욕심이 너무 과한걸까. 정말로? 하지만 누구든 천만원이 넘는 돈을 1년 동안 아이에게 쓴다는 것은 그걸 기대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나같은 서민은...... 그 정도로 간절한 돈이기에.


엄마들 중에는 내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다닌다는 사실 만으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엄마도 있는 것 같다. (모든 엄마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영어유치원 - 사립초등학교 로 이어지는 그 인맥들 말이다.

그래 나도 한때는 그런걸 부러워했었지. 하지만, 이렇게 영어유치원 하나를 가지고서도 심경이 복잡하고 내 아이에게 뭔가 못해주는 것 같아 죄인된 심정이 드니, 그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면 정말이지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다.


영어유치원에 대해 기분이 나쁜점 한가지 , 그들이(영유 스태프들) 학부모의 부의 수준과 사회적인 지위 수준에 맞춰 자기네들끼리 계급을 지어 은근히 차별대우를 하는 점이다. 물론 모든 영어유치원이 그렇다는  아니다. 정말 아이들을 아이들로 순수하게 대하는 선생님도 많다. 하지만 그들  일부는 " OOO 엄마,  엄마라면 그럴수 있어! 아이도 맨날 머리도 안감고 오잖아" 하며 제대로 챙김받지 못하는 아이들, 빠듯한 살림에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학부모, 배움이 많지 않으나 돈이 많아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갑부 학부모에 대한 비아냥 거림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은근한 무시. 사실 사람마음을 비추는게 사람이어서 그게 안느껴질  없다. 사람이라면.

 


이런 와중에 오늘 아이와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내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주었다.

남미 빈민가에 사는 아이가 교회끝나고 오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에 대해 발견하게 되는 그림책이었는데 내용이  아름다웠다.

그래 내가 우리 아이에게 진짜 가르쳐주고 싶은 건 이런건데,

영어 그까짓것보다 어두움 가운데서도 세상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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